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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끓는 목소리 “우리 가족 찾아주세요”

매년 6만 명 가량 실종…늘어만 가는 실종사건의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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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13호 박성훈⁄ 2009.04.17 10:52:49

“독신여성 A 씨가 있었다. 그는 딸을 키우며 혼자 살다가, 어느 날 중학교 동창 B 씨를 만난다. B 씨는 A 씨를 짝사랑하던 남자로, 서서히 교분을 쌓던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A 씨는 시댁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결혼하고, 집에 시댁 식구들이 오면 아이를 동생 집에 맡긴다. 그러다 B 씨와의 사이에 여자 아이를 낳게 되는데, 이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들 앞에서 ‘언니 어디 있느냐’고 찾는 등 혼전 아이를 가진 사실이 들통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아이가 갑자기 없어졌다. B 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뭔가 사러 갔다가 실종됐다고 신고를 하게 된다. 전단을 만들고 언론에 알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소식은 없었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B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아이를 살해한 뒤 비닐에 담아 충남 당진 등지의 산에 묻고 허위 신고를 하는 방법을 썼다. 그는 결국 8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실제 해결된 한 초등학생 여아 실종사고의 전말이다. 이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진상이 밝혀졌지만, 미아나 성인 여성의 실종사건 중에는 영구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이 많고,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치매노인이나 정신지체 장애인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실종사건 수사전담팀을 만드는 등 실종자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경우도 많다. ‘2008년 경찰 백서’에 따르면, 실종·가출 등 행방불명된 사람은 2006년 5만9739명에서 2007년 6만5003명으로 증가했다가 2008년 5만4650명으로 줄었지만 가정에 복귀하지 못한 사람은 연간 1만 명에 달하고 있다. 또, 2007년 한 해에만 6만5000여 건의 실종신고가 발생했다. 또, 하루에 14세 미만 아동이 25.9명, 60세 이상 노인은 11.7명, 치매환자는 11.6명, 정신지체 장애인은 13.3명씩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 <그놈 목소리>는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영화에서는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의 부모가 등장한다. 여기서 보듯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하루하루 애간장이 타 들어간다. 실종사건 전문가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하 전미찾모)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린 가정이 결국 해체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부모가 자식을 잃으면 다니던 직장과 사업을 내팽개치고 아이 찾기에 몰두하게 된다. 이때 주변의 관심도 못 받고 경찰 수사도 기대를 못 하니까, 남편은 전단을 붙이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아내는 전화를 기다리기 위해 집에 묶여 있다. 이런 생활이 한 달 이상 가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지 못해, 서로에게 책임 전가를 하게 되고, 싸움으로 번져 결국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장애우·치매노인 실종 더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이 2005년 5월에 제정되어 1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또, 2006년 6월에 개정된 범죄피해자 구조법에는 실종아동 가족도 유족 범죄피해 보조금 수혜자 범위 안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7년 12월에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15년이었던 사형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를 25년으로 연장하게 됐다. 이 같은 법률이 제개정을 통해 아동 대상 범죄는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07년 통계는 혜진·예슬 사건을 합쳐 8602건이 발생한 가운데, 2건을 제외한 8600건이 해결됐다고 한다. 실종아동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8세 미만은 미아, 8세 이상은 지리변별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가출로 분류했다. 미아는 길을 잃어버렸으니 보호자나 발견한 사람이 찾으면 되고, 가출은 제 발로 나갔으니 돌아오면 된다는 식일 뿐 경찰이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 만 13세 미만 아동은 모두 경찰이 찾도록 하면서 사건해결률도 높아지게 된 것이다. 나주봉 대표는 “이제는 장애우와 치매노인이 문제”라며 “이들은 인지능력이 없어 동절기에는 동사하는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각 시도에 이런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애아동·치매노인 일시 보호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사건, 정보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이 열쇠 나 대표는 일반 성인의 실종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성인은 방어능력이 있다는 판단에 오히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머물게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나 대표는 실종사건 해결을 위해 정보통신비밀보호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종사건에서 핸드폰 위치추적과 IP 추적을 수사에 사용할 수 있다면 수사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 대표는 성인 여성이 사라지게 되는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예시했다. “30대 가정주부가 오후 4시에 지갑에 카드를 넣고 시장에 갔는데, 7~8시가 되어도 귀가하지 않는다. 핸드폰도 꺼져 있다. 남편이 9~10시쯤 귀가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시장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자정과 새벽을 지나도 귀가하지 않아,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이 실종자 사건을 접하면 소재 탐지를 위해 휴대폰이나 IP 추적을 해야 하는데, 범죄와 관련 없는 사건에서는 개인정보비밀보호법에 의거, 정보조회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래서 결국 수사를 하려고 주변 탐문을 시작하면 이 주부의 친구를 먼저 만나는데, 이들이 ‘지난해에 학교 소풍에 따라가 한 남자 선생과 재미있게 놀았다’는 진술이 나오면, 경찰은 내연관계 쪽으로 수사를 끌어갈 것이다. 또, 계좌에 거액이 인출된 기록이 없으면 결국 사건은 ‘단순가출’로 규정된다. 