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이제 갤러리 또는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광고, 음악, 건축, 디자인, 의학, 음식 등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새로운 것을 찾아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간 다양하게 선보여 온 미술과 접목한 공연은 물론 패션과 예술, 스포츠와 예술 등 여러 콜라보레이션 전시는 이제 대중들에게 널리 인식되고 있다. 캔버스 아닌 접시에 작품이 담기다…입으로 맛보는 미술 “미술 작품, 눈으로만 보지 말고 입으로 맛보세요.” 이제 요리에 있어서 ‘미적 요소’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음식예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을 이용한 다양한 예술적 표현의 영역이 점차 넓혀지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 제지마스에서 음식의 미적 요소에 미술지식을 더해 대중에게 식사와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아트 푸드’ 메뉴를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선보였다. '아트 푸드’는 세기의 작가들 작품을 음식으로 재해석한 예술 요리로 제지마스의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아트디렉터들이 다른 레스토랑과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탄생된 프로젝트성 스페셜 메뉴이다. 세기의 아티스트 작품을 접시 위에 음식으로 고스란히 재현, 작품 설명과 함께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며 문화지식도 쌓는 1석3조의 효과로 대중에게 예술문화 소통의 또 다른 창구로 다가간다.
이와 관련해 ‘더 쿠킹(The Cooking)’전이라는 기획전시를 열었는데 전시는 작품이 음식으로 조리되고 또 음식이 작가들의 작품 소재로 조리되어 새롭게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트 푸드가 작품을 접시 위에 음식으로 담아냈다면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은 음식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아트푸드 작품은 상반기에는 샤갈, 고흐, 모네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음식으로 재현했다면 하반기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인상주의 작가인 쇠라와 시냑의 작품들로 선정했다. 아트 푸드는 벽에 걸린 작품을 눈으로 감상함과 동시에 접시위의 작품의 맛을 음미해 보는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을 준다. 의학과 예술, 질병과 슬픔 치료에 도움…마음으로 다가가는 미술 미술이 정신적인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암 의학과 예술이 함께 하는 이색적인 협업 전시도 시도됐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렸던 ‘아트 오브 옹콜리지 세컨드 웨이브(ART OF ONCOLOGY 2nd WAVE)’라는 제목의 전시다. 암 의학과 관련해 예술과 조화를 이룬 전시는 대중에게 낯선 장르일수도 있다. 암이라는 질병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무거움과 두려움은 처음 운을 떼기에도 어렵고 낯설다. 그러나 이 전시는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생명을 전해주기 위해 기획됐다.
무엇보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암 치료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어 전시장을 찾는 이들에겐 일석이조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항암제가 암을 치료하는 물리적 약품이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삶에 용기와 응원을 전할 수 있는 매개임에서 미술과 하나 된 공통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앞서 작가의 작품이 의료용품에 사용된 사례도 있다. 오드아이, 교정기 등 동양화와 팝아트의 경계에 선 작품으로 주목받아온 김지희 작가의 작품이 의료용품 속으로 들어왔다. 예이랑 치과와 함께 진행된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은 의료용품 등에 작품 이미지가 공급되는데 국내에서 드문 예술과 의학의 협업이다. 이번 협업의 일환으로 김지희는 예이랑 장학회를 통한 메세나 활동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대중적 인식 늘려가야 이외에도 무대 위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마술 같은 미술 퍼포먼스인 ‘드로잉쇼 히어로’가 있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기존 미술의 틀을 과감하게 벗고 다양한 미술기법을 바탕으로 놀라운 특수효과를 보여주는 미술판타지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술 하나만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힘든 현실에서 ‘이 같은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영역이 개척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얼마나 지속되고 어디까지 넓어질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각 분야 서로간의 장점을 잘 조합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으로 만들어나가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