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예측과 진단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여론을 뒤흔들다 지난 1월 10일,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허위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가 4월 21일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박 씨는 2008년 3월경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경제에 관한 글을 올리기 시작해 2008년 7월 ‘서브프라임 드디어 한국 상륙이네요’라는 글에서는 “미국산 서브프라임의 불똥 몇 개가 튄 것이고 아직 한국 버전은 시작도 안했는데요”라며 남의 일로만 알았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한국의 문제로 끌어들였다.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면서 미네르바의 예견은 한동안 세간에 회자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박 씨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예측이 적중하면서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로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됐으며, 심지어 ‘아고라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박 씨는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환율·부동산·주식 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으로 투자자와 네티즌들을 열광시켰으며, 미네르바의 글은 건당 평균 조회수 10만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미네르바 신드롬은 2008년 10월을 정점으로 최고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상에서는 그를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네르바를 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글이 넘쳐났으며, 세간의 폭발적 관심에 부담을 느낀 박대성 씨는 2008년 11월경에 활동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0여 개월 동안 올라온 미네르바의 글들은 제목만 봐도 ‘9월 경제 쇼크에 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 ‘수입물가 49% 폭등, 하반기 물가 폭등 초비상’, ‘서브프라임 드디어 한국 상륙이네요’, ‘또 환율 사기극을 하는구나’, ‘달러 전쟁=과연 1,100원 저주의 시작인가’, ‘2008년 금융전쟁의 서곡:한국판 지옥의 묵시록’, ‘개구리 체감경제…우리는 마루타 개구리여?’ 등등 불안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08년 7월 30일 검찰에 구속 빌미를 줬던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 글에서는 “외환 예산 환전 업무 8월 1일부로 전면 중단, 외환보유고 문제 없다고 떠들어 대는데 시한폭탄 핵잠수함이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는구나”하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한, 다음달인 8월 25일에는 산업은행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의 인수 시도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곧 이어 원·달러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리먼브라더스가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바람에 미네르바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 이후에도 미네르바는 “지금은 말 그대로 현금이다”, “가장의 실직에 대비해 최소 6개월치 정도의 비상현금을 준비해서 대비한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대비해 향후 3개월 정도의 생필품들은 각자 갖추고 대비한다”, “제1금융권 긴급 대출 제한 조치 돌입, 긴 말 필요 없습니다. 각자 쇼크에 대비하십시오” 등으로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강도 높은 조언을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미네르바 신드롬이 세차게 불자. 작년 11월에는 미네르바를 사칭한 인물이 신동아에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500선, 미국은 5,000선이 올해 바닥이라고 본다.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다. 부동산도 강남·강북이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해 ‘코스피 지수 500’이 한동안 ‘미네르바 지수’라는 신조어로 통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동아는 미네르바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고 했으나, 미네르바 박대성 씨는 체포 직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바람에 동아일보는 사과문을 내는 망신만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눈엣가시 같았던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정부가 긴급업무명령 1호로 29일 오후 2시30분 이후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고 긴급 공문으로 전송했다”는 글을 올리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사실 검찰로서는 이전부터 주시하고 있었으나,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렸던 이전의 글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근거 없는 비방 또는 허위사실로 보기 어려워 수사에 착수할 명분이 마땅치 않았었다. 그러나 이 글은 명백히 사실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네르바로서는 이 글이 검찰에 체포라는 빌미를 주는 결정적인 ‘자충수’가 된 셈이다. 따라서 검찰은 즉시 포털 사이트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미네르바를 ID로 쓰는 회원이 가입 때 등록한 신상명세와 글을 올린 인터넷 주소(IP)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 신상을 확보했으며, 이후 검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검찰은 IP 추적을 통해 수사 착수 나흘 만인 2009 1월 2일 미네르바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알아낸데 이어, 1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그의 집에서 연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 등이 수차례 수사하겠다는 경고음을 보냈음에도, 소재 추적이 어려운 PC방 등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바람에 쉽게 검거망에 걸려들었으며, 박 씨는 같은 날 오후 6시께 긴급체포 상태로 신분이 바뀌었고, 9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10일 결국 수감되기에 이른다. 