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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의 ‘비욘드 노무현’, 그렇게 해서는 '어게인 노무현'도 안된다

노무현은 친서민이었는데 경제관료가 친부자여서 다 망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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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7호 최영태⁄ 2012.06.04 16:11:58

김두관 경남지사의 6월4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 반론을 내놓고 싶다. 김 지사가 내놓은 ‘비욘드 노무현’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그는 “노무현 정부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많은 애정과 철학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구현하는 과정은 관료들에 의해 거꾸로 작동이 됐다. 양극화, 부동산 문제가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은 친서민이었는데 관료들이 친부자였다는 의미로 들리는 이 말은, 한국에서 수없이 들어온 어법이기도 하다. 이승만-박정희 등에 대해 “대통령은 원래 독재자는 아닌데, 주변 사람들이 다 망쳤다”고 한다. 비서관-아랫것이 다 해먹는 나라라서 그런가? ’비리의 몸통은 보좌관, 비서진’이라는 최근의 말도 마찬가지다. 힘있는 윗사람은 아무것도 몰랐는데 아랫것들이 돈을 받고 우발적으로 일을 벌려 나라를 망친다는 것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인데도 지치지도 않고 반복된다. 어느 조직이든 대개는 최고 포스트에 앉은 사람의 퍼스낼리티에 따라 전체의 성격이 달라진다. 대장이 독재적인데 아랫것들이 민주적일 수는 없다. 대통령이 '(대기업)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하는데, 아랫것들이 중소기업 프렌들리를 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에 나선 노무현 정권의 ‘적통’이 이명박 정부라는 분석이다. 한미FTA만 봐도 이러한 적통 관계는 드러난다. 장하준 교수는 저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노무현 정부에 참여한 경제민주화-시장개혁 주장 지식인들은 목표와 방향에서 관료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정권 핵심과 경제 관료 사이에 짝짜꿍이 맞았기에 전면적 신자유주의화가 이뤄졌고, 그 결과가 노무현 시절의 양극화, 부동산값 폭등이라는 진단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현재의 김두관 지사나 그 출신성분에 관심이 쏠린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엘리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 빈한했다고 반드시 친(親)빈자라는 법은 없다. 찢어지게 가난하다가 자수성가한 독한 사장보다, 무른 부잣집 아들 사장이 아랫것들에게는 더 좋을 수도 있다. 대개는 그렇지 않지만…. 정치에서 ‘선의’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결과로 판정할 뿐 그래서 모든 일의 평가는 ‘의지’가 아니라 ‘결과’로 이뤄져야 한다. 의지는 선했으나 결과는 악했다면? 그건 악행이다. 반대로 의지는 악했으나 결과가 선했다면, 그건 선행이다. 정치는 이렇게 결과로 평가하는 게 맞다. 정치가 무서운 이유다. 그래서, 김두관 지사의 발언 중에서 ‘정권 핵심은 옳았으나, 관료가 다 망쳤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시비를 걸고 싶다. 김 지사가 정말로 “대통령 마음은 그렇지 않았은데, 아래 관료들이 다 망쳤다”고 믿는다면,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그래서는 ‘비욘드 노무현’은커녕, ‘어게인 노무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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