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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복원 이야기 - 5]모사 그림으로 세계 홀린 메이헤른

싼 옛그림 사들여 ‘가짜 고액 명작’ 만드는 묘기 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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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2호 김대희⁄ 2012.02.20 11:44:51

판 메이헤른은 1889년 네덜란드 데벤터라는 곳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베르메르와 렘브란트 같은 화가가 되기를 꿈꾸며 미술학교에 다녔다. 판 메이헤른은 비상한 손재주를 지녔지만 화가로 성공하지 못하자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유명한 베르메르 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을 흉내내 가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위작은 당대의 감정가들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했는데 그의 가짜 그림이 진짜 베르메르의 그림과 나란히 미술관에 걸린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는 이 가짜 그림들을 팔아 돈을 아주 많이 벌면서 미술계 인사로 행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어 결국 덜미가 잡히기 마련. 2차 대전이 독일의 패망으로 끝나고 전범자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 다음으로 지위가 높았던 괴링 장군이 ‘간음한 여인’이라는 그림을 갖고 있었고 그는 이 그림을 베르메르의 진품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가짜였다. 괴링이 이 그림을 누구로부터 구입했는지 추적해 보니 판 메이헤른이 나왔다. 그는 당장 적국 장군에게 국보급 그림을 팔아넘긴 매국노가 됐다. 법정에 선 그는 엄벌을 받을 처지에 놓이자 “내가 판 그림들은 가짜”라고 전격 자백했다. 어떻게 가짜를 만들었는지 그 방법을 시범까지 보이자 유럽 미술 시장에 난리가 났다. 그의 기상천외한 위작술은 사람들을 넋을 빼기에 충분했다. 그가 위작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우선 벼룩시장 등에서 베르메르와 같은 시대인 17세기의 평범한 작품을 산다. 그 다음 돌가루로 그림의 표면을 갈아낸 뒤 베르메르가 사용한 방법대로 그림을 그린다. 이어 17세기 작품처럼 오래된 균열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베이클라이트와 기름 등을 물감과 섞어 그린 후 오븐에 일정 시간 구우면 자연스러운 균열이 만들어진다. 이 균열 속으로 잉크를 스며들게 하면 정말 300여 년 전 그림처럼 보이게 된다. 적국 장군에게 국가의 보물을 팔아넘긴 매국노에서 그는 일약 적의 괴수에 가짜를 팔아 골탕먹인 의인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재판 중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그는 단순 사기죄로 감형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 채 수감 1년 만에 감옥에서 죽음을 맞았다. 나치 장군 괴링에게까지 가짜 명작을 팔아넘긴 그는 전범 재판 과정에서 사기가 들통나는데… 첨단 과학 기기 중 화학분석기는 위작을 가려내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주위의 어떤 물건이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잘 구별이 안 되면 손톱으로 긁어 보거나 물을 발라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중에도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럴 때 분석기를 이용하면 어떤 종류인지를 정확이 알아낼 수 있다. 다른 예로 엄마가 끼고 있는 반지가 순금인지 아니면 은과의 합금인지를 어떻게 알아낼까? 분석기를 이용하면 반지 속에 금과 은의 함량을 알아낼 수 있다. 물질의 화학 성분을 이용하기 때문에 분석기 종류는 물질에 따라 수십 가지나 된다. 그렇다면 분석기를 동원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찾아낼까? 자신의 그림이 300년 전에 그려진 유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겉보기에는 매우 오래된 그림 같았다. 하지만 분석기를 동원한 결과 최근 생산되기 시작한 아크릴 물감이 나오면 당연히 가짜가 된다. 색을 나타내는 안료를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품에서 과거에 있지도 않은 인공 안료가 나왔다면 당연히 최근에 모사된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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