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추운 겨울만큼이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도 감기 환자가 부쩍 는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서 우리 몸의 적응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공기가 건조할 때는 호흡기 점막의 방어력이 약화돼 바이러스나 세균을 걸러내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런데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 감기에 대해 의외로 잘못 알려져 있는 상식이 많다. 잘못된 정보로 이것저것 시도했다가 상태를 더 악화시켜 오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기약을 맹신하는데, 사실 감기약은 감기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주는 약이 아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수백 가지이고, 불행히도 아직까지는 감기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약은 없다. 처방약들은 대개 감기로 인한 증상들을 완화시켜주는 약이다. 예를 들어 콧물을 덜 나게 하거나 기침을 멈추게 하거나 열을 내려주는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오히려 수분과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C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감기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 특히 감기 기운이 있거나 감기 초기에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면 좋은데, 비타민C를 과립이나 정제로 섭취하면 1/10밖에 흡수가 안 되므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형태로 섭취하는 게 좋다. 흡수율뿐 아니라 약으로 된 비타민C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위산 과다나 속 쓰림, 설사나 요로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비타민C는 가급적 식품의 형태로 섭취하도록 하고, 혹 약으로 먹게 되면 적정량을 식후에 바로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이나 채소에는 비타민C 외에도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 등도 들어있고 저절로 수분도 섭취하게 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에도 안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상식 중 하나다. 감기와 독감은 둘 다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라는 점은 같지만,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경로가 완전히 다르다. 감기의 경우 주로 코, 인후, 상부기관지 등 코나 인두(상기도)에 국한돼 염증을 일으키는 라이노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어러스가 흔한 원인이고, 감염자의 손을 통해 다른 사람의 코나 눈으로 전파된다. 반면 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출혈성 기관지염, 폐렴,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통 감기와는 다르다. 환절기 및 겨울철에(대개 11월∼3월) 유행하는 유행성독감(인플루엔자)은 증상도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예방 접종이 필요하지만, 인플루엔자는 변이를 계속하기 때문에 한 번 앓고 나도 면역이 생기지 않고, 감기와는 다른 바이러스이므로 독감예방주사가 감기까지 예방해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감기를 너무 가벼운 질병으로 여겨 오래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감기로 인해 다른 합병증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기관지염, 폐렴, 축농증, 중이염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3주 이상 기침을 계속하거나, 숨소리가 쌕쌕거릴 땐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침과 콧물, 재채기 등 증상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 처음 천식이나 비염에 걸린 사람은 감기와 분간하기가 더욱 어렵다. 감기는 알레르기성 천식과 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는하지만 분명히 다른 질환이다. 이를 감기로 여기고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다가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겨 입원을 하게 되기도 한다. 환절기를 건강하게 나려면 손 씻기를 생활화하도록 하자. 감기는 직접적인 호흡기보다는 손을 통해서 더 많이 전파되므로 항상 비누로 깨끗이 손을 씻고, 수분공급이 중요하므로 커피나 녹차와 같이 이뇨작용이 있는 것은 피하고, 주변 공기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평소 영양을 고루 섭취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것 역시 만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