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섭 미술평론가 이두식이 추구하는 조형세계의 원칙 또는 큰 틀은 생동감을 포함하여 동양사상 그리고 한국적인 정서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연물상에서 받아들이는 형태미와 생기 넘치는 공간 또는 여백, 그리고 오방정색으로 함축되는 음양오행사상 및 한국적인 정서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이다. 그러면서도 시각적인 이해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보편적인 조형언어 및 어법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를 충족시킨다. 설령 추상과 구상을 혼합한 형태라는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결코 난해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그는 감상자에게 일방적으로 창작의 권리만을 내세우는 강압적인 태도는 취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림에는 볼거리와 읽을 거리, 그리고 사유의 문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분적으로 구상적인 이미지를 도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은 어쩌면 현대미술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친절이자 배려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대중적 인기작가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아니,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상과 그에 따른 성과는 단순한 국내용 작가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그의 작업은 점·선·면·색채·균제·비례·조화·통일 따위의 조형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한결같이 생기 넘치는 이미지로 귀결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는 선명하면서도 명쾌하며 명확한 이미지 및 색채와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모호하거나 애매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없을 뿐더러, 모든 표현적인 이미지는 자기 확신에 차 있다. 자기 확신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근거한다. 실제로 그는 초기부터 일관된 조형적인 사고 및 조형어법을 구사해 왔다.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흐름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지키며, 동양적인 사상 및 철학을 중심에 두고 한국적인 정서의 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일구었다.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으로 상징되는 현대회화의 속성에 비추어볼 때 그의 그림은 복잡하다. 그만큼 전혀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그의 그림은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의식구조 및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 자신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진솔한 기술인 것이다. 그러기에 그림을 만들어 가는 조형언어가 현란하다고 할 만큼 다채롭고 개성적이다. 빠르고 경쾌하게 구사하는 선과 짐짓 시각적인 호소력이 강한 오방정색으로 요약되는 화려한 원색과 점 그리고 면이 뒤섞이는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난해하다거나 불친절하다는 인상은 아니다. 오히려 마치 관현악의 장중하고 일사불란한 화음의 연결처럼 현란한 이미지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도 시각적인 혼란스러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청황적백흑이라는 오방정색을 중심으로 하는 색채 배열은 한국인의 오랜 전통습속(관혼상제 및 민속기물 따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색채 패턴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그러기에 오방정색을 기본으로 하는 색채 배열은 정서적인 친근성으로 다가온다. 그의 그림은 구상과 추상의 대립과 조화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방법적으로는 음과 양, 강과 약, 명과 암, 빠름과 느림, 긴장과 이완 따위의 상반되는 이미지 및 개념을 따른다. 이러한 방법적인 패턴은 긋고 지우고 덮고 뿌리고 흘리고 찍고 뭉개는 따위의 다채로운 표현 방법으로 구체화된다. 이렇듯이 극단적이고 대립적이며 상반적인 형식논리에 의해 구축되는 화면은 복합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가운데서도 추상적인 이미지가 지배하는 상황이지만, 간간이 모양을 드러내는 구상적인 이미지는 그림의 구성요소로서뿐만 아니라 제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작품에서나 구상적인 이미지가 제재가 되거나 내용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그는 구상과 추상의 대립 및 조화라는, 단순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변적인 세계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표현적인 이미지는 처음부터 면밀하게 계획되었거나 의도된 것이 아니라,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인과 감흥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순발력과 즉흥성이 강하다. 구체적인 형태를 지향한다거나 또는 절제되고 금욕적인 화면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작업하는 과정의 감정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모든 형태의 이미지는 그의 상반되는 다른 이미지와의 대립 및 조화 그리고 통일이라는 원칙에 순응한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시각적인 인상과 함께 감상자의 감정을 뒤흔드는 생동감으로 넘치는데, 이는 격렬한 제스처를 수반하는 선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선은 날이 선 듯하다 못해 살기가 느껴질 정도이다. 이러한 느낌은 아마도 모필이 만들어내는 힘의 표현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한글이나 한자의 서체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골기가 다름 아닌 생동감을 주도하는 것이다. 모필을 사용하는 서체는 서양화의 소묘와 유사한 개념이면서도 간결한 선으로 형태를 요약하고 함축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추상적인 이미지로 바뀌었을 때 모필 선은 즉흥성과 만나 한층 자유롭고도 폭발적인 힘을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이야말로 다름 아닌 살기의 진원지인 셈이다. 그의 작품은 어쩌면 자기 표현에 솔직한 한국인의 기질적인 특징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의 경제를 상징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에는 그런 다이내믹한 한국인의 기질 및 정서와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렇다. 그는 그림을 통해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삶의 열정을 자극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처럼 현란하고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지닌 선을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고 그 누구의 조형세계에도 저촉되지 않는 그 자유로운 선의 유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가 제시하는 선의 유희와 자극적인 색채미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이두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대학원 회화과 졸업 일본 교토 조형예술대학 박사(예술학) 개인전 57회 주요 국제전 / 단체전 1974 제1회 서울 비엔날레(국립현대미술관) 1983 한국현대미술전(도쿄 미술관 외 4개 도시 순회전) 1984 CAGNES 국제회화제(Cagnes, 프랑스) 1987 상파울로 비엔날레 (브라질) 1988 한·중 현대회화전(국립역사박물관, 대만) 1995-98 한국현대미술순회전(이탈리아·독일·헝가리·터키·폴란드·스위스·루마니아·영국·오스트리아·프랑스·벨기에·케냐·남아프리카공화국·튀니지·아일랜드) 1996 FIAC(프랑스) 2000~01 아시아 평화미술전(도쿄) 2001 MANIF SEOUL 2001(예술의전당) 2002 이두식, Okano Koji 2인전(도쿄) 2003 제1회 베이징 비엔날레 (중국) 2003 중국 항주 금채화랑 초대전(金彩畵廊, 中國 杭州) 2004 SFAF전(예술의전당) 2005 KCAF(예술의전당) 2006 문신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문신미술관) 2007 갤러리 아트도롬 초대개인전 (독일 포르세하임) 2008 이두식 드로잉 개인전(노화랑) 2009 노신 미술대학 초대 개인전 ‘동방추상 이두식 교수 초대전’(중국 심양) 제17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서울미술협회 이사장 홍익대학교 미술대 학장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 교수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