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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교수의 sexology]노후의 성행위를 권장하라

젊은이들은 “50 되면 성생활 끝”이라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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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2호 박현준⁄ 2011.05.16 15:26:33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1967년 비틀즈가 ‘내가 64살이 됐을 때’라는 노래가 있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대머리에 별 볼일 없어져도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할지, 밥이라도 해줄지’를 묻는 노래였다. 이제 칠십이 다 된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에게 그 결과를 물어보고 싶어지는 가사다. 10대들에게 ‘사람이 몇 살까지 섹스를 할까?’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50이라고 대답한다. 성을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진실은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의 성은 90이고 100이고 죽을 때까지 남아 있게 마련이다. 다만 세월과 함께 노화가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노화는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등 몸의 어느 부분에서건 다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성기능만 늙으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라 하면 보통 65세 이후를 말하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그저 나이가 좀 들었다는 의미 이상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가나 사회는 이들이 건강에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며, 활동성이나 생산성이 심하게 떨어져 사람 구실하는 데 지장이 있고,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 바람에 덩달아 자신감을 잃고 지레짐작으로 섹스처럼 사치스러운(?) 일은 감히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 일면도 없지 않다. 늙었다고 성적 만족감, 자존감, 즐거움, 오르가슴 등에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성적 매력이 좀 떨어지고, 성적 환상이 잘 안 되고, 성의 목적이 달라지고, 피부의 성적 감각이 둔해지며, 성감대도 이동하고, 사랑의 속성에도 약간의 변화가 오기는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소위 ‘킹 핀’ 원리라 하여,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의 일환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매우 경제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남자의 경우 발기가 늦게 일어나거나 약하며, 사정의 강도가 떨어지고, 다시 발기되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강한 그리고 직접적인 자극이 있어야 비로소 발기되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은 폐경 때문에 좀 더 이른 50세 전후부터 성에 대한 욕구나 환상 또는 성적 즐거움이 서서히 감퇴하기도 하는데, 이는 약 절반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며, 오히려 성생활이 더 나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질벽이 얇아지고, 질이 짧아지며, 질 건조증이 오는 등의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것들은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하는 등의 변화가 온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그러려니 해도 된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로 간단히 해결되기도 한다. 오히려 요즈음은 현대 의학이 발기부전 치료제나 호르몬대체요법 등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방법들을 제공해주므로 성이야말로 신체의 다른 부위와 달리 나이 자체에 그리 구애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인 변화들도 많이 있는데, 꼭 오르가슴에 이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며, 이성에 대한 수치심이나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없어지고, 오랜 지식과 경험으로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시행공포 등의 불안감과 자신의 약점에 대한 열등감도 훨씬 덜하다. 허세도 덜 부리게 되고 정직해지므로 언어적 소통과 친밀감 유지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성적 의무감도 별로 없어져 창조적인 성을 구사하기도 쉬워지며, 조루증 같은 것도 개선된다. 성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성교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대단히 틀린 생각이다. 성은 그 표현 방법이 수백 가지를 넘는다. 때로는 서로 눈만 마주보면서도 이뤄질 수 있고, 때로는 환상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으며,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성취가 그 목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었다고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인간의 성행동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는 가치, 욕구, 그리고 능력이다. 욕구는 있는데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이건 별 문제가 아닌 수준이다. 의학의 도움을 받아도 되지만 그 이전에 다양한 비(非)성교적 방법들, 즉 키스, 애무, 오럴, 마사지 등을 통한 쾌감이나 만족, 그리고 오감을 통한 흥분, 환상이나, 타인의 육체나 행동을 보면서 얻는 즐거움, 심지어는 단순히 이성을 느낌으로서 얻는 만족 등으로 이에 대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은 둘이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각자가 자기의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만 조금 바꾸면 되는 경우도 있다. 욕구가 안 생기는 경우는 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것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젊었을 때처럼 심리적 흥분이 아무 때나 저절로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욕구는 마음이 하는 것이고 흥분은 몸이 하는 것이다. 잘 안 되면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성과 무관한 일상생활의 일들을 완전히 잊어버려야 된다. '지금 여기에' 이외의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파트너에의, 그리고 파트너의 자극에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을 총동원하여 집중한다. 과거의 좋았던 성적 경험을 회상하면서 의도적으로라도 성적 흥분을 만들고 유지시킨다. 죄의식 같은 것은 절대 금물이며, 생각과 감각과 의미와 가치들을 통해 성적 표현, 행동의 의미를 찾아 이에 집중한다. 사람은 성적으로 흥분되면 여러 가지 몸에 좋은 생리적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에 우리 몸에 이로운 뇌전달 물질들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기쁨을, 세로토닌은 평화를, 멜라토닌은 편한 수면을, 도파민은 쾌감을, 옥시토신은 극도의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성행동이 노후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즐겁고 운동이 되며 △수면에 좋고 △심장병과 뇌졸중의 빈도가 감소하고 △면역력이 증가되고 △암의 발생률이 저하되고 △수명이 길어지며 △정신적, 심리적, 영적 안정 효과가 있고 △편두통 등 통증에 완화효과가 있다. 성행동이 암의 빈도를 낮추는 것은 몸의 흥분과 오르가슴 때 많이 나오는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의 면역증강 효과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출산의 경험이 없는 여자의 유방암의 빈도를 떨어트린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후 성의 가장 큰 의미는 '아직 나는 건재하다'는 자존감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참 행복과 동가이므로, 어쩌면 이들에게는 자존감 회복이 성의 일차적 목적일지도 모른다. 또 둘이 함께 있고 일치된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얻음이기 때문에 노후의 성은 권장되어야 한다. 친밀감 결여 때문에 일어나는 황혼이혼 같은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의 노인 세대는 유교적 교육의 영향으로 감정적 유대로서의 또는 육체적 만족만을 위한 성관계를 부도덕하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노인 매춘과 성 전파성 질환의 증가라는 문제점이 들어나고 있다. 외로움과 고독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영역으로 노인의 성 문제는 연구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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