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뛰어 캄보디아 각료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인천시(안상수 시장)와 프놈펜 시(캄보디아) 사이에 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한 기업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상하종합건설’의 홍광주 회장이다. 홍 회장은 지난 3월 인천시와 프놈펜 시의 자매결연을 직접 주선해 성사시킨 인물이다. 그는 캄보디아의 성장과 발전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다. ‘캄보디아 홍보 전도사’로 통할 만큼 캄보디아를 ‘제2의 고향’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그는 “오랫동안 캄보디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인천시와의 자매결연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7월 말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르네코’ 임원진과 함께 캄보디아 현지 투자를 위해 출국한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 축인 캄보디아를 신(新)사업의 투자 거점으로 확장하기 위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8월에는 인천시가 개최하는 세계도시축전에도 캄보디아를 참가시켰다. 또한, 이 축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인천시로부터 캄보디아 민간홍보대사로 위촉될 예정이다. 홍 회장과 캄보디아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지 한국인을 통해 소개받은 캄보디아 치안본부장과의 만남이 훈센 총리를 비롯하여 힝분힝 부총리 겸 경호실장 등 주요 각료들과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는 계기가 된 것. 그는 인천시와의 자매결연에서부터 한국 기업과의 투자협정 등 각 교류 영역에서 캄보디아 각료들로부터 믿을 만한 한국의 후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홍 회장과 캄보디아의 독특한 인연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유별난 캄보디아 사랑을 인터뷰로 담아냈다. 캄보디아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때 해외투자 여력이 생겨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 남방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다가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한번은 이들의 삶이 너무나 팍팍하고 빈곤해 마을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우물을 팔 수 있는 약간의 돈을 건네준 적이 있다. 당시 건네준 돈은 250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들에게는 마을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액수여서 내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때의 경험이 캄보디아에 연민을 품게 한 계기가 됐다. 진심으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그들과의 동질감 때문이었다. 내 부친은 6.25 전쟁 시절 치악산 근교에서 전투를 치르다가 전사했다. 그때부터 전몰군경 유가족으로서 힘겹게 홀로서기를 해왔기 때문에,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이들 역시 신생 독립 개발도상국으로서 내전과 군사독재 경험을 거쳐왔기 때문에, 정서적인 유대감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힝분힝 경호실장과는 남다른 관계라고 하던데, 특별한 인연이 있나? 캄보디아 방문 때 현지 한국인을 통해 치안본부장을 소개받았고, 이분을 통해 힝분힝 경호실장을 알게 됐다. 그런데 힝분힝 경호실장의 인척 중 한 사람이 현지에선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돼, 인천 ‘길병원’에 협조를 구하여 치료를 도와준 적이 있다. 아마도 이때부터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인천시와 프놈펜 시는 자매결연 이상의 다양한 교류가 예상되는데…. 8월 7일부터 10월 25일까지 개막되는 ‘2009 인천 세계도시축전’에 캄보디아도 참가하는데, 도시축전이 끝난 뒤 인천시에 소재한 유망 중소기업을 모아 현지투자 중심의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 영역에선 ‘길병원’이 의료장비를 캄보디아에 무상 기증키로 합의한 상태이다. 이 밖에도, 인천시의 여성단체 등과 연계해 다양한 인적·물적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캄보디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칠 생각이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르네코와도 현지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나? 르네코는 건축분야에서부터 정보통신 및 ITS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회사이다. 우리는 현지 사정을 감안해 우선 협력이 가능한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캄보디아의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캄보디아는 아직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발도상국인데,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나? 캄보디아는 2003년부터 시장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외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7년 기준으로 세계 170개국 중 투자환경이 35위에 이를 정도로 투자 여건은 좋은 편이다. 가령,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권을 100% 인정고, 투자자금 및 수익 등의 자국송금이 자유롭다. 게다가 20세 이하의 젊은 세대가 전체 인구의 50%에 달할 정도로 인적 자원의 잠재력도 높다. 특히, 원유 산유국으로 최근 급부상한데다 광물 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훈센 총리의 한국 사랑이 각별하고, 한류 열풍도 대단한 곳이다. 앙코르와트와 같은 뛰어난 관광 자원도 서비스 영역에선 유리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낮은 노동생산성, 적은 규모의 내수시장기반 등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적어도 투자 및 성장 잠재력에 관한 한 베트남 못지 않게 가능성이 충분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캄보디아를 고향처럼 아끼는 만큼 다른 구상도 갖고 있을 텐데…. 어떤 나라든 미래를 책임질 세대는 젊은이들이다. 이 젊은 세대가 미래를 꿈꾸며 삶을 개척할 여건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한, 그 나라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투자 여력이 허락하는 한 제일 먼저 기술학교를 현지에 설립하여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하지만, 당장 급박한 문제는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빈곤에 시달리거나 질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길병원 등과 협력해 의료지원사업을 펼치면서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복지지원 및 교류 등이 활성화되도록 힘쓸 생각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인천시에 소재한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도록 유도한 뒤, 더불어 고용창출도 유도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제 여건을 제공하는데 한몫을 하고 싶다. 끝으로, 캄보디아 현지에 투자할 때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진정성’을 갖추는 자세가 중요하다. 캄보디아가 개발도상국이라거나 빈곤국가라는 이유로 괄시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이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천 년의 유서 깊은 전통을 보유한 자존심 강한 민족이다. 특히, 이들에게 사회적 병폐 중 하나인 유흥 및 퇴폐 관련 사업을 벌여 이득만을 쫓는 것은 양국 간의 신뢰에 치명적인 위협을 안겨줄 것이다. 진정한 우호와 협력 관계로 캄보디아를 바라보고, 토착민들의 정서를 진심으로 배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