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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힐스의 ‘백만장자 공개구혼’에 “사기성 짙다” “낡은 상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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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3호 장슬기⁄ 2011.10.10 14:12:03

최근 결혼정보업체 레드힐스(대표 선우용녀)는 한국 미혼여성들을 대상으로 독특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백만장자인 미국시민권자 남성이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공개 구혼을 한다’는 내용의 맞선 프로그램이고, 이 업체는 관련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돌렸다. 레드힐스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미국 유명 사립고와 공군사관학교 및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을 나왔고 현재는 2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를 진행하는 아시아 전문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이 남성의 부모님은 모두 의사로 미국에 거주 중이며 ‘40대 엘리트에다 1000억대 부자’라는 수식어가 강조돼 있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 성공했지만 결혼은 꼭 한국 여자와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보도자료는 전했다. 레드힐스는 이 남성에 대해 “미국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결혼적령기에 일에 열중하느라 혼기를 놓쳤지만, 재력에 비해 소탈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르다”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백만장자의 공개 구혼이니 많은 여성들의 지원을 바란다”고 지원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가 게재된 바로 다음 날, 레드힐스는 “기사를 내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유는 “분명 구혼남과 상의해 기사를 게재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지인과 비즈니스 파트너가 자신인 줄 알고 연락을 해 온다고 굉장히 곤혹스러운 모양입니다. 사업상 문제가 될 것 같아 기사를 내리는 방향으로 저희 쪽에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정말 죄송한 부탁이지만 ‘백만장자 구혼남’ 기사를 내려주시면 안될까요?”라는 주문이었다. 기사가 그대로 유지되자, 레드힐스의 홍보 책임자는 다른 제안을 해왔다. “기사를 내리는 것이 어렵다면 기사 내용 중 ‘공군사관학교 졸업’ 부분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다른 언론사도 이 부분은 문제 소지의 이유로 삭제된 상태”라고 했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왔다는 것이 왜 문제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재산 노출하면서 공개구혼하는 경우 거의 없다” 관련 기사가 여러 언론매체에 동시다발적으로 실리자 댓글도 잇따랐다. 아이디 'kkkdj'는 모 웹사이트에 올린 댓글에서 “1000억 정도 있으면 이렇게 광고 안 해도 좋은 여자 줄설 텐데… 이런 기사 짜증 제대로”라고 썼고, ‘JunHee Lee’는 “이 기사의 본질은… 실제로 이런 기사로 인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서 돈 많은 남자 낚으려는 여성들이 많다는 거… 결국 이건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라는… 더불어 여자 회원이 많으면 남자 회원들은 알아서 또 가입한다는 거…”라고 지적했다. ‘Min Soo, Song’은 “전혀 기발하지 않은 광고… 이미 써 먹은 데가 많아서 지루함… 달려드는 불나방 많을 듯”이라고 했고, 아이디 ‘ys1357’은 아예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검찰은 우선 결혼정보회사를 압수수색할 것”이라고 부탁했다. 실제로 ‘백만장자 구혼남’의 입장 돌변에 대해 레드힐스 측은 정확히 설명하지 못 했다. 1000억대 재산가에, 미국 최고 명문대학원을 나왔고, 부모는 모두 의사고, 미국 시민권자이고 등등의 ‘지구상 거의 최고급’ 이력을 갖춘 남자가 공개구혼을 한다며 모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면 당연히 수많은 여자들이 만나려 할 것은 너무나 뻔히 예상되는 결과다.

