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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작가] 김덕기 “돌아보세요, 삶의 소중했던 순간을”

미술 교사에서 전업 작가로…노동집약적 작품으로 인간·삶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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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6호 김대희⁄ 2011.11.02 07:36:24

우리의 삶은 때로는 힘들 수 있다. 굴곡이 있으며 계획대로 안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일들도 생기고 삶에 활력이 될 수 있다. 인생의 제1장은 늘 흥미진진하지만 제2장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깊이가 우러난다. 유한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아름다운 삶.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불행은 존재하고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행복 또한 어딘가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화사하고 싱그러운 색감과 밝은 분위기로 보는 순간 절로 경쾌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김덕기 작가의 작품에는 행복한 모습의 가족이 있다. 가족은 그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이며 삶의 안식처가 되는 만큼 그의 그림 또한 부담 없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예전에는 작품의 주제로 가족 사랑을 말했지만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어린 시절 고생하시며 힘든 삶을 사신 아버지가 계셨고, 더 나아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들, 무한하지 못하고 유한한 인생을 작품 속에 표현하고 싶었어요. 소중하다는 개념 즉, 믿음이나 사랑 등을 표현할 때 가장 좋은 게 바로 가족의 일상이었어요. 가족과 함께한 순간순간이 추억이죠. 그 순간을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작품 속 가족은 작가 자신의 가족도 있지만 일반적인 우리네 삶의 가족 구성이라고 한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가족은 사회의 기본단위로 우리 모두의 애환이 가족의 이야기에서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색감만으로도 계절을 알 수 있다. 가족의 이야기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를 통해 나타난다. 멈춰져 있는 그림이지만 마치 그 속에서 소리가 들려오며 살아 숨 쉬는 듯한 가족의 모습과 주변 환경들이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그 모습들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추억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또는 성인이 된 후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은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삶이라는 걸 그는 말하고자 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구상이든 추상이든 표현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 서양화의 재료로 그린 그의 작품은 동양화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초창기에는 종이 작업으로 라인드로잉을 했다. 그러다 과슈나 아크릴, 유화 등으로 넘어오며 기존의 느낌을 어떻게 옮길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동양화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적절하게 조화를 시키고자 했다. 특히 작품 속 가족의 인물을 들여다보면 눈, 코, 입 등 얼굴이 그대로 나타난다. 동양화의 기법인 공필화의 개념으로 작업했기 때문이다. 공필화는 수묵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말 그대로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는 그림이다. 치밀하게 공을 들여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리기 때문에 공치화라고도 한다. 이 점만 봐도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업도 미리 계획하고 그리지 않는다. 하나씩 그리며 공간을 메워간다. 작가도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작품의 흐름을 이끄는 전체적인 느낌만을 가질 뿐이다. 여기에 색감의 선택도 그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색 위에 또 색을 칠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아기자기함 속에 손맛이 묻어난다. “나무도 하나를 그리고 또 옆에 그리며 공간을 점점 메워가요. 이렇게 작품 속 요소들을 다 그리고 나면 점을 찍어서 나머지 공간을 메우게 되죠. 여기서 바닥이 중요해요. 바탕을 먼저 칠하고 만들어 논 상태에서 바탕색의 보색과 유사색을 정해요. 색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산만해지기 쉽죠. 바탕위에 또 색을 칠하면서 공간의 경계와 두께 표현을 나타냅니다.” 평면작업뿐 아니라 도자기를 이용한 입체작업도 있다. 여주가 고향인 그는 사실 2003년부터 여주공방에서 직접 배우고 작업을 했다. 2007년에는 도자기만을 선보이는 개인전도 가졌다고 한다. 이에 도예가로 잘못 인식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무엇보다 그의 이력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고등학교 미술교사였다는 점이다. 10년이나 해온 교직을 떠나 전업 작가로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업’이었다.

“학생들을 가리키며 동시에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만뒀죠.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작업은 혼자 하는 일이예요. 외로운 싸움이죠.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전시장에 작품이 걸리고 나아갈 길이 보일 때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요. 힘들지만 이 맛에 다시 또 길을 걸어가죠.” 앞으로 인간 삶에 대한 범주를 중심으로 계속 작업을 해나가겠지만 사물의 의인화를 통해 아이콘화 된 캐릭터도 만들어 소통의 장을 넓히고 싶다는 그는 “가족이나 풍경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상업적인 작업보다 자유스럽게 사고하면서 대작부터 소품까지, 수채화부터 유화까지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물론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도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즐기고 이해하면서 살자는 마음가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가 되기를 원하고 자신도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사회속의 작가가 돼야 한다는 얘기 속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오늘날 자신이 느끼고 사랑하고 아파하는 다양한 느낌들을 작품 하나하나에 기록해가며 전시장에서 작품으로 말하고 싶다는 그는 유화에서 드로잉 그리고 도자기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신사동 어반아트에서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연다. 또한 명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12월 16일부터 2013년 1월 4일까지 초창기 종이작업들과 함께 페인팅, 영상 작업까지 아우르는 회고전 형식의 전시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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