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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화랑]神話, 기억 속의 오래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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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2호 편집팀⁄ 2009.11.03 10:36:18

김현석(시인·문예비평가) 색채와 조형, 그 비밀의 나룻배가 저어가야 할 영원의 방향은 어디인가? 화가는 만트라를 외우며 금·은박의 화판을 펼친다. 팬지꽃이 피어나고 나무가 대기를 뚫고 솟아오르면 도시의 건물들은 성냥갑처럼 작아진다. 길이 뒤쪽으로 달리면 비로소 시간은 순연해진다. 시간이 현대로 흘러올수록 인간은 점점 하등해지고 욕망은 비만해졌다는 영혼의 각성이 뚜렷해진다. ‘우주에의 노스탤지어를 잃어버리면서 인간의 존재 방식은 교만해졌네. 신성한 원시를 상실하면서 꿈은 쇠락해버렸네.’ 아름다운 열망의 주문이 영원에 닿을 것처럼 화가는 길게 길게 읊조린다, 금·은박의 화판에 오체투지한 채. 그렇게 전 생애를 관통하는 무의식의 자장 속에서 잃어버린 정원의 생명들은 피어난다. 그 정원은 섬세하고 다양한 무늬들로 충만된 그리움의 학교 같은 곳이다. 화가는 다시 초승달을 새기고 나무와 탑을 돋우어낸다. 그리고는 세속의 일상을 가로질러 교교한 달빛 너울로 아득한 신화를 끌어당긴다. 신화 앞에서 현대가 내뿜는 인위와 타락에 길들여진 눈빛은 지순해진다. 고요하고 명징한 상태가 드러난다. 이 척박한 현대성의 질주가 끝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뚜렷해진다. 손끝은 기억의 풀밭을 누비며 더욱 더 투명한 근원의 바닥까지 촘촘히 내려간다. 마침내 가장 본래적인 기억들이 겹겹의 지층을 이루며 소용돌이치는 곳이 나타난다. 오래된 정원. 신화시대에나 존재했던 비밀의 화원이다. 우리의 영혼 속에 양각시킨 신화의 기억, 그 싱싱한 시간의 새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순정하고 무구한 인내의 어느 순간, 모든 생명이 하나의 고리로 꿰어지며 목걸이처럼 가슴 앞에서 출렁인다. 고요한 롱테이크의 화면 저 안쪽으로 자잘한 의식의 소롯길이 열린다. 현란한 금·은박 수사의 아라베스크가 피어난다. 그 투명한 거울에 절실한 영혼의 무늬가 입김처럼 배어난다. 그림자의 영혼처럼 기억의 정령들이 투영된다. 이 신화의 기반 위에 태어난 아름다운 금박의 정원을 한순간의 일별만으로는 감득할 수 없다. 금·은박의 색채가 뿜어내는 황홀한 기억의 볼륨감 앞에서 가슴은 오래 비워지고 눈빛은 더욱 명징해진다. 이 그리움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혹여 먼 길을 에돌아 도착하게 되는 곳은 인류의 기원, 그 출발지. 그렇다면 기억의 끝은 신의 자궁 같은 곳이란 말이지. 비로소 인위의 그물을 뚫고 머릿속에서 푸드득 날아오르는 흰 새들. 생의 미세한 떨림이 손끝에 만져질 것만 같은 순간, 절대적인 것에 도달하는 순간이 온다. 일별마저 고요 속에 함몰돼버린 고독한 순간, 문득 폐허의 현대성 위에 비밀구역들이 드러난다. 인간의 신성을 복원시켜준다는 금·은박의 천산에 박힌 수많은 방들. 누구나 열망하지만 함부로 그 문을 열 수 없는 방. 기억의 열망이 꿈꾸는, 인류가 오래 전에 의식 속에 새겨넣은 신성으로 가득 찬 방. 비밀의 열쇠를 인가받는 자들만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방마다에는 무의식의 지층 깊은 곳에 숨은 신화들이 가득 차 있다. 아련한 냄새를 풍기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풍경들. 촘촘한 세촉으로 복원된, 순금의 외로움이 타일처럼 깔린, 기억 속의 오래된 정원. 모든 신화로 내려가는 아름다움의 기제들은 은밀하게 내통한다.

주재현(朱宰賢)Joo Jae-Hyeon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보존수복기술 졸업 개인전10회(광주·서울·도쿄·휴스턴) 2007 상하이 아트페어(상하이 무역센터 뉴욕 아트페어(제이콥 컨벤션센터) 2008 후쿠오카 아트페어 (서일본 컨벤션센터) 2009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주재현 드로잉전(원 갤러리)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강사 영남대학교 조형대학 미술학부 강사 전라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대한민국 한국화대전 심사위원 고양시 행주미술대전 심사위원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2000년 광주미술상 수상 현재 한국미협 회원,(사)광주미술관회 회원,국제현대미술 교류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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