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 씨는 얼마 전에 자동차를 타는 게 날이 갈수록 부담스러워져 큰 결심을 하고 50만 원을 주고 자전거를 샀다. 하지만 일주일이 채 안 돼서 잃어버려 어안이 벙벙하다. 아파트 앞 자전거 보관대에 다른 자전거들과 함께 나란히 주차를 해 두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식으로 또 자전거를 잃어버릴 것 같아 다시 구입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고등학생 김모 군은 통학용으로 항상 자전거를 애용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공부하라며, 부모님께서 사주신 30만 원 가량의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싸게 구입한 8만 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전에 쓰던 자전거 안장과 타이어·후미등까지 모두 도둑맞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에서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등을 제시하면서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는 등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디자인에 일반 중고 자동차 가격과 비슷한 고가의 자전거가 많이 나오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은 취향과 원하는 기능을 고려해 비교적 까다롭게 자전거를 구입한다. 이것저것 재고 따져보고 산 자전거는 자동차 못지 않은 애정을 갖게 한다. 개중에는 나름대로 튜닝을 해서 개성을 표현하거나, 여러 가지 필요한 옵션을 달기도 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선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값비싼 자전거를 구입하고 난 후에도 마음 놓을 날이 없다는 자전거족들이 많은 것이다. 바로 자전거 도둑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객, 도둑과의 ‘전쟁’ 자신의 다리가 돼줄 자전거를 타러 나왔는데 자물쇠만 자전거 보관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에 많은 자전거족들은 울상을 짓게 된다. 이처럼 자전거 도난사건이 끊이질 않아 자전거 이용자들의 불안과 불평이 커지고 있다. 지하철 역사의 자전거 보관소에도 시민들이 세워 둔 자전거가 가득하지만, 감시 카메라 등 방범시설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전거 주차장을 외진 곳에 설치해 분실 우려가 높은 곳도 많다. 거치대가 모자라 자물쇠 하나에만 의존한 채 세워진 자전거들도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 주변에는 자전거 분실 공고문이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시 홈페이지에도 자전거 분실사고에 대한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폐쇄회로영상(CCTV) 카메라를 자전거 보관소마다 일일이 설치하기에는 너무 개소수가 많아 여의치 않다는 것은 모자라는 예산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불평이다. 실제로 자전거 도둑이 자전거를 가져가는 데에는 몇 분 간의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절도범들은 배낭 등을 메고 절단기·줄톱·망치 등 범행에 쓰일 연장을 휴대하고 다닌다. 이들은 얇은 와이어 자물쇠 같은 경우 1~2분 사이에 잘라낸다. 줄이 두꺼운 경우 자물통을 망치로 부수기도 한다. 자전거를 도난당한 경험이 있는 한 자전거 이용자는 “호주로 유학 가는 친구가 시가 50만 원 정도의 자전거를 맡겼는데 한 달 만에 도난당했다. 아파트 현관 자전거 보관소에 묶어 놨는데 아침에 보니 사라졌다. 누군가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고 훔쳐갔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네 번 자전거를 구입했는데, 매번 한두 달 쓰고 도난당했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새 자전거를 선물받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둑질을 당해 동심이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전거 지키기 노하우도 속속 공개 이 같은 세태에 대한 자구책으로 자전거 주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 ‘내 자전거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회원수가 26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자전거 등록’이 이루어진다. 자동차처럼 등록제가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체 등록을 통해서라도 도난시 자신의 소유권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회원들은 각 제조사별로 차체에 새겨진 차대번호는 물론 자전거의 특징을 보여주는 사진들까지 카페에 올려놓고 있다. 도난 자전거가 주로 인터넷 공간을 통해 거래되는 만큼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 자체 등록이 활성화되면 도난 자전거 거래를 웬만큼은 걸러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같이 인터넷 카페 등에 자전거 사진을 올려 자체 등록을 하는가 하면, 한층 강화된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도난사고가 잦은 일부 부품을 떼어내 휴대하는 ‘자전거 부품 휴대족’도 등장했다. 