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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외면한 교육, 弱骨만 量産

초중고생 기초체력 갈수록 떨어져…“운동해야 공부 잘해” 실험이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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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1호 박성훈⁄ 2009.10.27 14:49:59

한창 성장할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입시 경쟁에 떠밀려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기초체력이 부실해지고 있다. 잘 먹어 덩치는 커지지만 체력은 형편없는 ‘비실 학생’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운동을 곁들여야 공부도 잘하지, 머리에 아무리 밀어 넣어도 몸이 허약하면 모래성 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의 기초체력 저하는 학교와 학원 공부에 매달리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는 탓이다. 여기에다 학교 체육을 등한시하는 풍조 때문에 지난 10년 새 중·고교의 체육 시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은 자습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체육 수업이 사라진 학교도 있다. 청소년들이 운동을 등한시한 결과는 수치상으로 여실히 드러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00~2008년 학생 신체능력검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신장은 10년 전보다 2~3㎝ 커진 반면, 초·중·고 학생의 신체검사 1~2급 비율은 33%로 2000년(41%)보다 8%나 줄었다. “운동 게을리 하면 학습 효과 떨어져” 흔히 운동과 공부는 서로 반비례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운동을 게을리 하고 공부에만 매달리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분자생물학자 존 메디나는 운동을 하면 뇌에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향정신성 물질이 만들어지며 이 물질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존 래티 교수도 운동이 집중력과 침착성을 향상시키고 충동성은 억제한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운동은 신경세포 사이의 낡은 연결망을 새 연결망으로 바꾸고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2001년 미국 듀크대학 연구 팀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기억·계획·조직·문제해결 능력 등 두뇌 능력이 훨씬 높았다. 한마디로, 운동을 해야 더 똑똑해진다. 적절한 운동은 학업에 도움 이런 실험 결과들을 보면, 현재 심각한 상태인 학생들의 체력 저하는 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학교가 먼저 나서서 학생들의 체력 기르기에 노력하는 곳도 있다. 대구시 해서초등학교는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생 건강체력평가 시스템(PAPS)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지난달 초 전교생 1060명의 기초체력을 측정했다. 신체 지구력과 순발력·근지구력·유연성 등 4가지로 나눠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김영아 교사는 “학생들이 각기 자신의 체력을 확인하고 키울 수 있도록 계단 오르기나 자전거 타기, 달리기 등 개인 운동을 매일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예일초등학교에서는 잔디 운동장을 활용해 여러 가지 체육수업과 방과 후 활동, 운동회 등의 신체활동으로 학생들의 체력을 다지고 있다. 또 방학에는 축구 캠프를 개설한다. 이 밖에도, 기초체력을 측정해 ‘체력 부진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학교, 또는 비만 학생을 모아 운동을 시키거나 식단을 별도로 짜 주는 학교도 있다. “체육활동이 시간 낭비란 인식은 잘못” 오동섭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스포츠 활동에 힘써야 심신이 강해지고 자아 정체감도 생겨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의 바람직한 체육 활동이 학업 경쟁력은 물론, 정체성 확립과 원활한 대인관계를 배울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소년 시기부터 체육활동을 제대로 하면 건강한 학창시절은 물론 평생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미래사회는 고도의 경쟁사회가 될 것이며, 스포츠 활동으로 튼튼한 체력을 가진 사람만이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으면 게임기를 잡고 있거나 오락실에 앉아 쉬는 등 거의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낸다”며 “가족 전체가 함께 스포츠 레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으며 이런 비용에 부모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건강, 학부모와 국가가 챙겨야 미국에서 살다 최근 한국에 돌아온 한 학부모는 “미국에서는 남학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도 대부분 축구 같은 운동을 하면서 아이들을 씩씩하게 키우는 데 비교한다면, 한국에서 학교나 학부모가 약골만 키워내는 현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 현재처럼 학생들을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책상 앞에만 앉아 있게 하는 교육 방법은 국가의 장래에 반드시 해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초·중·고교 시절에 체력 단련을 게을리 하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공부 또는 업무를 해낼 수 없다. 구미 대학에서 며칠씩 밤샘을 하며 과제를 완수하는 현지 학생들을 머리 싸움이 아닌 체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는 유학 경험담은 흔한 얘기다.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끈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허약체질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부터 학생 신체능력검사는 단순히 운동기능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체력관리 개념을 중시하는 건강체력평가제로 바뀌었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는 물론이고 학교 체육시간의 활성화, 스포츠 과외활동의 다양화 등 사회적으로 학생의 체육 활동을 진작시키는 기풍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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