미네르바가 구속되자 여야 정치권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서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최진실 씨 자살사건에 이어 ‘미네르바’의 등장으로 인터넷의 역기능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 및 본인확인제를 강화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2월 국회에서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반면에 야당은 언론 및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사이버 모욕죄 등 여권이 추진 중인 언론관계법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검찰은 4월 13일 결심공판에서 “박 씨가 ‘9월 위기설’, ‘12월 물가위기설’ ‘IMF 재도래설’,‘땅굴 발견설’ 등의 글을 통해 6개월 분량의 생필품 또는 현금 준비를 제안하는 등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며 “박 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고 구속하느냐’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덧붙이면서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4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박 씨가 허위사실을 인식하고 글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고,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찰의 항소 여부와 상관없이 이날 오후 수감됐던 구치소에 들렀다가, 1월 22일 구속기소된 이래 3개월여 만에 석방된 것이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즉각 항소 방침을 알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어 즉시 항소할 것”이라며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법원이)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한 것으로 판단되며, 객관적으로 박 씨가 명백한 허위사실을 인식했다는 증거를 배척해 공익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네르바’ 박대성, 체포부터 무죄 선고까지 일지 2008년 7월 = 미네르바, 포털 사이트 다음(www.daum.net)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정부가 환전업무를 8월 1일부로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 올림. 2008년 12월 29일 = 미네르바, ‘대정부 긴급공문발송-1보’란 글을 아고라에 올려 “오늘 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고 주장. 2008년 12월 = 신동아, 다음 아고라에 환율급등과 경기변동을 예측하는 글을 올렸다고 주장하는 미네르바 K씨의 인터뷰 등을 게재. 2009년 1월 8일 =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미네르바 추정 박대성 씨 체포. 2009년 1월 9일 = 검찰,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2009년 1월 10일 = 검찰, 미네르바 박 씨 구속. = 박 씨, “신동아에 글을 쓰지 않았고 (인터넷에 올린) 모든 글은 내가 썼다”고 밝힘. = 조영남, MBC 표준 FM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 미네르바에 대해 “점쟁이 같은 모르는 남의 말을 추종하는지 모르겠다”, “잡아보니 별 이상한 사람이고 다 속았다”고 발언. 2009년 1월 11일 = 검찰, 박 씨가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박 씨의 금융상품 가입 내역을 조사, 가족과 친척, 주변 인물 등에 대해서도 금융계좌 추적작업 진행. = 박 씨 구속 이후 아고라 게시판에 영장 발부한 김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탄핵하자는 청원의 글이 올라와 서명이 이어짐. 2009년 1월 12일 = 검찰 ‘정부, 미네르바 때문에 외환시장서 20억달러 추가 소모’ 주장 = 조영남, 미네르바 관련 발언 ‘실언’인정 2009년 1월 13일 = 박 씨 변호인단, 구속적부심 신청. = 월 스트리트 저널(WSJ), 박 씨 체포 소식을 월드뉴스 톱 기사로 올림. 2009년 1월 14일 = 박 씨, “명예를 위해 짝퉁 미네르바를 반드시 찾아 달라”고 변호인에게 전함. 2009년 1월 15일 = 법원, 박 씨에 대한 구속적부심 기각. = 장애인 인권단체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검찰이 박 씨를 긴급체포하면서 학력 등 신상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해 학력차별을 조장했다”며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 제기. 2009년 1월 18일 = 신동아, 지난해 12월 이 매체에 “내가 미네르바”라고 글을 기고한 K씨가 “미네르바는 나를 포함한 금융계 전문가 7명”이라며 “구속된 박 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함. 2009년 1월 19일 = 박 씨, 신동아에서 자신을 가짜 미네르바로 규정한 데 대해 “나는 신동아와 전혀 관계 없다. 신동아와 인터뷰한 일도, 관련해 글을 쓴 일도 없다”고 반발하며 불쾌함을 표시. 2009년 1월 22일 = 검찰, 박씨 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2009년 1월 24일 = 법원, 박 씨에 대한 재판을 서울중앙지법 형사5부에 배당. 2009년 1월 28일 = 박 씨, 자신에게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 2009년 2월 10일 =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 지난해 12월 4일 다음 측에 미네르바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그로부터 보름 뒤 박 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다음 아이디 등의 개인정보를 제출받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짐. 2009년 2월 17일 = 신동아를 발행하는 동아일보사, 신문 1면을 통해 “신동아에 게재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인터뷰는 조사 결과 실제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오보를 낸 것을 공식 사과. = 박 씨, “신동아 측이 가짜 미네르바 K씨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힘 2009년 3월 11일 = 박 씨, ‘현 한국 경제 침체 현상’을 분석한 A4 19매 분량의 ‘옥중 경제보고서’와 의견서 법원에 제출. 2009년 3월 12일 = 법원,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박 씨에 대한 보석신청 기각 2009년 3월 18일 = 동아일보사, 신문 1면에 “월간지 신동아 ‘미네르바’ 관련 오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따져 문책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다시 게재. = 박씨 측, “언론조정신청서를 언론중재위원회에 19일 오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힘. 2009년 3월 23일 = 박 씨에 대한 첫 공판, ‘미네르바 글’ 국가신인도 영향 여부 싸고 법정 공방. 2009년 4월 13일 = 검찰, 박 씨에 대해 “실제로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있다”며 징역 1년 6월 구형 2009년 4월 20일 = 법원, 박 씨에 대해 “박 씨가 허위사실을 인식하고 글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고,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기각, 박 씨 석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