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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뚱보로 보이지만 뚱보를 그린 것이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Fernanado Bot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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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3호 편집팀⁄ 2009.08.31 18:35:50

안진옥(라틴미술 기획자) 터질듯한 절대적 볼륨, 보테로식 패러디 등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 세계를 선보이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보테로. 그는 현재 살아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거장이자, 세계 미술사에 큰 업적을 이루고 있는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32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페르난도 보테로는 콜롬비아 작가로는 거의 전례가 없을 정도로 미술사적 위치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이룬 작가이다. 콜롬비아의 안데스 산맥 깊숙한 곳 메데진이라는 스페인 식민 문화의 잔재가 남아있는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보테로는 세상과 고립되어 정통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8세 때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미술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현대 미술을 접하게 된다.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Pablo Picasso)와 지오토(Giotto di Bondone)의 사본을 보게 되면서 형태의 왜곡을 통한 신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이 후 유럽으로 떠나 미술 학교의 정통 교육 과정 대신 대가들의 작품을 모사하거나 분석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현재까지도 미술사 전통 속에 자신을 확인하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는데 특히, 벨라스케스의 견고하고 세밀한 묘사 기법과 고야의 위트 있는 풍자적 표현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내 그림들이 뿌리를 갖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뿌리가 작품에 어떠한 의미와 진실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내가 손을 댄 모든 것이 라틴 아메리카의 영혼으로부터 침투한 것이기를 바란다.” 이처럼 보테로는 라틴 아메리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 미술과의 접목을 이루어 낸 작가이다. 자주 사용한 콜롬비아 국기색인 빨강, 노랑, 파랑의 표현 등은 그의 미술 저변에 깔려있는 라틴의 영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그는 영향을 받은 작가로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를 꼽는다. 젊은 시절 유럽에서 콜롬비아로 돌아와 열린 개인전에서 평론가들로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양식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생계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어렵게 생활하다 결혼과 함께 멕시코시티로 이주했다. 그 당시 멕시코 벽화운동으로 남겨진 프레스코화들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형태의 왜곡을 사용하는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감각적이고 통통한 데포르마숑(Deformation), 특히 멕시코 벽화운동의 주요 인물인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형태를 최대한 과장시키는 보테로 양식을 구현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그의 작업 특징인 데포르마숑 형태는 풍선처럼 터질듯한 형태의 풍만함에서 오는 볼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형태를 증대시키는 것은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의 관능미와 풍부함을 잘 전달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또한, 우리는 고전미술의 패러디 작품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는 현대 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팝아트 성향의 패러디 작품들과 달리 미술 양식의 원류를 보여주고자 조형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여 보테로식 패러디를 창조해 냈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작업 특성은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에서도 이어진다. 터질듯한 절대적 볼륨, 이를 입체로 구현시키는 것은 그의 작품 철학의 귀결이라 볼 수 있다. 1963년부터 볼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대형 조각들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청동주물 시스템의 발견으로 대형 야외 조각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햇살이 조각에 비추거나 혹은 빗방울이 표면에서 미끄러져 나갈 때의 효과는 그림자와 함께 매끄럽게 흐르는 청동의 선을 환상적으로 연출한다. 콜롬비아에서 경험한 바로크 양식의 영향으로 대형 동물 형상, 누워있거나 서있는 뚱보여인과 함께 아담과 이브는 특히 조각에서 많이 등장한다. 누가 보아도 뚱보를 그린 것이지만 그는 언제나 말한다. “난 뚱보를 그린 것이 아니다.” 라틴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그가 앞으로 세계 미술사에 남길 위대한 예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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