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호 박현준⁄ 2012.07.08 13:09:20
대학교수에서 정년퇴직하신 N선생님(70대 여성)이 나를 찾은 건 3년 전의 일이다. 심한 요추 디스크와 척추강 협착증으로 진단을 받은 상태로 걷기조차 힘들었다. 이분은 2~3개 대학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으려 했는데 모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리만 들었다. 수술 자체가 두려운 이분은 수술을 거절하고 백방으로 치료를 알아봤으나 허사였다. 허리가 심하게 아파 외출을 못하니 심적으로 우울 증세도 왔다. 어떻게 나와 연결돼 허리 운동을 권유받고 집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학병원에서 수술밖에 없다고 한 데다 기계나 장비도 없이 2~3가지 집에서 하는 운동만으로 “몇 달 지나면 좋아진다”고 하니 이분이 믿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운동을 시작해보고 2~3개월 지난 뒤에도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면서 점차 통증이 줄어들어 외출이 가능해지자 이분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아침,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시간만 나면 허리 운동을 했다. 그리고 6~7개월이 지나면서 외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졌고 웃음을 다시 찾았다. 이분은 그 후 허벅지에 다소 통증만 남아 상태였는데 다시 운동을 추가해 지금은 누구보다 허리의 근육 디자인이 좋고 근력도 강하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발목, 무릎, 허벅지, 골반 운동을 하고 있는데 50대 남성도 하기 어려운 정도 횟수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분은 이제 머리-어깨 정렬의 이상을 치료하는 ‘잔등 리모델링’을 시작하려고 한다. 자신하건데 살아가는 동안 누구보다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천의지가 워낙 강한 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분은 모임 등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시범을 보이며 운동을 권유한다. 이분을 잘 아는 친구 분들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운동시범을 보면서 놀라워한다. 대개 1가지 이상의 통증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운동을 해서 나아졌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그리했을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운동치료클리닉에서도 우연히 만난 다른 환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한다. 친구 분 중 함께 오는 분들도 “나는 저 할머니처럼 열심히는 못하겠다”고 할 정도다. 허리디스크나 협착증의 치료에 대해 한국에서는 치료만 하면 바로 낫는다는 한방병원, 척추전문병원이 많다. 허리통증을 없애준다는 기구들에 대한 선전도 많아 허리 아픈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나의 선생님 중 한 분의 부인은 허리 디스크로 수술도 받고 각종 치료도 다 받아 봤으나 진전이 없었다. 그 뒤 즐기는 골프도 그만둔 채 우울한 증세 속에서 살아 왔다. 내가 운동방법을 알려줬지만 적당히 한두 달 하다가 통증이 그대로 있자 포기했다. 이유는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몸만으로 하는 운동인 데다, 한 두 가지이지만 운동을 하는 데 매우 힘이 들고 통증도 오니까 “이 힘든 일을 꼭 해야 하나?” “그런다고 정말 나을까?” 하는 의구심이 작용했으리라고 본다. 한국 병원에선 툭하면 “수술밖에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수술받은 허리병 환자 중 효험 못본 경우 많아. 간단한 운동만 꾸준히 하면 좋아지는 환자 많은데… 이런 반응은 그동안 내가 운동치료를 시도한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발견된다. 여러 군데서 치료를 받다가 효과를 못 본 분들이 내게 오는데, 1~2달 지나면 다시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힘든 3~4개월 운동을 지나면 그때 미소를 되찾곤 한다. 선생님의 사모님도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한 두 차례, 그러나 결국 작년 말에 진전이 없자 다시 우리 클리닉으로 내원했고 나는 운동지도사를 붙여 하루에 한 시간씩 허리 운동을 하게 했다. 그러나 이분은 이마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을 빼먹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앞서 이야기한 할머니와 운동 치료실에서 우연히 만나 조금씩 열심히 운동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부부는 3개월간 유람선 여행을 예약했었는데, 여행이 가능할 것 같지 않으니 예약을 해약해야겠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이 상태로 한 달간 운동을 하고 유람선 안에서도 운동을 계속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부부는 여행을 떠났고 여행 두 달 만에 국제전화가 왔다. “지금 유람선인데, 이제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골프장, 헬스클럽 등에 다녀보면 중년을 지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통증, 어깨통증 등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통계에서도 인구의 90%가 이 같은 통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치료방법에 갈피를 못 잡고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이런 상태에서 비롯되는 신체디자인의 이상에 따라 통증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N선생님과 같은 ‘운동치료 전도사’들이 많이 나타나 다른 사람들에게 정확한 처방운동이 우리 몸을 얼마나 좋게 하는지를 더욱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운동전도사를 통해 이 세상이 밝아질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삼성병원은 있고 소니병원은 없는 이유 해외 부자는 병원에 기부해 의학 발전…한국에선 직접 병원 경영해 수가 올려 최근 뉴스에서 지난 10년간 국내 병원 숫자가 30% 이상 늘어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0만 명 당 병원수도 58.5개로 OECD 평균(31.03)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인구 1000명당 의료 인력은 의사가 2.01명으로 OECD 평균(3.11명)보다 적다고 한다. 그런데 고가 의료 장비는 OECD 평균치를 넘어서고 있다. 이와 같은 기현상은 재벌 기업이 직접 대형 병원을 건립하고 최첨단 시설을 하면서 생겨났다. 대형병원을 세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진료, 교육, 연구의 삼박자를 이룰 수는 없다. 밖에서 보이는 하드웨어는 화려할지 몰라도 오랜 기간 쌓아온 전통과 노하우, 즉 소프트웨어를 하루아침에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외국의 대학이나 의료원들은 많은 기부를 받는다.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은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으로 기부 문화의 발달에 크게 공헌한다. 거의 모든 병원에는 기부한 사람이나 기관의 이름을 붙여 그들의 공헌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에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의 양성, 환자의 치료에 공헌하면서 신개념의 병원(세브란스병원)을 탄생시켰다. 알렌 의사나 세브란스 의사의 공헌을 기념해 연세대는 알렌관, 세브란스병원으로 명명했고, 근대 의학의 효시로 의학 발전에 선두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100년이 훨씬 지나 세브란스병원은 그들의 후손을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 내가 미국의 남가주 대학에 갔을 때 ‘쥬라기 공원’ 등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기념관을 보고 감동을 느낀 바 있다. 영화감독도 재산의 대부분을 대학에 기증한다니…. 일본이나 미국의 유명한 부자들이 병원을 직접 세웠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는가? 록펠러 병원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의료원, 트럼프 병원 같은 이름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기존 병원에 기부를 했고 그래서 병원들이 큰 발전을 했다. 치료와 기초 의학 발전에 부자-기업들이 크게 기여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이 많이 늘어난 이유도, 또 첨단 의료기 등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은 이유도 재벌들이 직접 병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술은 발달해 동남아나 러시아 등의 환자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으나 기초 의학 연구기반은 매우 부족하다. 의학에 필요한 기술 발전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도 같은 원인 때문이다. 재벌 기업이 병원을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이미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온 대학병원에 기부해 의학의 모든 분야를 발전하게 하고 의학 분야를 지켜줘야 한다. 쓸데없이 모든 병원이 같은 분야에 나서 시설을 세우고 경쟁하면서 국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병원들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기초의학 분야도 함께 발달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