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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지옥 탈출하려면? 한달 1Kg만 빼”

“당뇨병 환자를 건강전위대로” 주장하는 삼성서울병원 김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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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7호 최영태⁄ 2010.07.05 15:57:20

‘당뇨병 명의’로 통하는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광원 교수가 전하는 놀라운 통계가 있다. 한국인의 10% 이상이 현재 당뇨병 환자이고, 15% 정도가 비만 등으로 ‘당뇨병 예비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국민 4명 중 1명은 당뇨병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는 말이었다. 기독교인들은 ‘불신지옥’을 말하지만, 현재 한국인은 ‘당뇨지옥’에 빠질 찰나인 셈이다. 이렇게 당뇨병 위험이 높은 것은 한국인의 생활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뭔가 사건이 터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기회주의적이 돼가고,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뭐든 빨리 해치우는 것을 최고로 치고…. “사회적으로 한국인은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생산 자체에 문제가 있어 걸리는 1형 당뇨병이 있고, 이런 문제는 없지만 후천적으로 인슐린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걸리는 2형 당뇨병이 있다. 선천성 유전병인 1형 당뇨병은 구미 선진국에 비한다면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형 당뇨병은 생활습관에 따라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라 할 수 있다. 당뇨병 명의답게 김 교수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짧은 문장들로 당뇨병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의 경구 한마디 한마디를 풀어본다. 1. 생활을 바꿔야 ‘당뇨지옥’에서 해방된다 우선 식생활을 보자. 많은 한국인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비율이 30~40%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침을 거르면 당연히 점심식사 하기 전에 허기를 느낀다. 배고프니 허겁지겁 먹게 된다. 좋은 음식이라도 허겁지겁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른다. 천천히 씹어 먹어야 ‘지금 식사를 하는 중’이란 정보가 뇌로 전달되고, 그래서 여러 호르몬이 뇌의 작용으로 분출되면서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허겁지겁 점심을 먹게 되면 이런 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양을 먹게 되고, 살이 찌면서 당뇨병 위험지대로 접근하게 된다.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인 급한 식사가 혈당을 올리고 더 많이 먹게 하면서 중요한 당뇨병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침을 먹고 출근 또는 등교를 하는 나머지 60~70%에서도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아침을 먹되, 천천히, 영양적으로 우수한 아침을 먹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김 교수는 보기 때문이다. 건강한 아침을 먹는 비율을 그는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의 3분의 1 정도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렇게 아침을 거르거나 먹어도 대충 때우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해 그는 “급발진·급정거를 반복하면 자동차는 쉬 망가지게 돼 있는데, 한국인의 식습관이 바로 그렇다”고 지적했다. 멋 내는 데 쓰는 시간만큼 식사에 쓰는가? 아침을 거르거나 대충 먹고 점심 허겁지겁 먹는 한국인은 모두 ‘예비 당뇨병 환자’ 2. 입이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은데… 인류의 식생활은 점점 더 ‘내 입에 단 맛’ 식으로 바뀌어왔다. 원시인은 거친 음식을 강한 이빨로 씹어 소화시켜야 했지만, 산업 사회가 시작된 뒤 이런 수고는 필요없어졌다. 이빨이 해야 할 일을 기계가 대신 해줘 미리 밀가루처럼 잘게 으깬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예전에는 단맛을 느끼려면 단 과일이나 꿀 같은 음식을 특별히 찾아 먹어야 했지만, 요즘은 정제 설탕이라는 ‘단맛의 폭탄’이 도처에 널려 있으며, 단맛을 추구하는 현대인 입맛에 맞게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듬뿍 들어간다. 몸에 좋은 음식은 야채처럼 입에서 오래 씹어줘야 하는 음식이 대부분인데, 이런 수고가 필요없는 가공식품을 사람들이 먹으면서 사람들을 ‘질병 나락’으로 물어가고 있다. 그래서 김 교수는 말한다. “입이 싫어하는 음식을 찾아 먹으라”고. 3. ‘한 가지 음식으로 해결’ 환상을 버려라 한국인에 특징적인 ‘미신’이 하나 있다. 한 가지 음식으로 뭔가를 해결하려는 태도다. 웰빙을 찾는 태도는 좋지만, ‘뭔 음식이 뭐에 좋더라’는 소문만 나면 바로 그 음식이 동나고, 그 음식만 찾아 먹으려는 태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한 가지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게 되면 영양학적으로 좋을 수 없으며, 한 가지 음식만 집중해 먹게 되면 다른 영양소가 부족해져서 문제가 생기기 쉽다. 약이든 음식이든 ‘한 방에 해결’하려는 방법을 김 교수는 ‘한 방 요법(one shot therapy)’이라고 불렀으며 “한 방 요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인병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방 요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사실 지구인을 괴롭히는 비만 같은 성인병은 벌써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뇨 같은 생활습관병은 생활습관을 고쳐야 고쳐진다.

