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사건에 대해 경찰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가 법원에 보호조치를 직접 청구할 수 있게 되는 등 가정폭력 방지책이 대폭 강화된다. 여성가족부는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가정폭력방지 종합대책을 수립,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종합대책은 우선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응급조치할 수 있도록 경찰의 주거 진입권과 피해자 대면권을 인정함으로써 사건 초기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까지는 이웃집 등에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집 안을 살피거나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고 집 밖에서 가해자의 말만 듣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또 사법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 가정폭력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가해자를 퇴거시키고 100m 이내 접근 또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등 48시간 동안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법경찰관의 신청과 검사의 청구를 거쳐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까지 8일 정도 걸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리와 별개로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법원은 '피해자 보호명령'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전기통신 포함)하거나 친권행사를 하는 일을 제한할 수 있다. 또 상담을 전제로 가해자를 기소유예하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상담 결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알콜중독, 도박, 정신질환, 의처증 등 특성별 교정ㆍ치료 프로그램을 전문화하고 위험성 평가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월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보건복지부와 태스크포스를 구성, 가정폭력 실태조사와 토론회 등을 거쳐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김교식 차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현행 법령에도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은 엄하지만, 처벌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가정폭력을 개인 또는 가정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유관 부서와 협의는 다 했으며 하반기에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편으로부터 신체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조사 대상의 15.3%로 3% 수준인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