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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볍게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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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4호 편집팀⁄ 2010.08.23 11:45:58

글·윤영상 (ysangyn@naver.com) 어릴 적 나에겐 보물상자가 있었다. 아끼던 상자를 가지고 이사를 할 때면, 작은 상자 안에 소중한 물건들을 더 많이 넣으려고 물건들을 넣었다 뺐다 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마음속 상자 안에 재물과 욕심과 사랑이 함께 들어 있다면, 그 상자 안에 재물과 욕심을 채워갈수록 사랑이 들어갈 자리는 좁아질 것이고, 상자 안에서 재물과 욕심을 덜어내면 덜어낼수록 우리 마음속 상자는 따뜻한 사랑만으로 충만해져갈 것이다. 오늘 나의 보물상자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 욕심과 사랑 중에 무엇으로 충만한 사람이 행복할까? 그리고 무엇으로 충만한 사람이 오늘 하루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살아갈까? 너무나 여유 없이 앞만 보며 메마른 길을 달려온 삶 속에서 이제는 행복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마음속 보물상자에서 욕심과 재물은 조금 덜어내고 사랑과 행복을 좀 더 채울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우리가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후원 단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물상자와 함께 어렸을 적 아련한 추억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 중의 하나는 바로 ‘인형’이었다.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할 것 없이 인형을 내 아이마냥 껴안고 보듬어주며, 침대에서도 언제나 꼭 끌어안고서 둘이 함께 꿈나라로 향하던 그 인형. 그리고 좀 더 나이를 먹고 청년이 된 어느 날에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소중하고 순수한 마음을 전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던 바로 그 인형. 그 인형을 통해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 오늘 소개하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다. 1992년에 이탈리아 유니세프에서 시작된 인형 프로젝트는 누군가가 만든 예쁘고 깜찍한 헝겊 인형을 다른 나라의 또 다른 누군가가 입양하여 그 수익금으로 세계 각국 어린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아름다운 프로젝트다. 프랑스·체코·핀란드 등 각 나라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형 프로젝트의 한국 명칭은 ‘아우’ 인형인데, ‘아우’는 ‘동생’, ‘아우르다’, ‘아름다운 우리’ 등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아우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유니세프(unicef.or.kr)를 통해 인형의 재료를 신청하고 나만의 색채가 담긴 인형을 만들어 유니세프에 다시 기증하면 된다. 그러면 이 인형을 또 다른 누군가가 입양하게 되고, 이때 발생하는 입양비 2만 원이 홍역·소아마비·결핵 등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예방접종 사업에 쓰이게 되는 것이다. 필자처럼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만든 다양한 ‘아우’들을 검색해 입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출생하고 입양되는 모든 아우 인형들은 생년월일과 국적, 키, 눈과 머리의 색, 만든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담긴 출생증명서도 갖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봉사 방법인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오헨리(O. Henry)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은 눈보다 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랑하는 연인의 시계줄을 사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았던 한 여인. 우리는 아직도 이처럼 가슴 아리고 뭉클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속의 여인처럼 가난하다 할지라도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가발 만들기’라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방법을 통해서다.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한 날개달기운동본부(wingshang.new21.org)는 25cm 이상 길이의 머리카락을 기증받는다. 소아암에 걸린 어린아이를 상상해보라. 예쁘고 상냥한 눈동자에 맺혔을 눈물을 작은 정성으로 닦아주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싫증 난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보고 싶을 때, 자른 머리를 이곳에 기증하면 소아암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가 빠지는 아이들의 머리를 예쁘게 감싸줄 수 있다. ‘난 여자지만, 머리카락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라고 생각한다면, 아동인권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sc.or.kr)의 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누군가는 가발을 절실히 필요로 하겠지만,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털모자를 꼭 필요로 한다. 바로 아프리카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들이다. 2006년 발행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의 아기들이 태어난 바로 그날 사망하고, 400만 명의 신생아들은 생후 한 달 안에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그리고 탯줄을 자르는 살균된 칼, 저렴한 폐렴 항생제, 저체온증을 막아줄 털모자만 있다면, 이들의 60%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일교차가 심해 신생아들에 대한 보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조산아들에게는 털모자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돕고 싶은 사람은 세이브 더 칠드런의 홈페이지에서 모자 뜨기 키트를 구입해 모자를 떠서 기증하면 된다. 작은 머리에 씌어진 투박한 털모자를 통해 한 아이에게 값진 인생을 선물하게 되는 것이다. 난, 25cm나 되는 머리카락은커녕, 뜨개질 솜씨도 엉망인데 어쩌면 좋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방법은 있다.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시계를 팔아 머리핀을 선물한다. 우리도 헌 시계로 이웃의 가슴을 적실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니, 우리가 그간 자주 지나쳤던 아름다운 가게(beautifulstore.org)에 헌 시계와 안 쓰는 물건들을 기증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우리가 잘 안 쓰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면, 그 수익금이 소외 계층의 생존·건강·주거·교육·보호·자립 등을 위해 사용된다. 그 외에도,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goodneighbors.kr)나 월드비전(worldvision.or.kr), 컴패션(compassion.or.kr) 등을 활용하면 국경을 초월해서 해외 아동들과 결연을 맺어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고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어린이재단(childfund.or.kr)과 같은 단체를 통하면 국내의 아이들을 후원할 수도 있다. 또한 인터넷 포털 싸이월드 활동을 통해 쌓이는 사이버머니 도토리는 사이좋은 세상(cytogether.cyworld.com) 캠페인을 통해 이웃에 기부될 수 있고, 인터넷 포털 네이버 활동을 통해서 갖게 되는 사이버 포인트 콩은 해피빈(happybean.naver.com) 캠페인을 통해서 이웃에 기부될 수 있으니, 이웃을 위한 기부 방법 역시 각양각색이다. 그동안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이웃 사랑의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사실, 이웃을 돕는 방법이 어찌 이뿐이랴! 청소 봉사를 통해서도, 급식 봉사를 통해서도, 휠체어 봉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소외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또 하나 있으니, 소외된 이웃이 아닌 일반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사실은 누구나 서로를 소외하고 있다). 외로움과 고난이 쉽게 드러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일상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출근하려고 만원 지하철에 오르면, 서로 부딪히며 인상을 찌푸리고, 맞은편 의자에 앉은 아저씨·아주머니들은 말이라도 잘못 걸면 싸움이라도 할 듯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다. 이기적이고 사랑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우리 현대인들. 그 이기적이고 매서운 눈빛들을 사랑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보는 시각을 달리 하면 세상 또한 달라짐을 경험한다. 기도하는 심정을 가지고, 또한 사랑하는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지하철 맞은편 의자에 앉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을 살펴보자. 쓰라린 근심과 고난의 세월들이 그들의 얼굴에 골짜기 같은 주름을 깊게 파놓았음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가련해진다. 또한 그들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자식들을 상상해보면, 그에게 숨겨져 있을 부성애와 모성애도 상상해낼 수 있게 된다. 예의 없는 젊은 청년들과 아이들,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은 그들도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입시 스트레스와 취업난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어긋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피해자들이니, 그들에 대한 시선도 달리 하면 그들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봉사 활동이나 후원 활동을 통해서 국내의 소외 계층과 해외의 불우 아동들을 돕는 일도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해주는 일이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 한 번 더 웃어주고, 한 번 더 인사해주는 것, 그리고 한 번 더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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