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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고 빨리 가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

담배·결핵 피해 강조하는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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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6호 최영태⁄ 2010.06.28 16:06:56

최영태 기자 desk@cnbnews.com 흔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피울 만큼 피우고 조금 일찍 가지 뭐.” 그러나 한국에서 손꼽히는 폐 전문의 중 한 사람인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잘라 말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일찍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일찍 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담배를 오래 피워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에 걸린 사람들은 호흡곤란으로 거동을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한 뒤에야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단순히 수명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인생의 말년 몇 년 간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흡연자는 알아야 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은 흡연자가 걸리는 병이다. 대기오염이나 분진, 유독가스, 세균 감염 같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환자의 거의 100%가 흡연자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흡연자의 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COPD는 만성적으로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폐질환의 총칭이다.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날 때 흔히 COPD로 진단한다. 우선 기관지염은 담배 연기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 능력을 감퇴시키면서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만성 기관지염으로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조금만 기온이나 습도가 떨어져도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되고 그 때문에 염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흡연자만 COPD 같은 불치병에 걸리며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동을 못하고 밥도 못 먹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게 돼” 그리고 폐기종은 폐의 허파꽈리가 터져 혈액의 산소 교환이 제대로 안 되면서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이 병 역시 거의 100%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면 허파꽈리에 백혈구가 모이고, 백혈구의 단백분해효소가 허파꽈리의 벽을 녹여 폐기종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흡연으로 만성 기관지염이 생기고 폐기종이 생겨 폐 기능이 정상치의 75% 이하로 떨어졌을 때 의사들은 COPD로 진단한다. 보통 폐 기능이 75%까지 떨어져도 사람들은 당장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등산 같은 격한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일상생활에서 폐의 기능을 100%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흡연으로 폐 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50~60% 밑으로 떨어지면, 드디어 일상생활에서도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며, 그때부터 증세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COPD가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 밥을 못 먹고,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므로 대소변도 못 가리게 된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고통. 바로 흡연자의 말년이다. COPD는 치료 방법이 없는 불치병인데다, 발병 빈도가 엄청나게 높다. 대한호흡기학회에 따르면, 45세 이상 한국인의 8%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남성만 따진다면 12%나 된다. 미국에선 1500만 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사망 원인 4위다. 흡연자를 따라다니는 COPD를 설명하면서 권 교수는 ‘환자들의 패러독스(모순)’도 얘기해줬다. COPD는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며, 일단 생기면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불치병이지만, 담배를 끊으면 그래도 도움이 된다.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담배를 피우면 COPD 증세는 급속하게 악화된다. 그런데 의료진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의 COPD 환자가 예의 “일찍 죽지 뭐”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계속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이다. 반면, 폐암 환자들은 발암 사실을 아는 순간 바로 담배를 끊는다. 폐암의 중요 원인도 흡연이기는 하지만, 일단 폐암이 생긴 이후에는 담배를 피우건 안 피우건 암의 진행상황에는 별 영향이 없다. 그래서 솔직히 의료진 입장에서는 폐암 말기 환자에게 “어차피 담배를 끊는다고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므로 평생 좋아하던 담배를 실컷 피우시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신기하게도 폐암 환자들은 하나같이 담배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이다. 결연한 항암 의지가 금연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정작 담배를 끊어야 할 COPD 환자들은 “암도 아닌데 뭐”라면서 계속 담배를 피워 고통스런 삶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담배를 피워도 상관없는 폐암 환자들은 완전 금연을 실행하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어떤 질병을 사형선고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가 이런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전염 안되는 암 치료·연구에는 천문학적 연구비 지원하면서 전염되고 치사율이 40%나 되는 다제내성 결핵에 대해서는 방치 상태. 환자 격리하고 약값 낮추는 정부 정책 시급하다” COPD는 흡연자에게만 발생하는 폐질환이지만, 사회적 문제 때문에 한국인 대부분을 위협하는 병이 또 하나 있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바로 폐결핵이다. 결핵이 한국인을 위협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언제 적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하기 쉽지만, 그는 “바로 이 순간 치사율 40%의 무서운 질병이 아무런 통제 없이 한국의 지하철·버스 등을 통해 전염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한국은 아직도 결핵왕국”이라며 “수도권 과밀로 붐비는 전철·버스 등이 폐결핵 전염의 주요 경로”라고 말했다. 실제로 폐결핵 환자는 적게 잡아도 20만~30만 명이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제 없이 이곳 저곳에 균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설명이다. 결핵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다제내성 결핵’이라 불리는 난치성 결핵이다. 결핵을 치료하려면 고통스런 부작용을 유발하는 결핵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중간에 약을 끊는 사람이 적지 않아 결핵 약에 내성을 가진, 즉 약을 써도 쉽게 죽지 않는 균이 일으키는 결핵이 바로 다제내성 결핵이다. 이 결핵의 완치 확률은 60%에 불과하며, 40%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 결핵 환자는 물론이고, 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환자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버스·전철을 타고 다니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더구나 다제내성 결핵 치료약은 값이 비싸고 건강보험이 제대로 적용 안 돼 환자들이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고, 이에 따라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면서 더욱 전염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권 교수는 “암은 전염되는 병이 아닌데도 단지 불치병이라는 이유로 암 치료와 연구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있는 반면, 다제내성 결핵은 공기를 통해 쉽게 전염될 뿐 아니라 치사율이 40%나 되는데도 우리 보건당국은 그저 방치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모든 폐결핵 환자를 격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다제내성 결핵 환자만은 정부 부담으로 격리시켜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률을 높여 치료비도 대폭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암이라면 무서워 벌벌 떨고 다른 병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한국인의 태도가 ‘COPD에 걸려도 계속 흡연’ ‘다제내성 결핵의 방치’라는 기형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병원 가자” 한마디에 군말 없이 꾸벅 삼성의료원 초창기부터 잔일 맡아 일류 병원 키워