게다가 와튼스쿨, 공군사관학교, 2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를 진행하는 아시아 전문 부동산 개발회사를 운영 중이라면 사실 거의 모든 신원이 밝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업 파트너들이 “그 47세 총각이 공개구혼을 하는구나”라고 다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에 공개구혼을 신청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 즉 수많은 여자들이 만남을 신청하고, 주변 지인-사업파트너가 모두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레드힐스 측은 ‘많은 사람들이 구혼남을 알아본다’는 핑계로 기사 삭제를 요청했고, 이는 해당 구혼남과 사전에 정확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단순히 회원을 모집하려는 ‘상술’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공개적인 맞선을 요구하는 남자의 학력을 수정해 달라는 레드힐스의 요구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수많은 기사를 보고 업체 측에 맞선을 신청한 여성들에게는 그의 학력이 ‘허위 프로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업체 중 회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듀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재산이 많은 회원들이 공개 구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자신의 재산을 노출하면서까지 ‘시끄럽게’ 배우자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오히려 재산규모를 밝히지 않고 진실된 만남을 가지려는 회원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업체 측이 맞선 당사자와 완벽한 협의를 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회원들에게도 큰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피해 줄이어도 처벌은 거의 없어 실제로 최근 결혼정보업체들의 허위 프로필을 이용한 마케팅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올해 1~7월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10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회원 가입 시 약정했던 배우자 조건과 다른 상대를 소개하거나 허위 프로필을 제공해 발생한 소비자피해가 34.0%(36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피해 신고 건수도 2008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10년 한해 2408건에 달했다. 올해 신고 건수 역시 크게 증가해 상반기(7월31일 기준)에만 1744건이 접수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이상형에 대한 기대를 악용한 일부 업체들의 영업방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혼정보회사에서 소개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계속 새로운 회원이 가입돼야 한다”며 “서비스가 좋으면 자연히 회원가입이 늘게 되는데, 일부 업체들은 수익을 빨리 내기 위해 서비스보다 마케팅에 집중해 일단 회원가입부터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결혼정보업체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해 그는 “고객들은 대부분 광고를 보고 가입을 한다. 광고에 돈을 쏟아 부으니 근사한 회사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고, 고객은 믿을 수밖에 없다”며 “회원들로부터 받은 회비는 서비스에 투자돼야 하는데, 실제 투자되는 것은 거의 없다. 서비스에 투자 안 하고 광고에만 투자하는 회사는 고객 관리를 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상담 시 무조건 회원 가입만 받고 가입하고 나면 소개를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전문직은 공짜로 가입시키고 조건이 좋은 남성회원에게는 무료로 여성을 소개해준다”며 “반면 골드미스에게는 회비를 많이 받고 소개를 제대로 안 해주는 사례들이 많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소비자의 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 업체 부도 등으로 가입비 환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피해 역시 33.0%(35건)으로 높게 나왔다. 이어 계약해지에 따른 환급금 산정 시 부당한 약관조항을 근거로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피해가 14.1%(15건), 무제한 또는 결혼 성사 시까지 만남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는 피해가 8.5%(9건)의 순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의 이익 규모는 회원 수와 비례한다. 이 때문에 일단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고가의 가입비를 받아 낸 후 서비스에는 신경 쓰지 않는 부도덕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김 모 씨(33, 남)는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비 99만원을 내고 가입했다. 가입 후 그는 2회의 만남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그가 소개 받은 여성들의 학력, 직업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그는 불쾌한 마음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두 차례의 만남을 가졌다는 이유로 환불조차 받을 수 없었다. “결혼정보업체, 거품 없애고 이미지 쇄신해야” 결혼정보업체 중에는 유명 탤런트들이 대표로 있는 곳이 많다. 레드힐스의 선우용녀 씨와 더불어 배우 엄앵란, 가수 이무송 등이 운영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을 대표로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체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높아질 수는 없다.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면 오히려 타 업체보다 적극적인 서비스와 회원들에 대한 투명한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광고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일정 기간은 회원가입이 줄고,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으나 이러한 투자기간을 거쳐야만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명 탤런트 선우용녀 씨가 대표로 있는 레드힐스의 백만장자 마케팅은 10월 초 접수가 마감됐다. 앞으로 이들의 맞선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일부 댓글의 주장대로 ‘여성 지원자를 대거로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수단이었다면 레드힐스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 역시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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