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3억 원이 없어 가동이 중단됐던 기업을 해당 노조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경기도와 한전의 도움으로 살려낸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오산시 누읍동 소재 대광다이캐스트공업이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1953년 8월에 설립돼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부품업체이다. 2008년 11월 4일부터 전기료 연체로 7개월 가까이 전기가 끊겼던 공장에 5월 22일 오전 9시 30분부터 다시 전기가 공급됐다. 이 회사는 1주일 가량 기계 점검을 한 뒤 이르면 다음주 말부터 정상 조업에 나설 계획이다. 김수룡 노조 위원장은 “두 달 전에 포항에 내려가서 첫 납품물량을 따냈을 때 목이 메어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를 믿고 발주한 기업들과 회사를 재가동하는데 도움을 준 경기도·한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끊겼던 전기 공급이 재개돼 먼지 쌓인 변전실 배전반에 빨간 불이 점등되는 것을 보며 감격에 젖었다. 식당에서 밥 사먹을 돈도 없어 공장에서 밥을지어 끼니를 때우면서 이리저리 회사를 위해 분투한 지 7개월. 20여 명의 직원들은 스스로 회사를 살려냈다는 기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다시 정상조업을 시작하기 위한 작업에 분주하다. ■건재했던 회사 2008년 갑자기 부도 대광은 특수 주물기법인 ‘다이캐스팅 공법’(쇳물을 금형틀에 고압으로 주입해 부품을 성형하는 공법)을 기반으로 기계 부품 생산 라인을 갖춘 국내 첫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였다. 1967년에는 신진자동차(현 GM대우자동차)와 첫 거래를 시작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 간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해 왔다. 지난 1995년 제32회 무역의날 1000만 달러 수출의 탑 수상, 1998년 5월 QS9000 인증, 2005년 7월 TS16949·ISO14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쟁쟁한 기업이었다. 250명이 넘는 종업원을 둔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1월 갑자기 부도를 맞으면서 회사에 검은 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수원지방법원은 4월 21일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했지만, 11월 18일 회생폐지 결정으로 바뀌어 12월 5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 회사에서 20~30년을 일한 직원들은 임금과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파산선고가 내려지자 경영진은 회사를 포기했다. 하지만 김수룡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174명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회사를 살려보자며 무임금 조업을 선언하고 수원지법과 오산시청·수원세무서·한국전력 오산지점 등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동분서주했다. 채권자 그룹은 직원들의 자구 노력을 듣고 조업재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었다. 끊겼던 수주물량도 다시 들어와 60억 원어치의 물량을 확보했다. 필수 생산인력 30여 명만 남고 잉여 인력은 회사가 좋아지면 복귀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기가 걸림돌이 됐다. 부도 발생 직전부터 그 동안 연체된 전기요금 1억1468만 원과 보증금 2억 원이 없어 전기공급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승종 한전 오산지점 수금과장은 “지역경제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보증금 2억 원은 지자체나 원청업체 등의 보증이 있으면 유예가 가능한데 연체요금은 일괄 납부해야 한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채권단 설득하여 60억 주문 따냈지만 전기료가 문제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9년 1월 채권단의 조업재개 허가를 받았고, 이어 60억 원 상당의 주문 물량을 확보했으나, 문제는 긴급 운영자금과 전기료였다. 특히 장기간의 전기료 체납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기계를 돌릴 수가 없었던 것. 한전 측은 규정에 따라 체납액 1억1,500만 원과 보증금, 기본요금 등 총 3억4,9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대광노조의 사연은 기업 애로 현장 서비스인 경기도의 ‘기업SOS추진단’에 지난 2월 26일 접수됐다. 경기도는 즉각 한전 본사와 협의를 갖는 한편, 유망 중소기업의 경우 전기·가스 등 공공 서비스 요금의 연체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보증금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경기도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이 잘 되지 않자, 이번에는 김문수 지사가 직접 나섰다. 지난 3월 22일 전기요금 연체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은 김 지사는 직접 중앙부처와 지방의 관계기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지사와 한국노총 경기도본부 의장 명의의 보증서를 쓰겠다”며 “2억여 원의 보증금 예치 대신 매월 선납하는 조건으로 전기를 공급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김 지사는 이어 노조의 눈물겨운 회사 살리기 노력과 고용유지 필요성에 대해 지식경제부 등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대광에 대한 지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한전-파산관재인 협조로 회사 살려 지난 3월 26일 파산관재인과 회사 노조는 공장 재가동 원칙에 전격 합의했고, 한전도 전기공급을 약속했다. 노조 측은 공장가동을 통해 한전에 체납요금을 갚아 나가겠다고 약속했고, 한전 측 역시 전기 판매를 하면서 비상 경제상황 속에서 고용유지를 할 수 있다는 공익적 측면에서 합의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법원도 4월 16일 대광다이캐스트의 조업재개를 허가했고, 지난 5월 15일 공장가동을 위한 비용지출을 해줬다. 드디어 5월 22일 오전 9시 30분. 전기공급과 함께 힘찬 기계 소리가 대광다이캐스트 공장을 가득 메웠다. 김수룡 노조 위원장은 “전기공급과 함께 약 1주간의 기계가동을 위한 점검 과정을 거쳐 다음주 중에는 제품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재가동 초기 단계여서 필수요원 위주의 20여 명으로 출발하지만, 생산량 증가에 따라 점차 근무자 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어서 노조원들은 회사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서 지역경제에 기여해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점에서 칭찬 받을 만하다”며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도내 유망 중소기업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지자체와 노조가 힘을 합쳐 기업회생을 이뤄낸 모범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