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백수들의 ‘좌충우돌’ 취업도전기

전국백수연대 ‘0시클럽’…여기서 ‘탈락’, 저기서 ‘낙방’, “그래도 우리는 도전한다”

  •  

cnbnews 제112호 박성훈⁄ 2009.04.07 11:13:30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백수들의 공간은 부재한 현실이다. 벽지 시골마을에 가봐도 ‘마을회관’ ‘부녀자회관’ ‘노인회관’ 등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거의 천만 명에 육박하는 백수들의 회관이 없단 말인가.” 다음카페 ‘백수회관’의 초기화면에 올려진 글이다. 혹자는 이 카페의 존재목적에 대해 온전히 무직자로서의 삶을 즐기기 위해 만든 ‘백수’와 ‘백조’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다. 무직자로 평생 살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취업 노하우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반복되는 낙방으로 실추된 용기를 재충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주덕한 전국백수연대(전백련) 대표는 13년이 되도록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 그것도 중곡동의 누나 집에 얹혀 살면서 말이다. 지금은 주요 포털사로 성장한 벤처기업에 다니던 주 대표는 98년에 사직서를 내고부터 쭉 백수이다. 어찌 보면 그는 ‘놀고 먹는’ 팔자를 타고난 듯이 보이기도 한다. 사직 이후 몇 개월 간의 백수생활로 터득한 노하우를 집대성한 <캔맥주를 마시며 생각해낸 인생을 즐기는 방법 170가지>라는 책을 낼 정도로 그는 ‘유능한’ 백수이다. 또, 각종 언론사의 인터뷰는 물론,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는 ‘유명한’ 백수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취업에 대한 관심은 실로 본능적일 정도이다. 그는 여러 회사를 보면서 “이런 곳에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한번은 서울 연남동 길을 가다가 중국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는 인삼 회사를 보고, “중국어를 알아두면 이 인삼회사에 금세 취직할 수 있겠다”고 진단했다. 관광객 가이드, 영업사원 등등 그가 한 건물에서 짐작한 직업도 몇 가지이다. 주덕한 대표가 1998년 6월 이 온라인 모임을 개설했으니, 백수연대가 만들어진 지도 어느새 만 11년째이다. 창설 당시에는 PC 통신 커뮤니티로 첫 둥지를 틀고, 2004년에 인터넷 포털 ‘다음’에 백수회관이란 카페를 개설했다. ■‘희망청’ 위탁운영, 일본 단체와 연대 등 활발한 활동 백수들의 모임이라고 무분별하고 무계획하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매일 혹은 매주 정기적인 회의를 하는가 하면, 일본의 백수단체와 의견교류를 하기도 한다. 명실상부 사회단체의 외연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06년 7월에는 서울시에 등록절차를 거쳐 비영리단체로 인정받기도 했다. 오직 백수만이 이들의 대화상대인 것은 아니다. 전국백수연대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지원으로 2006년 5월부터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희망청에서는 백수들의 고민상담과 사회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사회관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직업개발 훈련이나 창업 등 다양한 형태의 실업 극복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초부터는 카페 안에 ‘0시 클럽’이 만들어져 백수들만의 새로운 시도가 움트기 시작했다. 이들의 눈앞에 놓인 목표는 ‘한 달 내 취업하기’이다. 백수로서의 행복한 삶 즐기기에서 벗어나 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된 것이다. 과격한 표현을 쓰자면, ‘취업실패자’들끼리 모여 ‘칠전팔기’의 성공을 도모하려는 모습, 백수들의 ‘패자부활전’이 바로 ‘0시 클럽’ 회원들의 당찬 시도일 것이다. 한번의 주기를 경험한 ‘0시 클럽’ 회원들에게 지난 한 달은 실험적인 시간이었다. 처음 모집했을 때 10명이 모였다. 이 중 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2명은 도중 탈퇴했고, 5명은 여전히 미취업상태로 남아 있다. 3명이 취업했기에 성공이라면 성공이고, 대다수인 7명이 미취업이라 실패라면 실패이다. 하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낙방자로서의 패배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패션쇼’ ‘전시회 방문’ 등도 취업 도움된다 이들이 한 달 간 취업을 위해 실천한 일은 매일 낮 12시에 삼성동 무역센터 내 사무실에 모여 이력서를 작성하는 방법, 명함 제작, 이미지 메이킹, 개인기 찾기 등의 활동이다. 삼성동 사무실은 노동부에서 위탁한 ‘청년층 뉴스타트’ 프로그램의 홍보를 맡았는데, 행사를 기획한 컨설팅업체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이들이 12시라는 시간을 정하게 된 것은 매일 일정한 시간을 지켜 취업 이후에 대비하자는 일종의 훈련이다. 장기간 무직상태로 지낸 사람들은 불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클럽 이름의 ‘0시’도 12시에 모이지만 진취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부여 한 명칭이라고 한다.

