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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위반, 엄벌 피할 수 없다”

정직한 공시문화와 자본시장 건전화, 자본주의 체제 유지 위한 필수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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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6호 박현군⁄ 2009.07.14 15:26:09

현재 자본시장에서 공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불성실공시·허위공시·무공시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들은 반드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6개월 이내에 이들의 이의 제기와 금융감독원 및 증권선물시장본부의 자체 감시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설사 투자자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엄밀한 감시망을 요령껏 피했더라도, 검찰과 법원의 최종 감시망에는 어차피 걸리게 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불법적 공시행위를 시도했다가 결국 본전도 찾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패가망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경제 사정이 최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시 의무자들의 재정적·정신적 여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쌍용자동차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현실화, 실업률 상승, M&A시장의 매물 폭증 등 갖가지 악재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시절의 악몽에 비하면 아직은 최악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비정한 정글 속에서 치열한 투자전쟁을 치르는 증권·선물·채권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IMF 시절 이상의 위기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20여 년 간 증권시장에 참여하여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 한 전업 투자자는 “불황탈출에 대한 희망이 퍼져 나가던 상반기나 국가부도 위기가 팽배해지던 지난해 하반기나 시장 참여자들의 피말리는 위기감은 어차피 달라진 것이 없다”며 “공시위반 뿐 아니라 수익률 상승을 위한 갖가지 편법도 동원할 수만 있다면 뒷감당 따위 생각 않고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씩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유혹은 재벌가도 피해 가지 않았다. 국내 굴지의 유력 기업의 오너 일가들이 공시위반 혐의로 패가망신하고 체면을 구겼으며, 또 어떤 이는 국회의원직까지 박탈됐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를 국가 경제의 이념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신뢰성 확보는 경제체제 유지의 기본 중 기본과 같다. 만약 불완전·허위공시를 조금이라도 허용하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하락과 약화로 이어져 결국 한국 경제의 총체적 기초체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관련법은 경제체제의 국가보안법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위반, 돈·권력·배경도 ‘약발’ 없어 그래서인지 공시 위반에 대해서는 돈·권력·뒷배경도 소용없다. 이 점은 지난달에도 여실히 증명됐다. 두산그룹의 로열패밀리 일가인 박용호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 씨가 그 주인공. 박중원 씨는 지난 2일 증권시장 조작 혐의로 3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는 박 씨에게 “(자신이) 재벌가 일원으로서 언론 인터뷰와 허위공시를 통해 주가 폭등을 유도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가 인정된다”며 집행유예 없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언도했다. 박 씨는 자기자본 없이 뉴월코프를 인수한 후 마치 자기자본을 투입한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폭등시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을 통해 “(그의 행위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기업과 시장의 신뢰를 저해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 공시의무 사항을 무시하고 공시하지 않았다가 체면을 구기고 재산권도 행사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일동제약의 윤원형 이사와 이금기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송파재단·전용자·이도연·이주연·이준수·김문희는 일동제약이 29일 개최될 2009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안희태 씨와 글랜우드투자자문이 지난 17일 신청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이다. 글랜우드투자자문은 소장에서 “송파재단은 일동제약 이사 윤원영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고, 전용자·이도연·이주연·이준수·김문희는 일동제약 대표이사 이금기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주식 등 대량보유 상황의 보고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결국 전용자·이도연·이주연·이준수·김문희·송파재단 등은 지난달 29일 일동제약의 주주총회에서 안희태 씨-글랜우드투자자문 측과 표대결을 위해 주식을 매입했지만 주식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공시해야 함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총회에서 보통주의 경영권 행사라는 당연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윤원영-이금기 회장 측은 소액주주들의 지분 위임장으로 가까스로 표대결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깔끔한 승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후속 법적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KT그룹 계열사 불성실 공시로 과징금 폭탄 이 같은 공시의무는 개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회사도 공시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지난달 24일 KT그룹이 불성실 공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713만 원의 과징금을 선고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의 자회사인 케이티링커스·케이티에프디에스·텔레캅서비스·디앤지스타 등 4개 사에 대하여 지연공시 및 허위공시 혐의를 잡고 과징금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케이티링커스는 66억 임차계약에 대한 공시를 4일 지연했다는 혐의로 424만 원, 텔레캅서비스는 40억 원 자금차입에 대한 공시를 229일 지연한데 대한 제재로 2919만 원, 디앤지스타는 1억 원 자금차입을 189일 지연공시했다는 혐의로 370만 원을 각각 추징당했다. 반면, 케이티에프디에스는 46억 원 자금차입을 미의결한 것과 5억6000만 원의 금융 리스를 미의결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각각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의 과징금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 건전화에 대한 엄격함은 국회의원도 예외를 두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소속 전국구인 정국교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국회의원직 상실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그는 2007년 4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H&T사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원료인 규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치솟자 주식을 처분해 약 44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그를 국회의원직에서 끌어낸 당사자는 한나라당도 검찰조직도 아닌, H&T의 공시를 보고 투자했다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까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팍스넷에 카폐를 개설해 피해자를 모은 후 정 대표를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정 의원을 보호하길 원했지만, 그의 혐의 내용으로 인해 결국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의석 수 하나가 줄어드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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