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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옛 추억 살린 ‘대한민국 1970kHz’ 전

“한밤의 라디오와 음악다방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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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1호 김대희⁄ 2011.12.05 10:40:04

점점 어려만지는 아이돌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는 가운데 7080문화가 아련한 옛 시절 향수를 자극하며 또 다른 문화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1970~80년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스타들의 모습과 추억의 아이템을 선보이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바지와 생맥주, 통기타로 기억되는 시절. 힘들고 지친 삶 속에도 낭만과 꿈이 있었던 1970년대. 번듯한 공연장도 고화질 텔레비전도 없었지만 라디오와 해적판 LP, 낡은 통기타로 문화를 가꾸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이색 전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라는 제목의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로 1960~80년대 근현대 생활 유물들을 재현해 추억 공유 뿐 아니라 이러한 모습들이 대한민국을 만드는 ‘소중한 힘’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0년대 생활상을 한데 모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콘셉트로 ‘한류’라 불리는 우리 대중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체험 여행이다.

전시장은 그 시절의 생활상을 압축해 잘 표현해 놨다. 가장 먼저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 시절로 돌아가듯 익숙하거나 낯선 20개의 생활유물이 전시된 시간의 방에 들어선다. 그러면 태아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그곳을 지나면 보통 사람의 가정집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어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길과 그 어귀에 어김없이 자리 잡았던 구멍가게, 문방구, 만화방, 연탄가게, 이발소를 지나 학교로 가는 길까지 모든 것이 옛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 정겨운 교실과 교문 밖 큰길을 통해 다다를 수 있던 영화관과 교복가게, 음악다방 등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만나고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과거의 TV광고 영상과 ‘국민체조’ 노랫소리 등 아련한 옛 기억의 소리가 들려와 눈으로 접하고 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시절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는 아이템들이다. 특히 ‘선데이서울’ ‘소년중앙’ 등 각종 잡지들이 놓여 있고, 구멍가게를 재현한 ‘대성상회’에는 그 시절에 팔던 과자, 음료수, 껌, 담배 등 물품들이 그대로 다시 자태를 드러낸다. DJ가 직접 틀어주는 ‘추억의 음악실’ 이번 전시의 특징 및 하이라이트는 바로 음악다방이다. 전시 관람을 마친 후 만나는 마지막 방에서는 1970년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음악다방 DJ가 직접 당시 가요와 팝송을 틀어준다. DJ가 신청곡을 받고 노래를 들려주며 그 모습 그대로다. 특히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당시 유명했던 DJ 김광한, 박원웅, 최동욱 등이 직접 출연하는 ‘추억의 음악실’이 마련된다. 라디오에 애틋한 추억을 가진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다. 당시를 산 어른에게는 가슴에 아련히 쌓인 추억을 다시 꺼낼 수 있는 기회이며, 청소년에게는 엄마, 아빠의 어릴 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래를 꿈꾸게 하는 시간이 된다. 전시는 11월 1일부터 2012년 2월 28일까지. “K-POP의 뿌리는 60~70년대에” 김영준 전시기획실장 인터뷰

“근현대사를 재조명하면서 과거를 상기하자는 전시는 많았어요. 그 가운데 7080세대나 60~70년대로 초점을 좁힌 이유는 최근 활발한 한류나 K-POP의 태동기가 어디냐를 생각한 결과죠. 그 시절이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가장 많이 보급되면서 대중문화가 활발하게 성장했던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한 듯 여기저기 너무나 신기하면서도 낯익은 풍경으로 꾸며진 전시장을 돌아본 후 만난 김영준 기획실장은 우리 대중문화가 지금처럼 크게 자라날 수 있었던 이유를 60~70년대에서 찾았다. 대중문화의 시초를 조명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는 소리다. 8곳으로 나눠진 전시 구역은 당시 일상생활을 재현했고, 그곳에는 저마다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 ‘시간의 방’은 시작을 의미해요. 우리의 유물이자 자산인 20개의 물품을 볼 수 있죠. 그리고 일상생활이 시작되는 곳인 보통 사람의 가정집을 보여줘요. 집을 나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골목길을 꾸몄어요. 그리고 학교로 가고 학교 앞 풍경도 보이죠. 마지막으로 번화가 즉 시내가 나와요. 낮거리와 밤거리를 간략하게 꾸몄는데 낮거리에는 극장매표소와 대한민국 1호 흑백 TV(금성사)를 볼 수 있어요.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방에서 그 시절 DJ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나가면 고고장 등의 밤거리를 마지막으로 실제 세트가 끝나요. 마지막으로 다시 시간의 방을 지나 우리가 보내온 시간을 돌아보는 영상이 흐르고 전시장 밖으로 나가기 전 DJ가 실제로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다방을 구현해 놨어요.” 음악다방은 실제 전시와는 다른 독특한 이벤트다. 그는 자신의 추억과 경험을 토대로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음악다방을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라디오와는 다른 직접적인 소통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우리의 생활 경로를 그대로 옮겨놔서 그런지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으며 40대만 넘어도 실제 생활을 했던 경험 덕분에 더욱 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시를 보며 가족 간에 서로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매력이다. 전시마다 특별히 정해진 관람법은 없지만 그는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보길 권했다. 기획자조차 생각지 못했던 점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60~70년대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인 만큼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 부모님이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 그리고 선배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현재를 소중히 생각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해요.” 100% 만족시키는 전시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테마를 좁혀 하나의 문화를 부각시키고 되돌아보는 전시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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