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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진짜? 값은 얼마?] ‘빨래터’ 논란으로 보는 미술 감정의 현장

진품 VS 위작, 미술계 공멸을 자초하는 불신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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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3호 왕진오⁄ 2012.02.27 15:55:17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6억 2천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는 지난 2008년도 미술계와 한국을 엄청난 혼란에 빠뜨렸다. 미술품 진위 감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를 학계와 미술계가 깨달은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국민 화가’로 칭송 받는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는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을 통해 국내 최고가로 낙찰된다. 그러나 그 직후 한 언론매체가 위작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1월 8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20여 명으로 특별감정단(위원장 오광수: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구성했고, 감정 뒤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소장(샘터화랑 대표)과 오광수 특별감정위원장은 “‘빨래터’는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미술계 인사 10명과 오광수 위원장,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감정위원장을 비롯한 특별 감정단은 1월 9일 미국인 소장가 J씨와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 씨와의 전화 인터뷰 등을 거쳤다며 “1954~1956년 한국에서 중장비를 판매하던 헤니슨 회사의 총지배인이던 조 모 씨가 박수근을 J씨에게 소개했고, 1955년 말에서 1956년초 사이 J씨가 직접 받은 그림”이라는 설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광수 위원장은 당시 진품 판정 이유에 대해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장자가 누구였으며 누구를 통해 유통됐는가 하는 작품의 출처“라며 ”이 작품을 박수근으로부터 직접 선물로 받은 미국인이 확인됐고 소장 경위까지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고 강력한 어조를 진품임을 밝혔다.

이런 감정 결과가 나오자 서울옥션의 심미성 이사는 “복수의 전문가로 이뤄진 감정위원들이 안목 감정과 출처 확인, 유족 소견 그리고 자외선 촬영 등 가능한 범위 내의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뒤 경매에 출품했다”며 위작 가능성을 제기한 언론사에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수근의 대표작 ‘빨래터’는 작품의 중요성에 맞도록 신중을 기해 경매에 출품한 작품인데, 위작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경매, 그리고 해당 작품의 위탁자와 구매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측은 전문가의 조력 등을 얻어 “과학적 감정이 배제됐으며 감정위원들이 화랑 관계자들로 이루어진 점, 공개되지 않은 감정위원들의 이름, 그리고 합리적이지 못한 감정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명지대학교 최명윤 교수에게 공개적이고 과학적인 재검증을 요구했다. 전문 기관의 감정이 잇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지리한 법정 공방은 법원이 “진품이라고 추정된다”며 원고 서울옥션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판결은 또한 위작 의혹을 제기한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언론 행위”라며 피고 측 손을 들어줘 양측 모두가 절반의 승리에 머물렀다. 이후 미술계에서는 그 일을 계기로 감정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문제가 불거지고 관심이 고조될 때만 잠시 중요성을 이야기할 뿐 감정 시스템의 정비 등에 대해 미술계나 학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탓에 위작 시비가 되풀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과학 감정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학 감정은 미술 관련 지식을 배경으로 과학적 실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이런 인력이 국내에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분석 작업의 기초 격인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한 작가의 모든 작품 자료와 사진을 수록하고 작품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의 축적이 우선 추진돼야 할 일로 꼽히고 있다. 미술계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져나온 ‘빨래터’ 논란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국내 미술인에게는 커다란 상처와 피해만 안겨 주고 어정쩡하게 끝난 셈이다. 미술계를 정화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암울한 잔상을 남기는 사건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빨래터’ 감정으로 보는 감정 기법 ‘빨래터’에 대한 당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진품 판정’ 소견서를 보면 미술품 감정에 대한 절차와 내역이 비교적 자세히 담겨져 있다. 다음은 감정서의 세부 내용들이다. -안목 감정 1. 마티에르의 문제: 박수근 만의 양식이 완성되기 이전 모색기의 작품으로 마티에르가 일정치 않다. 또 반복해서 칠을 입히는 과정에서 데생을 함께 진행한 것이 특징인데 이러한 데생 부분의 물감은 일반적으로 마티에르 층과 달리 엷게 칠해진 점이 많이 발견된다. 이 작품에서도 부분적으로 엷게 칠해진 데생 부분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2. 색상의 문제: 1950년대 초-중반의 작품에서도 선명한 색상을 사용한 작품들의 예가 있다. 작품이 있었던 환경이 우리나라보다 양호하여 보관상태가 좋아 색상이 선명하고 밝다. -과학 감정 1. 밑칠: 밑칠로는 카키색, 검정색 등을 많이 사용한 것이 박수근의 특징이다. 2. 균열: 박수근의 작품은 동시대 다른 작가들에 비해 크랙이 적은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3. 액자: 액자 물감은 원래 액자 위에 덧칠한 것으로 보이며 액자에 칠해진 색의 변색 정도는 화면 전체의 이물질 부착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조심스럽게 잘 보관된 작품으로 추측된다. 4. 캔버스: 작품 뒷면의 캔버스가 엷은 황색으로 변색되어 있어 이 점 역시 고온이나 고습이라는 기후 변화가 심한 환경이 아니라 매우 잘 조절된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변색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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