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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엠 윤이 조소작업을 한다면?

전문 스태프와 함께 만드는 사진작품…작업의 총감독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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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8호 김대희⁄ 2011.09.05 11:16:56

우리가 아는 사진은 기본적으로 보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촬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사진도 더 이상 현실 그대로의 모습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진에도 기교와 연출 등 갖가지 다양한 재미요소와 이야깃거리가 담기게 됐다. 파란 눈에 금발을 한 아시아계 소녀의 초상을 통해 왜곡된 정체성을 드러내며 해외에서 더 주목받은 작가 도로시 엠 윤을 이태원에서 만났다. 그녀는 사진 작품을 만들기에 당연스레 사진작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종합예술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촬영하듯 모델의 발굴에서부터 배경의 제작 및 설치, 의상 소재 및 디자인, 인물의 세부적인 포즈 등 하나하나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다 그녀의 손길을 거쳐 연출한 후 촬영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 사진작가 및 메이크업, 의상 스텝들과의 작업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이며 마치 패션 화보를 연상시키는 사진 작업의 모든 과정을 총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옷을 만들고 메이크업 해주며 사진을 촬영해주는 분들이 따로 있어요. 촬영하기까지 먼저 기획이 완성돼서 그에 맞는 장소와 위치, 의상과 디자인, 액세서리 등을 제작해요. 대부분의 소품은 모두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죠. 이러한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모델들의 포즈마다 의미가 담겨있어요.”

이 때문에 한번 촬영하려면 15명이상의 스태프가 함께 움직이면서 한 시리즈의 작품을 완성하는데도 2~3년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촬영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 장소를 찾아서 재촬영을 할 만큼 열정적이다. 일례로 올해 1월 사간동에서 가졌던 개인전 ‘로코코 넘버 33B’ 시리즈를 완성하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 로코코시대의 복식을 한 동양 여인의 모습이자 불교의 33인의 관음보살을 재현한 사진작품들로 서구의 과거 전통을 가져와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동양 사상의 내세적 존재인 보살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색감도 기존보다 줄여 원색적이면서 강렬함을 주던데 에서 백색을 내세우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 특히 작품 속 모든 여인들의 얼굴이 작가 본인과 닮아있음을 언뜻 느낄 수 있다. 모든 작품에 작가의 얼굴이 조금씩 겹쳐져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모델 본인의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그녀가 이 같은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사건사고 등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활발한 성격에 그녀는 지친 기색 없이 지나온 일들을 얘기하면서 차마 지면에 다 실지 못함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그녀는 부산예고를 다녔던 고교시절부터 조소를 전공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대학원에 가기까지 미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크게 없었으며 작가가 되고자하는 생각은 제로에 가까웠다는 그녀의 말이었다. 이후 유학을 떠나 런던 골드스미스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서양화를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의 추천으로 조소를 하게 됐어요. 미술에 대한 재능과 감각이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고 점수도 잘 받았어요. 하지만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대학원에 가면서 달라졌죠. 조소과 수업을 들으며 서양화과와 이론 수업도 들었는데 스스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마음에 와 닿았어요. 수업 중 백남준의 미디어아트라는 게 있었는데 백남준을 만나 작업을 직접 보여주고 점수를 받아오고자 하는 게 목표였죠.”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그녀 즉, 도로시를 있게 한 계기가 바로 백남준이었다. 그때 만든 작품이 ‘도로시’라는 이름이 들어간 비디오 작업으로 자신이 직접 의상을 입고 출연한 퍼포먼스 작품이었다. 이때부터 관심과 예술이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백남준을 만나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았다.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일본에서 여권을 잃어버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뉴욕이지만 결국 백남준을 만나지는 못했다. “당시 뉴욕 구겐하임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백남준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를 만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는데 너무 허탈했죠. 대신 미술전시를 보러 다니던 중 미국 사진작가 낸 골딘의 작품을 보게 됐어요. 예술에 대한 물음을 듣고 싶어 왔던 그때 예술은 다른 사람의 말에서 나오는 게 아닌 내 안에서 직접 느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죠.” 돌파구와 해답이 필요했던 시기에 자신이 찾아낸 예술을 들고 돌아온 일이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가 겪은 모험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름을 ‘도로시’라 짓기로 했다. 이때 작가로서 삶을 살기 위한 마음을 다졌으며 처음엔 비디오 제작을 시작으로 옷도 만들고 가발도 만들며 이야기가 있는 작업을 하면서 사진작업을 하게 됐다. 이를 통해 남들과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자신이 만들어 갔다.

그녀는 올해 9월 서울 예술의전당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를 시작으로 10월 파리에 있는 베이징갤러리 그룹전과 홍콩 전시에도 참여한다. 11월에는 페루에 있는 리마뮤지엄에서 그룹전 초대를 받았으며, 2012년에는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개인전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 사진작업과 함께 전공을 살려 손맛이 들어가는 조소작업도 해보려 한다는 그녀는 최근 진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탐미적인 작품으로 눈에 보이는 비주얼적인 면이 강조됐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감흥을 주고 진심이 담긴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 점을 조금씩 놓치면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함께 보고 같이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작업, 진심이 담긴 작업을 통해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언제나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는 작가 중 한명인 그녀가 기존 작업과 함께 보여줄 새로운 작업은 어떨지 추측할 수 없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궁금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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