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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로 폭스바겐 4% 이긴다고?

현대기아차의 R&D 투자, 독·일·미 메이커보다 너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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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정초원⁄ 2012.08.14 14:41:18

“토요타 2454 vs 현대기아 234.” 수치를 통해 볼 수 있는 두 회사의 ‘신기술 개발’ 차이다. 지난해 11월 유럽 최대 특허법률사무소 그뤼네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요타는 2006~2011년 2454건의 특허 기술을 등록했고, 현대·기아차는 234건에 그쳤다. 지난 한 해 등록된 특허 기술 역시 토요타 188건, 현대기아차 69건으로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토요타가 지난 3년간 대규모 리콜, 일본 대지진, 엔고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점을 되뇌어보면, 이 회사가 신기술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슈퍼카 없잖아?”…일 업체들, 한수 아래로 내려봐 현재 현대·기아자동차는 국제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글로벌 시장 톱5까지 진입하면서, 2000년 이후 10여년에 걸쳐 들인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659만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405만1905대, 기아차는 253만9403대였다. 전년보다 무려 15% 향상된 실적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R&D 투자에 약하다는 점이다. 6월 4일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은 GM, 혼다가 5%이상, 폭스바겐, 닛산은 4%대 후반, 토요타 3%대 후반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는 1% 초반에 그쳤다. ‘세계 연구·개발(R&D) 1000대 투자기업’ 보고서 등에 제시된 2009년 한 해 자료만 비교해 봐도, 현대차의 연구개발 비용은 다른 글로벌 회사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토요타의 10분의 1 수준인 지난 6년간의 특허 등록 숫자가 방증하듯, 2009년 현대차의 R&D 비용은 토요타(10조 7000억 원)의 6분의 1인 2조 1205억 원이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중 15위에 불과하다. 이는 추후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신자유주의 경영’으로 몰락했던 GM의 과거를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너무 배불러 딴짓 하다가 망한 GM 기업의 경쟁력은 투자에서 나온다. 지난 GM이 R&D에 소홀했다가 몰락기를 겪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GM의 몰락을 두고 “제품 개발에는 소홀한 채 숫자 경영에만 몰두했던 신자유주의 경영 행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1990년대 초 미국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자 미국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몰두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인 GM과 크라이슬러도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한다. 큰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짧은 기간 안에 효과를 보기 힘든 R&D 부문에서 이 두 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GM의 전 부회장이자 현 최고임원인 밥 루츠가 출간한 ‘콩알 헤아리기(Bean Counters)’를 보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던 GM이 어떻게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는지가 잘 나온다. 밥 루츠는 과거 GM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때 GM 차는 전 세계 어디서 생산해서 팔든 크게 성공했다. 그러자 ‘목표를 과잉 달성했다’고 불평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차를 잘 만들었으니 다음번 모델은 중간 정도 수준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GM은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고, 서비스 수준도 낮췄다. 당장 눈앞의 분기별 이익만을 무자비하게 추구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 기업들은 모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밥 루츠는 GM이 비용절감과 이윤극대화에만 신경 썼을 뿐,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지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최고경영진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이 없다면 ‘비용절감’은 가능할지 몰라도 ‘매출 극대화’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당시 GM의 개발 총괄 임원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모토가 아니라 자신들의 연봉에 영향을 줄 눈 앞의 영업 이익에만 몰두했다. 신자유주의 또는 주주자본주의의 모토에 따라 단기수익을 크게 올리면 경영진은 엄청난 보너스를 받고, 주주 역시 큰 배당을 받아 행복했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본분을 잊었고 고객들은 GM 차를 피하게 됐던 것이다. 반면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다른 길을 걷는다. 위기 속에서도 R&D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기술력 상승에 힘을 쏟았다. 단기수익보다 장기전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 GM이 비운 왕좌를 토요타가 차지했다. GM은 창업 100주년이 되던 해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치욕을 맛봤지만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위기를 겪은 지 3년 만에 다시 글로벌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재기의 근거로는 미국 정부의 대량 구제자금 지원이 우선적으로 꼽히지만, 지난 시절을 반성하면서 ‘다시 제품 개발에 공 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GM의 지난 5년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5%)만 봐도 알 수 있다. 상위 5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높은 투자 비율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가격 대비 고성능’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독일, 일본 업체들에 비하면 핵심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료 분사 펌프, 연료 분사 인젝터, 엔진 컨트롤 장치(ECU), 배출정화장치 등 핵심 부품 몇 가지는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로부터 수입해 쓴다. 현대차, 10년 뒤 내다보고 있나? 최근에는 현대차가 강조하던 품질경영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 6월 시장조사 기관 JD파워가 발표한 ‘2012년 신차품질조사(IQS)’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100대당 결함수가 각각 107개로, 전체 브랜드 중 공동 18위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전년과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지만, 현대차는 기존 11위에서 7계단이나 떨어졌다. 이에 대해 자동차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양사의 결함 수는 전년도보다 줄었지만 순위는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보다 품질 관리에서 뒤쳐졌다는 분석이다.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슈퍼카’ 등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도 현대차의 10년 뒤 브랜드력에는 위험 요소다. 그간 현대차는 90%의 소비자를 위한 ‘무난한’ 자동차를 만들어왔다.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명 ‘슈퍼카’ 개발엔 무관심한 모양새였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는 ‘현대차가 슈퍼카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으나 현대차 측은 7월 13일 현재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의 이런 전략적 행보는 당장의 실리는 가져다줄지 몰라도, 향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방한한 카즈토시 미즈노 닛산 GT-R 제품개발 총괄(60)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강점을 가진 기업”이라면서도 “앞으로도 현대차가 긍정적인 비전을 갖기 위해서는 닛산에 슈퍼카 GT-R과 전기차 ‘리프’가 공존하듯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동차 기업은 대기업으로서 고객에게 첨단기술을 비롯해 감동과 즐거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브랜드의 밸런스를 위해서는 슈퍼카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슈퍼카 개발 등에 손을 놓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발언으로 해석할 만 하다. 정몽구 회장 “R&D 비용 늘리겠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R&D 투자 확대 의지를 내비치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 R&D 분야에만 5조1000억 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3조원에서 2010년 4조4000억 원, 2011년 4조6000억 원으로, 경쟁 해외 업체보다는 미흡하지만 점차 R&D 비용을 늘려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주주자본주의 경영을 받아들인 국내 일부 대기업들에 대해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듬뿍 배당하면서 국제적 귀여움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짧은 안목의 경영을 하다가는 미국 기업의 몰락을 뒤따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너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오너의 의지에 따라 바로 대규모 R&D 투자에 나설 수도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며 첨단기술 개발에 목돈을 투입해 현재의 승승장구를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최근 몇 년처럼 디자인에만 치중하면서 고품질 차량 개발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할지에 따라 한국차의 앞날이 달라질 전망이다. -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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