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미술비평,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지금까지 조문순의 작품 속 이미지들이 서정적 미감의 부드러운 색채와 나이프와 브러시의 혼합기법을 통한 유화의 질박하면서도 두터운 마티에르의 표현감각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후의 작품들에는 이런 표현적 특성들이 심화되면서 여기에 추상적 감각이 배어 있는 민족의 정체성을 가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꽃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형태의 윤곽선을 무너뜨리거나 간략화시켜 추상적 이미지로 드러나기도 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감각적 색채와 명암의 대비가 순간순간의 즉흥적 리듬감으로 녹아들거나 구상과 추상적 형상의 김흥수 화백이 주창했던 하모니즘적 특성을 인용하는 등 세 가지 조형방향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 기법과 화면의 공간을 적절히 분할한 공간감각이 돋보이는 구상적 서술 형태의 작품이고, 둘째는 대상의 형태를 간략하게 단순화시키는 한편 형태의 변형과 단순화를 통해 드러나는 찰나적 느낌으로 표현되는 반추상적 작품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꽃의 사실적 형태와 추상적 한복의 색감과 이미지가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조형양식으로 그가 처음 시도하고 있는 작업들이다. 특히 무궁화꽃의 여러 형상을 정교하게 그리면서도 화려한 전통 색면의 밝은 느낌이 화면 바탕에 잘 어울리고 있는 세 번째 성향의 작품들에서 그의 독자적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세계는 전형적인 서구화풍의 흐름을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적인 정감을 화면 속에 내포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 작가는 “어릴 적 아버지의 태몽에 힘입어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나는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작품이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진지한 깊이를 갖추고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나는 외적 형상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드러나지 않는 사물의 정신적 존재나 의미를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까닭에, 무궁화꽃 같은 소재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연결되는 정신적 정체성의 흐름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그의 회화세계는 무궁화꽃과 같은 정물의 형태를 색감과 색면의 배치, 그리고 공간 등 구도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여 화면에서는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작가가 화면에 도입하는 꽃의 모양과 수효는 몇 가지로 제한되어 있으며, 화면에 물감을 칠하는 방식 또한 간단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러나 이러한 제한된 조형 수단에도 불구하고 색채와 형태를 변화시키고 결합하는 가능성은 자유롭게 열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표현의 주체인 무궁화꽃의 형태를 군집형과 개별형의 형태로 재구성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꽃의 중심 형태 주변에 회색과 연두색 등 무채색에 가까운 중간색 톤의 색감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깊이 있고 정적인 색채의 미감을 유도해내는 한편,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된 절대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무궁화와 한복’ ‘무궁화와 보자기’ 등의 연작 시리즈는 작가의 서정적 색채감각과 섬세한 묘사감각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작 중의 하나로서, 사실주의적 묘사 태도와 한복과 보자기에서 볼 수 있는 추상적 색채감이 혼합적 시각으로 내재되어 있는데, 이런 경향의 작품들은 거친 삼베 질감의 효과 위에 섬세한 붓 터치의 생생한 느낌이 더해져 회화적 감동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그가 주로 다루는 주된 소재가 무궁화꽃을 중심으로 한 평범한 형상이지만, 그 대상들은 분명한 형태와 견고한 구도, 가라앉은 색채 속에서도 감각적으로 빛나는 질료의 특성을 통해 작가의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는 한국적 정체성, 민족 고유의 존엄하고 성스러운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를 지향하면서도 전형적인 인상주의적 화풍을 보여주었던 그의 초기 작품세계는 더욱 간결하게 심화되고 한편으로는 추상화 경향으로 변모하는 조형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작가가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한 화면에 소화시키고 있는 조형적 특성들은 향후 그의 작품세계가 나아가고자 하는 열린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작가가 소재주의라는 편협적 방향으로 빠지지 않거나 그의 표현 소재를 좀 더 다양하게 해석하는 열린 시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면, 향후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더 심도 있게 발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문순(CHO MOON-SOON)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목우회미술대전 특선 3회 ·신미술대전 최우수상 단체전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구엑스포홍보관 ·국회의사당 새조위 초대전 ·말레이시아 구상작가합동전-서울시립미술관 ·우즈베키스탄 미술인협회 초청 국제교류전 ·한·불 대표구상작가총람전-대구문화예술회관 ·아천미술관 특별초대전 ·프랑스 쇼몽시 초대전 ·부산APEC유치기념 목우회초대전-부산문화회관 꽃그림전(축제) -부산타워갤러리 ·동방의 얼 한국·베트남 합동교류전 ·포스코갤러리 초대전 ·록갤러리 소품초대전 ·본화랑 소품초대전 ·아시아의 혼 한국·파키스탄 수교20주년기념 합동전-서울시립미술관 ·알파갤러리 소품초대전 ·동방의 빛깔 중국교류전 -세종문화회관 ·구상작가 100인초대전 -한스갤러리 ·봄바람 소품초대전 -본화랑 ·아지오갤러리 초대전 ·롯데화랑 소품초대전 ·여류작가 5인의 감성전-현대백화점 현재 : 한국미술협회, 목우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