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씨는 사장직을 맡고 있는 50대 후반의 능력있고 활동적인 사업가다. 사장으로 취임하는 날 아침 흥분된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고 돌아 나오다 어지러운 증상에 그냥 앞으로 꼬꾸라져 넘어지면서 얼굴을 다쳐 취임식 날 잊지 못할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도 의식은 곧 큰 문제없이 회복되었다. 실신은 일시적으로 뇌로 가는 혈액이 감소돼 의식이 순간적으로 없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실신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어지럼증 및 실신할 것 같은 증상 등의 ‘실신 전구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를 ‘전(煎)실신’이라 한다. 주위에서 흔히 이런 증상을 걱정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실신은 드물지 않은 증상으로 약 10%의 사람이 평생 한 번 이상의 실신을 경험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과 70대 이후 연령에서 실신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실신과 구별해야 할 증상 및 질환은 외상에 의한 의식 소실, 간질 발작, 정신과 질환에 의한 의식 소실 등이다. 실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20~30% 정도나 된다. 실신의 원인은 크게 반사성 실신(또는 신경 매개성 실신),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 심혈관성 실신의 세 가지로 나눈다. 반사성 실신 반사성 실신은 혈압과 심박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반사(reflex)가 필요시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실신하는 것이다. 반사성 실신에는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 상황성 실신, 그리고 경동맥 과민성 실신 등이 포함된다. 이중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은 장시간의 부동 기립 자세 또는 갑작스런 놀람, 통증과 같은 감정적인 자극에 의해 발생하고, 실신 직전에 식은땀이 많이 나고(발한), 창백함, 구역질(오심)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은 어느 연령대를 막론하고 가장 흔한 실신의 원인이다. 상황성 실신은 소변이나 대변을 보던 중, 기침, 웃음, 음식 삼킴, 취주악기 연주 등의 특정한 상황에 실신이 유발된다. 앞서 실신한 사장님처럼 어른들께서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소변을 보던 중 또는 소변 직후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는 경우로, 항상 아침에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지 말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동맥 과민성 실신은 넥타이를 매거나 급격히 고개를 돌리는 등의 물리적으로 경동맥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실신하는 것이다. 특히 중년 이후 나이가 들면 목을 돌리거나 머리를 들 때 천천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기립성 실신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은 일차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부전에 의한 실신, 또는 다른 질환으로 이차적인 자율신경계의 기능 부전으로 인한 실신, 그리고 복용하는 약에 의한 실신, 저혈량에 의한 실신이 원인이 된다. 자율신경계의 기능 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당뇨병, 신부전증, 척수 손상 등이 있다. 실신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는 주로 고혈압 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증 약을 들 수 있다. 술도 실신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음을 피하고, 천천히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심혈관성 실신 심혈관성 실신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서맥성 부정맥, 빈맥성 부정맥, 심장 판막 질환, 급성 심근경색증, 비대성 심근병증, 심장내 종양, 심장 눌림증, 선천성 관상동맥 기형, 폐동맥 색전증, 대동맥 박리 등이 있다. 실신이 있어 병원에 내원하면,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원인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는 우선 병력 확인이다. 몇 번째 실신인지, 실신 당시 어떤 자세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실신 직전에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완전히 의식을 잃었는지, 얼마 동안 의식이 없었는지를 의사에게 알려주어야 하며, 실신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병력, 약물 복용력, 급사 또는 실신을 한 가족이 있는지 등도 의사들이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이므로 알려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병력 청취만으로도 25% 이상의 환자에서 실신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년 이후엔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목이나 고개를 돌릴 때 실신 일어날 수 있으므로 천천히 행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원인을 찾기 위한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검사는 심전도와 3가지 자세(누운 자세, 앉은 자세, 선 자세)에서의 혈압 측정이다. 심전도만으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브루가다 증후군, QT 연장 증후군,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심근병증 등의 급사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을 발견할 수 있다. 세 자세의 혈압을 측정함으로서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을 진단할 수 있다. 실신이 일시적이고 특이 병력이 없으며, 기본적인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더 이상의 검사를 하지 않고 지켜볼 수도 있다. 실신이 반복적이면서, 병력 청취, 심전도, 3가지 자세 혈압 측정을 통해서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엔 다음 단계의 검사로 경동맥 자극 검사, 기립경사도 검사, 생활 심전도 검사 등을 한다. 경동맥(목동맥) 자극 검사는 경동맥을 자극하여 혈압 및 심장박동수가 감소하는지 알아보는 검사이다. 기립 경사도 검사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을 유발해 보는 검사로 경사 조절이 가능한 특수한 테이블에 누운 후 일정 시간 동안 기립 자세(선 자세)를 유지하고 실신이 유발되지 않으면 실신을 유발하는 약제를 투여한 후 기립 자세를 유지하여 혈압이나 심박동수가 감소하는지 알아보는 검사법이다. 생활심전도(홀터) 검사는 실신이 유발될 당시의 심전도 변화를 알아내기 위한 검사로 생활심전도 기계를 몸에 장착하고 일상생활을 하게 된다(그림 1). 생활심전도 기계에 따라 1일부터 1주일까지 심전도 감시가 가능하다. 실신의 빈도가 매우 드물 경우 삽입형 루프 기록기를 시행할 수 있다(그림 2). 이것은 작은 심전도 기록 장치를 가슴 피부 밑에 심어 약 3년까지 심전도 감시가 가능하다. 운동 중 또는 운동 직후 실신이 유발되었다면 운동부하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운동부하검사는 러닝머신(트레드밀)을 뛰면서 심전도를 감시하는 검사로, 운동에 의하여 유발되는 부정맥이나 관상동맥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실신을 진단하여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장의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지 심장초음파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실신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고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나 부적절한 치료를 받다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엄재선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임상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