4. ‘질병지옥’ 탈출 돕는 ‘원 포인트 레슨’ = “한 달에 1kg만 빼봐라” 당뇨 같은 성인병을 막기 위한 방도는 생활을 바꿔야 하고, 그 생활에는 식생활, 잠 습관, 인생에 대한 철학, 운동 등 생활의 모든 게 들어간다. 당뇨 환자를 오래 돌본 경험으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오던 김 교수는 그러나 각기 다른 생활 분야에서 여러 내용을 고치라고 하면 환자들이 쉽게 지쳐 나가떨어지는 현상을 봤다. 그래서 그는 그 모든 생활 변경 요법을 정리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게 바로 ‘한 달에 1kg을 빼라’는 요점 정리다. 사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여러 성인병들은 이름만 다를 뿐 “한 뿌리에서 나온 각기 다른 가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 중 어느 한 가지를 가진 사람은 곧 다른 병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성인병의 모든 출발점은 비만에 있다.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앉아서 모든 일을 하는 ‘앉은뱅이 생활’을 하면서 이제 비만은 성인뿐 아니라 초중교생까지 위협하는 국민병이 돼가고 있다. 김 교수의 그간 임상 경험으로 볼 때, 식사 조절과 운동 등 생활 변경을 통해 한 달에 1kg 정도씩을 지속적으로 빼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리 당뇨병에 걸린 뒤라도 정상인보다 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체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뇨병에 걸린 뒤에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당뇨 합병증이 심장병·눈병·암 등으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래서 김 교수가 이들에게 “다음 달에 검진 받으러 올 때는 체중 1kg을 빼 갖고 오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죽느냐 사느냐’를 가를 이 주문에 제대로 응하는 환자는 극히 적다. 그는 “100명에게 1kg 감량을 주문했을 때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 사람은 2~3명 정도”라고 말했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내리는 ‘생명의 처방’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2~3%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질병지옥’을 벗어날 생활습관의 변경이 얼마나 힘들지를 알 수 있다. 당뇨 환자가 생기면 식구 모두가 불편하다고? 당뇨 환자처럼 먹고 운동하면 모든 건강해지는데? 5. 당뇨병에 걸렸다고 절망 말라. 건강인생의 시작이다 당뇨병에 걸린 중년은 절망하기 쉽다. “사는 것도 힘든데 이제 병까지 걸려서 먹고 싶은 음식도 맘대로 못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라며 정말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런 한탄이 지레 겁먹은 태도라는 걸 잘 안다. 사실 다른 병과 달리, 당뇨병은 걸렸다고 해도 환자 본인만 잘 관리하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 병이다. 오히려 당뇨병에 걸렸다고 선언된 뒤 의사의 지시대로 식생활을 바꾸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매일 운동을 하는 모범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최근 음식의 ‘당지수’가 살을 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당지수가 낮은 음식, 즉 먹어도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은 바로 건강식이다. 당지수라는 것 자체가 당뇨 환자를 위해 개발된 것인데, 그런 당지수가 바로 다이어트에 활용된다는 점을 보아도, 당뇨병 환자가 따라야 하는 생활수칙은 바로 건강수칙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김 교수는 말한다. “당뇨병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건강인생의 시작이다”라고. 6. 당뇨병 환자를 건강전도사로 만들어야 한다 당뇨인에 대한 생활지침이 바로 건강생활지침이므로,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식구들이 환자용 식사와 정상인 식사로 나눠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이 ‘당뇨식’을 하면 더 좋다. 당뇨 환자가 있어서 가족 건강이 망가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당뇨 환자가 있어서 가족 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역제안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국민 4명 중 한 명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당뇨병 예비환자라면, 이들을 건강전도사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국민 건강 증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7. 시간을 목숨 걸고 지켜라 김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 당부를 했다. 생활을 바꾸는 요법 중 하나로 시간 지키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식사와 운동을 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당뇨인의 생활은 지루하고 힘들 것 같지만, 이렇게 시간을 엄수하며 사는 건 결코 힘들지 않으며, 삶의 활력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5분 일찍 일어나고 5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듯이 시간을 목숨같이 지키면 삶에 여유가 생기고, 그 어떤 일이든 허겁지겁 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허겁지겁 하지 않는 것이 당뇨를 비롯한 성인병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목숨처럼 시간을 지키다 보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창조의 원동력도 솟아나게 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건강전도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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