한층 튼튼해진 잠금장치들도 인기다. 쇠줄 체인이나 케이블 잠금장치로는 절단기를 들고 다니는 절도범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특히 합금으로 만들어 쉽게 절단되지 않는 ‘U자형 잠금장치’와 ‘4관절 잠금장치’ 등이 인기다. 또 누가 자전거를 건드리거나 움직이면 진동을 감지해 경보음을 내는 경보기도 등장했다. 일부 자전거족은 자전거를 세워놓을 때 도난이 잦은 일부 부품을 떼어내 들고 다니기도 한다. 자전거 이용자 안모 씨는 “자전거를 묶어 놔도 안장이나 속도계 같은 부품과 주변 장치를 훔쳐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아예 떼내어 따로 보관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등록제’ 요구도 이처럼 극성을 부리는 자전거 도난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처럼 ‘자전거 등록제’를 도입하고 자전거 절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전거는 돈을 주고 사지만, 등록과 번호판 교부 등의 과정이 없어 도난을 당해도 찾기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 자전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전거 도둑은 좀도둑이 아니다”라며 “보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당연히 중요한 재산으로 취급돼 구입시 본인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하고 차마다 고유번호를 갖게 된다. 오토바이도 50cc 이상 125cc 미만은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50cc 미만 오토바이의 경우 차대번호로 관련기관에 등록을 해 신고필증도 교부받는다. 날로 진화하고 있는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에서 내 자전거를 지키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자전거 타기. 그러나 이와 함께 자전거 도난 방지 정책이 필요하다. 바코드·GPS 등의 기술을 이용해 자전거에 인식표를 의무 부착하거나, 지하철역 주변 등 후미진 자전거 보관소에는 도난 방지용 CCTV를 설치하는 행정적 조치도 필요하다. 최근 손해보험 상품이 생기도록 정책적으로도 노력 중이라고 한다. 자전거는 차량과 달리 번호판이 없고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도 어려움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이용 후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자전거나 지정된 보관소가 아닌 장소에 그냥 둔 자전거는 도난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자전거를 이용한 뒤에는 반드시 잠금장치를 하고, CCTV 등이 설치된 곳이나 지정된 자전거 보관소 등에 안전하게 보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제조사만도 25곳이 넘고, 시장 규모도 3000억 원이 넘을 정도이다. 따라서 자전거도 오토바이나 자동차처럼 제조단계부터 프레임에 번호를 찍어 두면 도난시에도 발견이 쉽고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번호판을 달면 자동차처럼 소유권이 명확해져 타인소유라는 인식이 강해지므로 훔치려는 생각이 줄어들 수 있다. 자전거도 법적으로 번호판제가 실시되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 속에서도 자전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더 많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사랑한다. 자전거 도난방지 수칙… ‘내 자전거는 내가 지키자’ 자전거의 천국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도 자전거 도둑은 없어지지 않는 사회적 문제이다. 어딜 가나 도둑은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 정비뿐 아니라 자전거 문화의 의식도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먼저 내 자전거를 지키는 나만의 방법들을 익혀 둘 때이다. 1. 자전거를 밖에 묶어 두지 않는다. 먼저, 자전거는 절대 밖에 묶어 두지 않는다. 20만 원 이상의 자전거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자전거 보관대 등의 시설이 갖춰져 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되도록 밖에 묶어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고급 스포츠카보다 관리가 어렵다. 집이 좁아 자전거 세울 곳이 여의치 않다면, 비싼 자전거는 사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자물쇠는 도난방지용이 아니고 도난지연용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에서 자전거 등록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니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밖에 묶어 두어야 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 묶어 두는 자전거가 ‘너무 좋으면 안 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눈에 띄게 값비싸 보이는 자전거라면 자전거 도둑의 눈에 띄기도 쉽다. 자신에게 매력적이고 값진 자전거라면 자전거 도둑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만큼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자. 2. 