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 연세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원장 과거에는 심장병이라면 사는 희망이 거의 없는 불행한 병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심장 수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여 심장병 환자들의 수명이 정상인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생활도 정상인과 같이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1956년 9월 6일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 대한 심장판막 수술에 성공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되었다. 다음은 심장 질환으로 1958년에 첫 판막 수술을 받고, 1999년 판막대치술에 이어 2009년에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을 받은 강금순 씨(여·72세)의 사례이다. “인공판막 수술 받고 건강하게 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자주 숨이 차고 몸이 좋지 않았던 강금순 씨는 20세이던 1958년 여자대학교 1학년 시절, 학교 언덕을 올라갈 때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느꼈다. 당시 서울역 앞에 있던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게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여, 그곳의 차홍도 교수에게 진료를 받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홍필훈 교수로부터 승모판막(심장판막)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회복이 더디었으나, 호흡곤란 증상은 감쪽같이 없어졌다.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폐허가 되기 전 세브란스 병원은 기와집이 즐비한 곳에 홀로 우뚝 솟은 모습이었다(그림1). 시설이나 규모만이 아니라 의료 수준 역시 높았다.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병원이었다는 것이 강 씨의 설명이다. “제 기억으론 세브란스 병원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심장 수술을 했고, 당시 최고의 병원이었지요. 그때 제가 받은 수술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수술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세브란스 병원의 의료 수준은 당대 최고라고 불렸다. 강금순 씨는 “수술을 받고 난 뒤 계단을 오르내려도 숨이 차지 않았다”면서 “수술 이후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출산한 뒤에 간간이 몸이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져 여행도 즐겼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1987년 첫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 충격 때문이었는지 숨찬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검사 결과 30년 전에 수술받은 승모판막이 다시 좁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두 번째 심장판막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병든 심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두 번째 수술이었지만 세브란스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첫 수술 때도 그랬듯이 잘 될꺼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두 번째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지내던 중 2008년 9월 어느 날 TV를 보다가 어지럼증이 일어나 병원을 다시 찾았다. 검사해보니 어지러움증의 원인은 심장박동이 매우 느린 서맥 때문임이 확인되어,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을 받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였다.
심장판막 질환이란 어떤 병인가 우리 심장 안에는 4개의 심장판막이 있어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고 나갈 때 열리고 닫히는 역할을 한다(2010년 8월 24일호 참조). 이 판막에 문제가 생겨 판막이 좁아져 피가 잘 나가지 못하든지(협착증), 나간 피가 역류되는 현상(부전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판막 질환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심장판막 질환이 발생하는 가장 많은 원인은 류머티즘열로 인한 후유증이다. 즉, 심장판막에 염증이 진행되어 판막에 흉터가 생기면서 두꺼워지고 판막들이 서로 붙어 좁아지거나 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역류되는 현상으로, 폐가 부어 숨찬 증상과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치과 치료나 다른 원인으로 혈액 속에 세균이 들어가 판막에 붙어 자라면서 판막이 녹아 역류되는 세균성 심내막염이라는 질병이 있다. 그 외에, 흔한 판막 질환으로서 판막에 부착된 승모판막의 건삭이라는 낙하산 줄 같은 힘줄이 끊어지면서 혈액이 역류되는 승모판막 부전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장판막 질환의 치료 심장판막 질환에서 피가 새거나(역류) 판막이 좁아졌다고 하여 모두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판막에 병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기에 힘든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특히 계단을 오를 때 숨찬 증상이 발생하거나 또는 빨리 걸을 때 숨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수술을 권유하게 되며, 그 외 판막 질환으로 심장이 고르게 뛰지 않는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수술을 권유한다. 근래에는 수술 결과들이 좋아져, 증상이 심하지는 않아도 판막성형수술이 가능한 승모판막 부전증이 있는 경우에도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인공 심장판막이란 어떤 것인가 인공 심장판막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분류하면, 돼지의 대동맥판막이나 소의 심낭을 화학 처리하여 만든 조직판막과, 티타늄과 열처리된 탄소를 이용하여 만든 기계판막으로 대별된다. 조직판막은 혈액 속에서 피딱지(혈전)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항응고제인 쿠마딘(또는 와파린) 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쿠마딘을 복용하면 약의 부작용으로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는 어린아이나 가임기 여성에게 조직판막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또한 70대 이후 노인들은 활동이 적고 칼슘 대사가 적기 때문에 비교적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 조직판막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기계판막은 지난 50년 간 판막의 재료나 혈류를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이 많이 개량되어, 최근 열처리된 탄소(pyrolytic carbon)로 만들어진 나비 날개처럼 생긴 이엽성(bileaflet) 판막을 주로 사용한다. 기계판막은 내구성이 좋아 거의 영구적인 판막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피딱지가 생기는 혈전 현상과 이 혈전이 떨어져 날아가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쿠마딘이라는 항응고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관리를 잘 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판막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판막으로 강금순 씨처럼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