이들은 서울 남대문시장의 왕만두집에서 만두 만들기, 패션쇼 방문하기, 전시회 관람하기 등의 이벤트성 취업준비 일정에도 참가했다. 이들 행사가 취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개개의 행사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행사를 기획한 주 대표는 “패션쇼의 무대에 선 모델들을 보면서 최근의 패션 트렌드를 배울 수도 있지만, 더 큰 장점은 행사장에 모이는 말끔한 차림의 관객들을 보면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가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패션쇼 방문행사에 참여했다는 0시 클럽 회원 김광섭 씨는 “자리가 워킹 스테이지와 멀었고, 사람도 많아 패션쇼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차림새를 관찰하면서 내게 맞는 이미지를 배울 수 있어 결과적으로 좋은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회 관람에 참여했던 강명구 씨는 “전시회에 가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면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경험으로 기분전환은 물론, 모르던 분야를 배우게 돼 가능성을 넓히는 계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만두 만들기’ 현장 탐방도 취업준비생인 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다. 어떻게 하면 만두를 잘 만들까 하는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취업 욕구와 의지를 돋울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양할 수 있었다. 주 대표는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의지를 세워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의 소명에 맞게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희망하는 직종에 필요한 기술을 찾아서 익히면 된다”며 “남들이 다 하는 자격증 모으기 식의 취업준비는 변별성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실질적인 구인정보를 얻기 위해 서울시 일자리플러스센터를 방문해 직접 원서를 넣어보기도 했다. ■ 0시 클럽-한 달 안에 취업하기 - 신입회원 행동강령(구직활동) 0시 클럽에서는 취업하기 위한 나름의 수칙을 만들어 회원들이 지키게 하고 있다. 이름하여 ‘신입회원 행동강령’이다. 주덕한 대표가 만든 다음의 7가지 원칙은 비록 백수가 작성했다고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팁을 제공하고 있다. 1. 구직자 명함을 즉시 만들자: 주덕한 대표는 “세상에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는 구직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구직자로 나뉜다”며 이를 취업 당락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차이라고 말한다. 수시채용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스스로 ‘구직’활동 중임을 주위에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주 대표는 “명함은 일정 직함을 가진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며 “무직이라도 직함에 ‘이러이러한 특기를 지닌 구직자’라고 넣어 명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특기를 보고 나중에 구인 제의가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 대표도 만나는 이마다 핑크빛 바탕에 ‘하얀손(백수)’이 그려진 백수연대 명함을 나누어준다. 실제, 2년 전 주 대표가 한 다국적회사의 경력 컨설턴트에게 준 명함을 계기로 업무제휴를 요청해 와 사업비 1억 원의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2. NQ(Network Quotient. 인맥지수) 높이기 전략: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을 많이 만들자는 내용이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희망하는 분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인맥을 넓히는 것이다. 운영진 참여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응모한다. 본인이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휴대폰에도 1000개의 주소록 만들기에 도전해도 좋다. 주 대표는 “취업 멘토가 될 사람을 만난다면 1주일 안에 만날 약속을 잡으라”고 조언한다. 멘토의 연락처를 알았다면 당일 1시간 안에 문자를 보내고 하루 안에 인사 메일을 보내는 것도 필수다. 3. 외국어 무료 배우기&외국친구 사귀기 노하우: 취업에 영어가 필수인데도 해외연수는 커녕 학원비 내기도 어렵다면 공짜로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추천하고 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외국인이 많은 교회를 다니거나, 외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고궁·민속촌 등지를 찾아 가이드를 자청한다.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 우리나라의 이곳저곳을 안내를 하다 보면 외국어 실력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이다. 외국인 인맥도 넓어져 ‘글로벌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4. ‘면접’대비 ‘자신만의 개인기 연마하자!’: MBC 아나운서였던 프리랜서 김성주 씨는 면접에서 ‘웃겨보라’는 주문에, 코미디언 서영춘 씨의 성대묘사를 선보인 뒤 합격했다고 한다. 클럽에서 놀더라도 춤 실력을 키우고, 뒤풀이 모임이나 노래방에서도 잘하기 위해 노력하자. 5. 멘토 모시기 이렇게 해보자!: 희망 취업분야 전문가의 저서를 읽고 강연회를 찾아가 적극 질문한다. 그리고, 강연회 이후 멘토의 명함을 받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찾아간다. 단, 지나친 의욕으로 주제에서 벗어난 질의나 타인이 듣기에 지루하고 애매모호한 질의, 또는 지나친 자기소개형 질의는 때로 마이너스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강연회 시간에 늦는다면 차라리 안 가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6.아르바이트도 때로 취업의 기회가 된다!: 주덕한 씨는 아르바이트로 ‘남자파출부’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기왕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 전문가가 되라는 뜻이다. 하다 못해, 동네마다 전봇대에 ‘잃어버린 강아지 찾는다’는 전단을 본다면 ‘강아지 탐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착수하면 노하우와 전문성은 따라붙는다는 게 그가 터득한 노하우였다. 7.하자하자 결심만 하는 바보들은 가라 'Just do it': 취업준비생에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게으름’이다. 실천에 게으른 것을 의미한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는 말도 있듯, 굳은 결심이 있다면 계획과 실천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이유 대지 말고 행동하자”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