전철역 주변의 자전거 보관대는 더욱 주의하도록 하자. 전철역 인근의 자전거 보관대에 주차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자전거족들이 가장 빈번하게 자전거를 도둑맞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역 자전거 보관대의 어두운 곳은 관리인의 눈에 띄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도 의심 없이 지나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지하철역의 자전거 보관대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고간다. 더더욱 자전거 근처에서 서성대는 사람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또 새벽 시간에는 오고가는 사람이 드물어 도난의 위험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3. 똑같은 자리에 계속 보관하지 않는다.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자전거를 묶어 두는 것도 좋지 않다. 장소가 만약 아파트 현관 앞이라도 마찬가지다. 절도범들은 오고가면서 자전거를 눈독들이다가 작전을 세우고 자전거를 훔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소를 자주 바꿔 가며 자전거를 보관하도록 하자. 4.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자. 자전거를 묶어 두어야 할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보관하도록 한다. 사람의 눈이 아니라 CCTV가 있는 곳에 묶어 둔다면 도난 방지 효과가 더욱 뛰어나다. 자전거를 묶어 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절도범들이 줄은 끊는 등의 행동을 하기 힘든 장소냐가 더 중요하다. 5. 전봇대나 가스관·수도관 등에 묶어 두도록 한다. 자전거가 보편화되고 생활에 깊이 관여하게 되면서 앞서 말한 절대적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보다 융통성 있는 도난방지책이 필요하다.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잠시 화장실에 가거나, 혹은 먼 여행지에서 음식점에 들어간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 가닥의 쇠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쇠줄로 자전거를 묶을 때는 바퀴·프레임을 합쳐서 전봇대나 가스관·수도관 같은 강력한 구조물에 묶어 두어야 한다. 길이의 여유가 된다면 자전거 안장의 스프링 부분까지 같이 묶어주면 좋다. 단 30초 자리를 비우더라도 자전거를 묶어 두는 편이 좋다. 6. 자전거를 묶는 데도 원칙이 있다. 자전거를 묶는 데에도 생각이 필요하다. 자전거의 바퀴만 프레임과 묶어 두면 통째로 들고 가버릴 수도 있다. 들고 가서는 어두운 곳에서 줄을 끊고 타고 가버릴 것이다. 자전거의 앞바퀴나 뒷바퀴만 지지대에 묶어 두면 바퀴만 덩그러니 남고 다른 부분은 가져가버릴 수도 있다. 자전거의 안장을 묶어 두지 않는다면 안장만 뽑아간다. 고급 전립선 안장 같은 경우는 값이 제법 비싸다. 자전거 마니아 중 일부는 안장을 뽑아서 간수하고 있으면, 절도범이 줄을 끊어도 타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못 가져간다고도 한다. 그러나 절도범들은 여분의 안장을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으며, 페달을 뽑아놓을 경우 대비해서 여분의 페달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어떤 상황이든 100% 방지란 없다. 7. 잠금 장치가 벽이나 바닥에 붙지 않도록 한다. 잠금 장치를 달더라도 잠금 장치를 통째로 망가뜨리는 도둑도 있다. 망치나 무거운 돌로 열쇠 부분을 내려쳐 자물쇠를 여는 수법이다. 자물쇠를 망가뜨리려면 반대쪽에 벽이나 돌이 받치고 있어야 한다. 자물쇠는 눈에 잘 띄게 아래쪽에 닿지 않도록 달아준다. 8. 중요한 부품들은 빼서 보관하라. 자전거 전체보다 일부 부품만 빼 가는 절도범도 있다. 대부분의 자전거들이 바퀴와 안장을 쉽게 분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안장이나 바퀴, 심지어는 바퀴만 남기고 몸체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니, 뺄 수 있는 부품들은 빼 놓는 것이 좋다. 10. 튼튼한 자물쇠를 구입하라. 자전거 자물쇠의 종류만큼이나 자물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5,000원 미만의 자물쇠에서부터 3만 원 이상의 자물쇠까지 종류가 다양하지만, 되도록 너무 싼 자물쇠는 이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끊어 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쇠줄과 망치에도 비교적 튼튼하게 버티는 자물쇠와 경보기가 울리는 자물쇠 등 기능이 가미된 자물쇠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자전거에 잘 맞는 자물쇠를 구입해 사용하도록 하자. 이중삼중으로 자물쇠를 채워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11. 중고 자전거를 구입할 때는 파는 사람을 꼭 확인하자. 인터넷을 통해 중고 자전거를 거래할 때는 반드시 파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자. 상대방의 신원을 모르고 샀다가 자칫 자전거의 본래 주인과 만나면 일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전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자전거를 분실했다는 게시물들을 미리 확인하고, 내가 사려는 중고 자전거가 혹시 같은 기종은 아닌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