그러다 이 주부가 한참 뒤 변사체로 발견된다. 피해사실을 입증하려면 유전자 채취 등 증거확보를 해야 하는데, 부패가 심해 증거채취가 힘들다. 그럼 경찰은 ‘신병비관 가출자살’로 결론 짓는다. ‘제 발로 나가 죽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나 대표는 성인실종 관련법과 민간 조사관법 등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탐정법으로 알려진 ‘민간 조사관법’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없는 법이다. 나 대표는 “자식 잃고 사람 찾으려 흥신소 등을 이용하니 돈만 뜯기게 된다”며 “민간조사관제가 시행될 경우 공소시효를 넘긴 이형호 사건, 개구리 소년 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미제의 사건 해결에 큰 진전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범죄는 지능화하는데 수사는 제자리걸음” 나주봉 대표는 실종사건에 대한 경찰의 주먹구구식 수사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아이가 없어지면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수사범위를 넓혀 가는데, 우리나라는 부모는 배제한 채 주변 사람으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또, 지금은 교통망이 발달하여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실종·유괴사건 수사도 발생지역에 국한된 수사보다 전국을 아우르는 수사권역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나 대표는 “범죄는 지능화되는 반면 경찰수사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이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기법이 도입돼 전국공조하에 수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나 대표의 요구에 따라 2008년 3월 27일 전국 경찰서에 실종수사 전담반을 설치했지만, 나 대표는 전담반에 전문성이 없어 오래된 사건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에 대해 “실종사건만 10년 이상 하면 수사의 달인이 된다. 이런 전문가가 있어야 하는데, 잦은 인사이동 등의 요인으로 전문가를 키워낼 환경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과 관련 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실종·미아 전문가가 된 ‘각설이’나주봉 씨가 미아찾기에 투신하게 된 사연 원래 노점상이었던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의 대표 나주봉 씨는 88년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품바’ 각설이 복장을 하고 전국을 돌며 카세트를 팔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수입이 짭짤했다. 그러다 1991년에 월미도에서 각설이 공연을 하던 중 한쪽에서 트럭에 아이들 사진을 붙여 놓고 아이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당시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의 당사자 아버지였다. 그들을 본 순간부터 나 씨의 인생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 씨는 “그분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서 왔는데, 행인의 시선이 우리 쪽에 쏠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했다”고 말했다. 또, 80년도에 가족을 잃어버렸다가 4년 만에 찾은 경험이 있는 나 씨는 그들의 전단 500부를 얻어 돌렸다. 이에 더해, 나 씨는 전단 2만부를 더 제작해 전국을 다니면서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고, 동대문경찰서장과 구청장이 전화를 해 전단 30만 부를 더 지원받기도 했다. 그 후로 나 씨는 각설이 사업을 멈추고 개구리 소년 찾기에 투신한다. 나 씨는 “당시 생활이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 살 만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와룡산 현장 답사를 하고 수사본부를 방문하기도 한 그는 실종소년 아버지 4명을 트럭에 태워 ‘아이 찾기’ 여정에 나섰다. 여정 중 나 씨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된 ‘이형호 유괴사건’ 관련 보도를 접한다. 나 씨는 ‘이 사건을 해결하면 개구리 소년도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범인의 목소리 테이프 9만3000개를 사재를 털어 제작해 배포했다. 이 일로 제보가 이어져 답보상태의 경찰 수사가 활기를 띠기도 했다. 나 씨는 아이들 찾기 여행 중에 종종 공연을 해 아버지들의 생계를 위한 모금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찾으려 역전·터미널·시장 등 사람이 붐비는 곳을 찾아 다니면서 나 씨는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찾을 아이들을 한두 명씩 늘려 가다가, 2000년에는 실종가족들을 청량리 광장에 다 모이라고 해서 캠페인을 연다. 이 자리에서 나 씨는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우리의 아이들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일로 ‘전미찾모’가 결성된다. 그는 국회의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실종자 찾기에 필요한 법 제정을 촉구했고, 그 결과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05년 말에는 ‘범죄 피해자 보호법’이 개정됐다. ‘전미찾모’는 이후 실종된 아동뿐 아니라 장애우·치매노인까지 찾는 역할을 해 왔고, 나 씨가 지난 18년 간 전단을 들고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총 93명의 실종자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 실종자 찾기의 일익을 담당해 온 이 단체가 경제적 위기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전미찾모에 대한 자금 지원은 동대문구청에서 나오는 150만 원이 전부이다. 동대문 구청장의 약속으로 작년 하반기에 150만 원을 더 책정받아 300만 원을 지원받지만, 이 돈으로 모임을 운영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 씨는 “겨울에는 히터를 틀어야 하고 여름에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한 달에 전기요금이 20여만 원이 나오고 전화도 24시간 착신해서 요금 20여만 원이 나온다. 또, 학생들이 1년에 3~4000명 와서 봉사를 하는데, 봉사활동 인증서 발급 등을 위한 종이값과 프린트 잉크값 등을 합치면 막대한 돈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인가돼 있지만 경찰청의 예산지원은 전무하다. 개구리 소년 위령제를 매년 치러 온 나 씨는 비용이 없어 이번 주기의 추모행사를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나 씨는 “실질 후원의 손길을 내미는 곳은 없다. 사업가 등 몇몇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후원을 해줘서 잠깐 숨통은 트였지만, 일시 후원이 아닌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예산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실종가족 신고 연락처: 02)963-1256 홈페이지: http://www.182.or.kr/ ※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후원안내 후원금액 : 계좌당 5000원 이상 행사후원회원 : 행사시 지원 무통장입금시 계좌번호안내 계좌번호 : 하나은행 158-910004-16105 예금주 : (사)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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