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호 박현준⁄ 2011.07.26 17:20:24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성폭력이란 강간은 물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스토킹, 음란 전화, 인터넷을 통한 음란 유발 등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점차 성폭력이 많아지고 있다. 지하철, 버스에서 남성들의 성추행, 회식에서 여직원에게 치근거림, 특히 늦은 밤에 강간을 당하는 여성들, 어린이 성폭행…. 최근엔 성폭력과의 전쟁이 선언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 발찌, 화학적 거세 등 여러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부터 문제 해결을 시도했던 미국은 위의 방법 이외에도 거주지를 제한하고, 등록을 시키고, 집 앞에 팻말을 세우는 등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강구하고 있지만 실효를 못 거두고 있다. 미국에서 상습 성폭행으로 화학적 거세를 당한 사람은 인터뷰에서 “지금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구가 생긴다”며, “한때 자살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에겐 일생 동안 지울 수 없는 정신적 불안감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고 심지어는 내놓고 조사를 하는 바람에 경찰에 신고를 망설이는 여성도 많다. 심장 수술을 받은 남자 초등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가 우연히 한 이야기. 여자 담임선생님이 수상하다는 것이다. “심장병 수술을 받아 측은하다며 수술 부위를 쓰다듬고 수시로 안아주곤 한다”며 “여자가 남자를 성추행 하는 경우도 있냐”는 말이었다. 성추행 당한 남자들이 침묵하는 이유? 언젠가 여선생이 남자 초등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언론보도가 난 적이 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에게 질문을 했더니 미국에서는 성추행의 약 20%는 남성이 당하는 성추행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고등학교 파티에서 여성이 남성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으나 대부분은 입을 다문다고 한다. ‘오죽 못났으면 남자가…’ 라는 비난이 두렵기 때문이란다. 미국에서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내진을 할 때 반드시 간호사를 입회시킨다. 간혹 하지도 않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지도 않은 성추행으로 곤욕을 치르는 남성이 있 다던데…. 남자가 거짓으로 “저 여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면 받아들여질까? 의사 엉덩이 주무른 그녀 수술실 한켠에 또다른 긴장감이… 롱우드 애비뉴. 보스턴의 하버드 의대 부속 아동병원이 있는 거리 이름이다. 1985년 1년간 가 있던 곳. 처음 보스턴에 도착한 시기가 가장 추웠던 겨울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썰렁하고 유럽풍의 낡은 건물이 하얀 눈에 덮여 있고, 거리는 좁고 음산한 느낌을 주는 등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말은 잘 안 통하고 그나마 한 6개월이 지나면서 눈치만 늘어 남이 웃으면 눈치껏 함께 웃는 수준(?)까지는 갔다. 나를 초대한 소아심장병리 담당 교수 부부와 스페인에서 온 나와 같은 신세의 의사 넷이서 소아심장 구조학을 공부했는데, 6개월이 지나자 임상 상황이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심장병 환자가 수술을 하다 사망하면 심장을 갖고 우리 방에 와 사망 원인을 함께 규명하던 유명한 심장외과 의사에게 부탁해 심도자 검사실로 이동을 했다. 오전에는 심장검사실에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원래 위치로 돌아오곤 했다. 임상검사실과 병실을 오가며 느낀 것은 ‘역시 하버드’란 느낌이 온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환자의 상세한 기록, 즉 병력, 심초음파 기록, 심도자 기록, 수술 기록, 병리 기록이 있었고, 사망했다면 부검 기록까지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밖은 조용한 거리. 그러나 병원 안은 미국 각지에서 온 환자들로 넘쳐났다. 검사실에 간 지 두 달이 지나서부터 가끔 조수를 섰다. 앞에 주치의가 서고 그 옆에 조수, 그리고 나는 주치의 앞에 서는데 간호사들은 마취과에서 1명, 검사실 근무자가 3명 정도 검사실에 들어왔다. 기기를 건네주는 등 보조 이외에도 간호사들은 의사의 땀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큰 일 중의 하나였다. 어느 날 조수를 서고 있는데 한 간호사가 나에게 와서 땀을 닦아줬다. 보통 이마의 땀을 거즈로 닦아주는 것이 보통인데, 한참 긴장해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이 간호사가 내 잔등까지 닦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맨손으로 내 양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보통 검사실의 환자가 누워 있는 테이블은 우리의 허리 위에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엉덩이 쪽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내가 벽 쪽에 서 있고 모든 행위는 앞의 주치의가 있는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내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이건 성추행이지만 그 당시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에서 눈치챌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만두라’고 소리칠 수도 없고 몸으로 뿌리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한 10여분이 하루 같이 길게 느껴졌다. 검사가 끝나고 휴게실에 있는데 그 간호사가 들어오면서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런데 전형적인 영국계 사람들에서 볼 수 있듯 온몸이 검은 점과 털로 싸여 있었다. 아무리 얼굴이 괜찮은 여성이라도 징그러웠다. 나는 서투른 영어로 “무슨 짓거리를 한 거야”라고 소리치며 방을 나섰다. 오드리 헵번 같은 미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