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의 해병대 자원입대 소식에 온 국민의 칭송이 자자하다.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평소 그에게 관심이 없던 네티즌들도 ‘급호감’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현빈의 선택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을 써가며 극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가 군대에 가는 게 무슨 대수냐’하는 반응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현빈이 ‘그냥 군대’가 아니라 ‘해병대’에 간다는 데에 쏠린 것이다. 알다시피 해병대는 지난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으며 고초를 겪었다. 물론 해병대 하면 오래 전부터 ‘귀신도 때려잡는 해병’이라고 표현할 만큼 어느 곳보다 군기가 세고 힘들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사태를 통해 더욱더 소위 ‘빡세고’, 위험한 곳이란 인식이 대중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연예인의 병역기피는 유승준 사태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외파 가수 유승준은 본업인 가수 외에도 남성적인 매력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몸짱’인 데다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점은 여성 팬뿐 아니라 남성 팬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는 공공연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군대에 갈 것임을 밝혔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은 그 말에 믿음을 더했다. 그랬던 그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소식은 충격과 배신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당한 유승준은 아직까지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유승준 사태가 있은 뒤 그 전까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연예인의 입대 문제에 대중이 대하는 태도는 예민해졌다. 군 미필자 연예인의 신체 문제가 나타나면 ‘병역면제 받으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후 줄줄이사탕처럼 나이가 찬 연예인들의 입대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들어 톱스타들의 군 입대는 대단한 선택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입대 전에 입대 사실을 공식석상에서 밝히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소리소문없이 다녀오는 연예인이 있는 등 입대 방식도 여러 가지다. 톱스타가 입대하는 날 입소 현장은 국내외 팬들의 눈물바다가 되곤 했다. 그런데 병역면제를 받는 연예인이 있는 만큼 군에 가는 연예인도 많아져 대중의 관심에도 일종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입대에 현역이냐 공익이냐, 연예사병이냐, 일반군인이냐 이렇게 잣대를 나누고 보는 거다. 그런 와중에 가수 이정은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돌아와 활동을 시작했다. 배우 최필립도 해병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모두 따뜻한 관심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대중은 연예인의 입대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필자는 이를 ‘행동의 일치’에서 찾는다.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남성적인 매력을 선호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는데, 이 흐름에 따라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는 ‘몸짱’ ‘복근’ 등 남성적인 모습을 어필하려는 연예인이 늘어났다. 방송에서 상의를 훌러덩 열고 복근을 공개하고 힘자랑을 하는 남자 연예인은 이젠 식상할 정도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공익으로 근무한 사람이 많다는 데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더욱이 MC몽과 탤런트 박해진의 병역비리 의혹 등 병역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의 ‘까도남’ 현빈이 해병대를 지원했다는 사실은 대조적으로 보일 수밖에. 한창 전성기인 현빈이 해병대에서 고생할 생각을 하면 걱정이 돼서 죽겠다는 여성 팬들의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현빈은 그동안 몇몇 출연 작품을 통해 반듯하고 강한 남성의 이미지로 각인돼왔다. 현빈의 결정은 TV나 영화, 방송, 화보 등 각종 매체에서 몸 자랑하다 군대에 갈 때가 되면 웬일인지 허약해지는 뭇 남자 연예인들과 비교되며 거대하게 보인다. 이번 일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과 실제가 일치한다는 든든한 믿음을 줬기 때문에 앞으로 그가 해병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계속해서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