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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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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5호 편집팀⁄ 2009.07.07 14:56:36

글ㆍ구연주 작가는 캔버스를 마주하고 앉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이런 질문에 부닥치게 된다. 무엇을 그려야 할 것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작가들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하여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근대 이후의 우리나라 화단은 순수미술이라는 이름 아래 주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을 대하는 시선에서 전통 미술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서양 문물이 들어온 이후로 자연은 한낱 사물로 전락하게 된다. 신성한 생명의 근원으로 숭앙되던 전통적 자연은 온데간데 없고, 음식물이나 건축 재료 등을 제공하는 사물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 결과로 작가들은 자연물의 형태나 색상 등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비례나 균형 등 나름대로의 조형적 미학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미학적 가치는 사물의 외형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될 뿐이었고, 자연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늘날 엄청나게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의술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생존 환경이 오히려 더 위협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된 귀결로 볼 수 있다.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도 모두 생명체를 사물로 대하는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 자연을 사물로 보는 사고방식은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과 사용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인간의 생명을 동식물과 같은 사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기다가 요즘은 저출산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 되고 있다. 유약하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자연을 사물로 인식하는 가치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자연을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인식한다면 함부로 자연을 파괴하거나 남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이면에는 작가들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들이 생명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우연한 조형적 아름다움에 도취해 있는 동안 정작 소중한 생명이 시들어 가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명체가 사라진 지구가 과연 지금처럼 아름다울 것인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우주의 수많은 별들처럼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 전에 화성에서 물이 흘렀던 자국을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고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을 찾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내가 자연과 생명을 그림의 주제로 삼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을 낳는 일이 중요하고, 성실하게 생명을 이어 가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낳고 이어 갈 수 있는 이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생명의 움직임이고, 그 생명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인 것이다. 이 말은 죽은 뒤에 나 혼자만 갈 수 있는 유토피아를 위하여 헌신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유토피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작품의 주제는 천리(天理)와 천도(天道)를 근거로 현세에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했던 유교사상에서 배운 것이다. 조형적인 표현 기법은 생명의 이치를 그린 조선시대의 화조도나 신사임당의 초충도 같은 그림에서 얻은 것이다. 유교에서는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였으며, 상대적인 존재가 서로 돕고 견제도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하였다. 유교의 실천 목표가 이렇게 현세의 문제에 집중되는 까닭은 내세관 때문이다. 유교에서 생각하는 내세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이상적인 공간이며,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라서 현세를 유토피아로 만들면 현세와 내세가 모두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관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 나를 위하여 네가 희생해야 한다거나 내세를 위하여 현세를 희생해야 한다는 가치관으로는 인류가 공존할 수 없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도 없다. 지난 세기 동안 인류는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가치관이 얼마나 강한 독소를 내뿜는지를 익히 경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모든 존재의 가치는 동등하며, 가장 소중한 가치는 생명이라는 것을 터득하였다. 함께 어울려 살면서 서로 돕고 견제하여 건강한 생명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생명 공간인 이 지구에서 생명이 사라진다면 한낮 황량한 사막일 뿐이다. 하나하나의 생명이 모두 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구성원인 것이다.

감각적이면서 논리적인 작가 김대희 기자 heeis@cnbnews.com 오방색이 주를 이루는 원색의 강렬함이 시선을 사로잡고 화폭 속의 사물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함을 보이는 구연주 작가의 작품은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이는 곧 유교사상을 따르기 때문으로, 작품의 테마는 생명과 생명의 존재방법, 즉 도(道)를 나타낸다. 구연주 작가는 유교사상을 안다면 조형적 아름다움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화폭 속의 생명체들은 어느 한 부분도 잘리지 않고 모두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여백 없이 꽉 들어차 있다. 또한, 화폭 속의 생명체들은 남과 여, 암컷과 수컷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생명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구연주 작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작품으로 나타낸다. 특히, 구연주 작가의 작품은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밝고 화사하면서 경쾌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덧칠로 경박함을 없애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차분함도 담고 있다고 작가는 전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구연주 작가의 그림은 위, 아래 구분이 없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원하는 대로 바꿔 가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구 연 주 (具延柱 Koo Youn Joo) 1979년 경희대학교 미술교육학과/동 대학원 졸업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 강사 역임 개인전 2008 갤러리 각 기획 초대전(서울) 그룹전 1979~2009 에뽀끄전ㆍ이후전ㆍ사이전ㆍ모두전 등 출품 초대전 앙데빵당전/‘82 종이작업전/서울 현대미술제/서울 국제 드로잉전/ ‘83 회화제/부산 청년 비엔날레/접근ㆍ가늠ㆍ도달전/삶의 미술전/ 한국현대미술 작가 초청전(대만)/서울 방법전/남부 현대미술제/ 현대미술 30년전/자연과 인간전(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다수 출품 2009년 활동 초월주의 작가전(볼태르 화랑, 스위스 취리히) SOAF서울오픈아트페어(코엑스, 서울) 아트 아시아 바젤(스위스, 바젤) 한ㆍ일ㆍ라틴아메리카전(동덕미술관, 서울) 한국미술협회 회원, 이후전 회원 E-mail (yjkoo4774@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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