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 모씨(남, 29세)는 이륜자동차(이하 이륜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다. 김 씨는 사륜자동차를 이용하기에는 보험 및 주유비 등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껴 이륜차를 이용하게 됐고, 출퇴근 시에도 이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륜차를 운전하다 보면 사륜차 운전자들이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륜차의 통행이 금지돼 있는 자동차전용도로를 피해 출퇴근을 하다 보니 가까운 길을 두고 돌아가는 것은 물론, 시간은 두 배 이상 소요되기 마련이다. 김 씨처럼 국내에서 이륜차를 이용하는 운전자 수는 상당하다. 교통체증 해소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이륜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통-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업을 위해 이륜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이륜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위험하다’는 막연한 이유로 인해 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이륜차의 통행은 긴급자동차로 지정된 이륜차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며, 그 이외의 이륜차는 배기량에 관계없이 통행이 금지돼 있다.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제도는 1972년 5월 23일, 내무부 치안국(현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에서 사고 및 차량소통에 많은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6월부터 삼륜차와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같은 해 6월 1일부터 내무부 장관 고시에 의해 삼륜차와 동시에 통행이 금지됐다. 이후 도로교통법 제58조의 시행에 의해 고속국도 노선에 포함되지 않은 자동차 전용도로의 이륜차(긴급자동차로 지정된 이륜자동차는 제외) 통행도 금지가 됐다. (이 법령은 현재 2005년 5월 31일에 전부 개정돼 2006년 6월 1일에 시행된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로교통법 제63조로 변경됐다.) 바퀴가 두 개면 무조건 위험한가?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이 금지되자, 이 조항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이륜차의 경우 긴급자동차로 지정된 이륜차에 한해 통행이 가능하며 긴급자동차로 지정되지 않은 이륜차는 배기량에 관계없이 통행을 금지한다’는 단서조항이다. 이를 위반하면 운전자는 ‘벌칙 제156조 2호에 의해 3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는 ▲올림픽대로 (하일동 시계 ~ 행주대교 남단) ▲노들길(한강대교 남단 ~ 양화교) ▲강변북로(광진교 광장동 시계 ~ 난지도 시계) ▲제물포로(양평동 ~ 신월I.C) ▲남부순환로(오류I.C ~ 구로I.C) ▲양재대로(수서I.C ~ 양재I.C) ▲서부간선도로(성산대교 남단 ~ 시흥대교)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성산대교 북단 ~ 성동구 성수동 동부간선도로) ▲북부간선도로(성북 월곡I.C ~ 구리시계) ▲언주로(강남포이동 ~ 성남시계) ▲우면산로(서초 우면동 시계 ~ 선암I.C) 등이 있다. 이 많은 도로들에 이륜차의 통행을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륜차 운전자들은 이 이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 이륜차 운전자는 “이륜차가 사륜차보다 위험하다는 것은 단순한 편견과 오해”라며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의 폭주행위가 이륜차 운전자의 전부인양 폄하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운전자는 또 “출퇴근길에 바이크를 이용하는 것은 경제성은 물론 도심 주차 공간의 유용함에 있어서도 장점이 많다”며 “이륜차가 사륜차의 주행을 방해하고 차체가 작아서 위험하다는 논리도 억지”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고배기량 이륜차 기종들의 주행 속도는 사륜차의 속도와 큰 차이가 없어 전용도로 등의 고속 운전에서도 방해가 될 우려가 없으며 오히려 이 운전자들은 방어 운전을 통해 사고 위험률을 낮추기도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이륜차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외국의 경우 이러한 용도의 도로를 배기량(125cc)에 기준을 둬 통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25cc 이상의 원동기는 물론 이륜차 자체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이륜차 이용자들은 2005년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2007년 1월 기각판결이 났고, 이륜차 단체와 동호인들은 기각판결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고속도로는 고속교통에 이용되는 곳이므로 안전을 고려해 볼 때 이륜차의 통행을 금지한 법 규정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이륜차 운전자들은 “재판관들이 고속교통이나 일반교통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일반 도로에서 다른 자동차들과 함께 고속교통에 사용되고 있는 이륜자동차에 대해 통행을 금지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 한 이륜차 운전자는 고속주행의 위험성에 대해 “자동차 전용도로의 제한속도는 80km이다. 일반 국도도 4차로 이상은 80km가 제한속도”라며 “만약 제한속도의 차이 때문에 이륜차 통행을 금지시켜야 한다면 일반 국도도 금지시켜하는 것이 맞는 논리 아닌가”라고 이륜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 금지를 반박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속도로의 이륜차 통행은 일정 기간 미루더라도 고속국도 노선을 제외한 자동차전용도로(도시고속화도로와 일반 국도의 자동차 전용도로 구간 등)부터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에 대해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도로 정체 해소와 경제성 등 장점 많지만 위험하다는 인식만으로 구석으로 내몰려 S&T모터스는 2011년 4월 이륜차가 고속도로 등에 통행 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5월 방한한 할리데이비슨의 CEO 키스 완델은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대표와 국내 이륜차 산업 현황 및 발전 방안을 논의 하던 중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허용되는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통행이 한국에서 금지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일부 청소년들의 이륜차 운전과 폭주 운전으로 인해 이륜차 운전자들 전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3.1절 폭주를 일삼는 일부 운전자들의 행위도 이러한 편견에 보탬이 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운전 의식이 없는 사람들보다 보호 장비를 갖추고 안전 규정을 지키며 올바른 운전을 하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많다. 이륜차 동호회를 통해 주말에 여행을 즐기는 한 직장인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륜차 운전자는 폭주족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모두 그렇지 않다”며 “동호회인들은 보호 장비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고 항상 수신호를 통해 안전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이 운전자는 또 “자동차 전용도로든, 일반 도로이든, 그 차가 이륜이든 사륜 이상의 자동차이든, 그것을 운전하는 사람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이지 바퀴의 개수가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차별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륜차 통행 절대 안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자동차 전용도로의 이륜차 통행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운전자들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대부분 실제 사륜차 운전자들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이륜차에 대한 편견이 강해 “자동차 전용도로에 이륜차가 통행하는 것은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현재 이륜차의 통행이 금지돼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불법 운행을 일삼는 운전자들도 많다”며 “위험한 운전으로 어디서 추월을 할 지 몰라 항상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륜차 운전자들은 “추월 시 신호없이 끼어드는 잘못된 운행을 일삼는 운전자들이 있어 이륜차에 대한 의식이 좋지 않지만 오히려 안전 운행을 하는 운전자들이 더 많다”며 “도로 변동이 심해지면서 자동차 전용도로임을 알지 못하고 통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이외에도 기존 도로가 대부분 전용화 돼 가면서 이륜차 운전자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로운 자동차 전용도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이를 통행하는 이륜차 운전자들도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이륜차 운전자는 “주행 중에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자동차전용도로를 실수로 타는 경우도 많다”며 “전용도로를 알리는 표지판 자체가 미흡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용도로 앞에는 자동차 전용을 알리는 표지판과 그 바로 밑에 이륜차의 통행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주행 시 이를 확인하고 도로를 피하기에는 실제 운전 상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이륜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늘어가면서 그들의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만 강화돼 가고, 권리를 찾는 노력은 가려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비록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바이크 운전자들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