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조교수 / 손발저림클리닉 어렸을 때 손목을 잡고 피가 안 통하게 하여 찌릿찌릿 전기가 오게 하는 장난을 한 번쯤 경험하였을 것이다. 흔히들 손이 저리다고 하면 '혈액순환이 안 된다' 혹은 '나이가 들면 으레 찾아오는 증상'이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가장 흔하게 경험하면서도 쉽게 잊고 지내기 쉬운 증상이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그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아 의사의 진료를 통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 6개월 전부터 시작된 오른손의 저림 증상이 점차 심해져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손발저림 클리닉에 내원한 김OO(58세 여자) 씨도 이런 경우다. 저린 느낌이 들기 시작하다가 점차 손가락 끝의 감각이 둔해졌다고 하는 백 씨도 처음에는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손목 관절부에서 맥박을 재는 부위인 요돌동맥과 척골동맥의 맥박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신경 이상을 알 수 있는 티넬검사(Tinel test)에서 양성 소견이 나왔고, 신경전도검사에서도 우측 손의 정중신경의 전도가 저하됨이 확인되어 손목굴 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그림 참조>
이처럼 손발의 저림 증상에 대해서는 정확한 의사의 진찰과 검사를 통한 진단이 필요하다.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내원하여 의사에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부분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저 '나이 탓'이라 여기며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손목굴 증후군의 원인과 증상 손으로 가는 정중신경은 손과 제 1-3번 손가락의 손바닥 부위 감각과 제 4번 손가락의 외측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손목의 손목 굴(tunnel) 속을 지난다. 이 손목굴은 수근골(또는 손목뼈: carpal bone)과 횡손목굴인대로 둘러싸여 있다. 이 가운데 인대가 어떤 원인으로 붓거나 굵어지는 경우 터널(tunnel)을 지니는 정중신경이 눌려 손과 1-3번 손가락의 손바닥 부위가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며, 감각이 둔해지거나 드물게는 힘이 없어진다. 이를 손목굴증후군이라 한다. 원인은 인대가 굵어져 신경이 눌려 신경으로 피가 잘 공급이 되지 않거나, 또는 신경이 직접 눌리게 되면 여러 신경 압박증상이 나타난다. 종종 손바닥과 손가락뿐 아니라 전박부(앞팔)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 한국 주부들은 빨래를 손으로 하느라 손목의 인대가 굵어져 오는 손목굴증후군이 비교적 흔하였다. 그러나 근래 세탁기를 많이 쓰고 손으로 빨래를 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젊은 층에서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요즘엔 컴퓨터 마우스를 오래 잡고 사용하다 손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생기므로 조심해야 한다. 예전엔 손빨래 하느라, 요즘은 컴퓨터 하느라 손목굴증후군 걸리는 여성들 많아. 손목굴증후군의 진단 손목굴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의사가 증상을 듣고 진찰하여 진단할 수 있다. 손과 손가락의 통증과 감각이상은 항상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가끔 호전되기도 하지만 다시 재발이 되며, 특징적으로 정중신경이 분포된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전박 부위에도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대개 팔꿈치까지는 올라가지 않는다. 주로 밤에 증상이 심해지며, 자다가 통증으로 잠이 깰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도 있다. 진찰로 대개 진단이 가능하며, 신경이 지나는 곳을 두드린다든지(티넬씨 싸인), 손목굴인대를 누르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손목에 있는 2개의 요골동맥과 척골동맥의 맥박은 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손목굴증후군은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가 약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심해진다. 손목굴증후군의 치료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진단해 잘 치료하면 거의 회복이 된다. 그러나 1년 이상 방치한다든지, 50대가 넘은 여성분들, 항상 감각이상이 지속되는 분들은 치료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치료방법은 자연 상태로 반기브스를 하여 덜 움직이고,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며, 대개 치료를 통해 증세가 호전된다. 그러나 심한 경우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 특수한 요가요법, 초음파치료 등을 적용하여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중년 여성에서 손이나 손가락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원인은 손의 작은 미세혈관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거나, 손으로 가는 신경이 눌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손이 저리다고 무조건 혈액 순환이 나빠 저리다는 편견을 버려야 되며, 증상이 있는 경우 조기에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좋은 자세를 유지하며, 1시간 이상 손목을 써서 일할 때는 손발을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인대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