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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완벽한 일루전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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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9호 편집팀⁄ 2009.10.13 16:53:40

박소영(미술평론가) 몇 년 전부터 윤병락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사과를 그린 탓에 ‘사과 작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필자가 작업실을 방문했던 날에도 작가는 사과들이 넘치는 캔버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젊은 여인의 탱탱한 가슴 같은 그의 사과는 이브의 사과처럼 관람자를 유혹한다. 사과들의 집합과 분산을 통해 질서와 무질서의 조화를 치밀하게 구성한 화면은 질서감각으로 충만한 세잔의 화면 속 사과를 떠올리게 한다. 궤짝에서 굴러 떨어진 사과는 아예 그림틀을 벗어나 벽면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아래쪽으로 향하는 물체의 무게뿐이며, 물체는 중력가속도와 같은 가속도로 떨어진다는 뉴턴의 이론을 여기에 끌어들일 순 없겠지만, 분명히 이 사과는 필연적으로 바닥에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에 이어 윤병락의 사과는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린 시절, 사과밭으로 유명하던 고향 영천에서 친구들과 서리한 사과를 먹던 추억은 작가의 정신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되었을 것이다. 소년은 불법의 쾌락에 스스로를 던지듯 금단의 영역으로 침입한다. 사과를 따는 순간의 전율, 성급한 입맞춤과 동시에 달콤한 과즙은 소년의 목젖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림 속의 과일들은 농염한 자태로 마치 호객 행위를 하듯 관람자의 시선을 유혹한다. 관람자와 과일 사이의 내밀한 커뮤니케이션은 관능과 축제의 감동을 녹아들게 할 선택받은 순간을 형성한다. 붓 자국을 전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극명하게 대상을 재현함으로써 일루전의 극대화를 이루는 ‘눈속임’(trompe l'oeil) 기법의 화면은 선택받은 순간의 체험을 강화시킨다. 그의 화면에서 눈속임은 과일 표면의 숨구멍, 궤짝의 나뭇결, 녹이 슨 못 자국, 구겨진 신문지의 글씨들과 흘러내리고 있는 접착제에서 절정에 이른 느낌을 준다. 17세기 네덜란드의 눈속임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들이 편지나 깃털처럼 두께가 얇은 데 비해, 윤병락의 그림에서 볼륨감 넘치는 과일과 그것이 담긴 두터운 궤짝은 훨씬 더 공간의 깊이를 강조하고 있다. 접시 모양, 반으로 자른 수박 모양, 사과가 집적된 궤짝 모양으로 잘려진 캔버스는 회화의 평면성을 유사 오브제의 영역으로 진행시킨다. 완벽한 일루전의 창출을 추구하는 윤병락의 그림에서 역설적으로 평면성과 사물성으로 요약되는 반(反)일루저니즘의 논리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그림 안의 대상들에게 매우 리얼한 현존을 부여하기 위해 그것들의 촉각적인 면을 강조한다. 촉각은 우리가 모태로부터 받는 최초의 감각으로서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성보다 더 중요한 감각이 예술가의 삶을 지배하는 이유로 윤병락의 과일은 감각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감각이란 들뢰즈가 말하듯이 실제로 감관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존재론적 사건이라 하겠다.

윤병락(尹棅洛) Yoon,ByungRock 1968 경북 영주 출생. 1994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09 리안갤러리(창원) 2007 노화랑(서울) 2006·2004 송아당화랑(대구) 2003 대구카톨릭대학교 부설 갤러리예술사랑(하양) 2001 인데코 갤러리(서울), 송아당화랑(대구), 문화예술회관 기획 청년작가 초대전(문화예술회관, 대구) 2000 보물창고찾기, 송아당화랑(대구) 1998 대백프라자 갤러리(대구) 1995 고금미술연구회 선정작가 개인 초대전, 봉성갤러리(대구) 수상경력 1998 제18회 대구미술대전 대상(문화예술회관, 대구) 1994 공산미술제(동아갤러리, 서울) 1993 제1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과천 현대미술관) 현재 한국미협, 고금작가회, 심상전, 신작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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