권오정 교수는 현재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그의 기획 아래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두바이 정부와 ▲두바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여 해외 치료를 내보내는 두바이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에 더 많이 보내고 ▲삼성서울병원이 지정해 두바이로 보내는 의사는 별도의 두바이 의료면허를 받지 않아도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등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근 해외 환자의 국내 유치가 큰 화두가 돼 있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이러한 성과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국에 많이 오는 환자는 구미 선진국 사람들이 아니라 중동 지역, 그리고 중국·러시아 등지의 환자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서울 일원동의 황무지에 지어지기 시작하는 초창기부터 관여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가 된 지 2년밖에 안 된 1991년, 아버지처럼 모시던 스승 한용철 교수(전 서울대병원 원장, 삼성서울병원 초대 원장)가 “자네에게는 섭섭한 소리일지 모르지만 나를 따라 삼성병원으로 가야겠네”라고 권유하자 군소리 없이 스승의 뒤를 따라왔다. 오늘의 삼성의료원을 만든 주역 중 하나가 권 교수인 이유다. 권 기획실장이 요즘 힘을 쏟고 있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해외 환자를 받기 위한 국제병원 기준인 삼성 국제 기준(SIS, Samsung International Standard)을 만드는 작업의 마무리 단계다. 다른 병원들은 외국 환자를 받기 위해 미국의 JCI 인증을 받기도 했지만, 권 실장의 생각은 다르다. “어차피 한국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미국인 환자가 아니라 중동·아시아 환자인 상태에서 큰돈을 들여가며 미국 기준을 쫓아가는 건 초점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삼성병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맞춰 우리 스스로 외국인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는 SIS를 마련하고 현재 그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를 맞을 수 있는 병원에 대해 정부가 인증을 하는 시스템에 맞춰,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수준으로 ‘삼성 기준’을 만들면, 그걸로 충분히 외국인 환자의 욕구에 맞춰 확실한 치료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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