“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위인, 리더가 필요하다. 우리 역사 속에도 시대적 통찰력과 인재 등용의 혜안을 갖춘 수많은 리더가 있다.” 국가라는 거대 집단에서 가정이라는 소규모 집단에 이르기까지, 한 커뮤니티가 순탄하게 운영되려면 우두머리의 지도력이 중요하다. 경제위기가 닥친 와중에 리더십이 강조되는 이유도 나라 혹은 기업의 운명이 리더의 지도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 폐막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메이저리거가 한 명밖에 없고 돔 구장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치고 일본과 비등한 경쟁을 하며 명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데 있다. 김 감독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도량이 넓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김 감독은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고맙다”며 “정말 잘 싸웠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선수들이 감독을 진심으로 따르도록 했다. 강력한 리더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김 감독의 리더십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의 우두머리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점을 누차 지적한 일이 있다. 김 지사는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 뜻대로 밀어붙이지를 못한 채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했다. “여러 분야를 잘 알고 또 열심히 하고 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통렬한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노동운동을 하다 투옥돼 사형수들과 오랫동안 같이 있어봐서 그런지 누가 죽인다고 협박해도 옳다고 믿는 것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간다”고 자신의 지도력을 고평가했다. ■ “나라가 어려울수록 소통의 리더십 중요”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사회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요즘,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고찰하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출신인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은 고려대 고경아카데미 초청으로 ‘최고의 리더십, 한국 역사 속에서 찾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나름의 바람직한 리더상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역사 속의 바람직한 리더상으로 세종대왕과 선덕여왕 등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경제만으로, 정치적인 갈등을 정치로만 풀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아는 지도자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보여준 배려와 포용,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총장은 세종의 리더십을 정확한 시대 진단과 통찰력 등으로 요약하면서 “갈등을 정치로 풀어 갈 때는 보복·반전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 해결 방안 대신 문화를 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민들과의 소통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이 총장은 “농업사회에서 농기구를 개발, 보급하고 세제를 면제해주려고 방을 붙인들 막상 혜택을 받아야 될 농민들은 글을 모르니까 이해를 못한다. 한글을 창제한 여러 이유 중 한 가지는 백성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비 여종에게 100일 간의 출산휴가를 준 1426년 세종 8년의 기록도 산모가 금방 아기를 낳고 다음 날 일하는 것이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배려한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경제적인 문제를 경제만으로, 정치적인 갈등을 정치로만 풀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 역사 속 지도자들이 보여준 리더십을 통해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강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총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대가 준 역할에 충실한 리더십에 주목하고, 그것을 거울 삼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내자”고 제안했다. 이 총장이 제시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진실한 마음이다. 이 총장은 “한국 역사 속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 곧 진정성”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정치와 경제·산업의 논리를 넘어 세계가 공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진정성에 바탕을 둔 따뜻한 세상을 열어 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존 베이커·랜디 포시·조앤 롤링 등 ‘감성 리더십’ 강조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맡고 있는 정진홍 성균관대 교수도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이 20일 개최한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위기를 돌파하는 CEO의 감성 리더십’ 주제의 강연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덕목으로 감성 리더십을 강조한 바 있다. 정 교수는 “내 마음의 워낭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소걸음과 같은 느림의 지혜, 워낭 소리가 울리듯 묵묵히 일하는 자세로 조직원을 감동시키는 감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감성 리더십을 키우기 위한 7가지 전략으로 ‘느림을 확보하라’, ‘상상력으로 승부하라’, ‘차이를 드러내라’, ‘느낌을 존중하라’, ‘낯선 것과의 마주침을 즐겨라’, ‘감각의 레퍼런스를 키워라’, ‘감각의 놀이터에서 변화와 놀아라’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정 논설위원은 감성 리더십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경제위기 극복의 활로를 찾고 있는 기업 CEO들에게 적절한 롤 모델로는 존 베이커(John Baker) 미국 육상선수 겸 체육교사의 사례를 들었다. 존 베이커는 1마일과 크로스컨트리 경기의 유망주로서, 1972년 뮌헨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던 중 고환암으로 26세에 생을 마감한 청년이다. 그는 고환암 발병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학생들을 헌신적으로 가르쳐 자신의 제자들로 하여금 감동과 존경을 이끌어냈다. 정 논설위원은 우리의 CEO들에게는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인 카네기 멜론대학의 랜디 포시(Randy Pausch) 교수,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K. 롤링(Joanne Rowling), ‘오체불만족’의 작가인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 등도 감성 리더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