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국민들이 엄격히 지켜야 할 규범인 것은 사실이지만, 법이 먼저 국민들을 지켜줄 수 있을 때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이 아니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 중인 민주통합당 서영교(47) 의원의 일성이다. 서 의원은 지난 8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신관 928호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법의 적용이 상식적인 기준이 되지 못할 때, 그리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대다수 국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사실 서 의원은 지난 4·11 총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연일 화제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 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랑갑은 쟁쟁한 후보들이 난립해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3선 의원에다 노동부 장관 출신 이상수 후보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김정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이에 반발한 이 지역 현역의원이었던 유정현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총선을 처음 치러보는 서 의원으로서는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아 당초 당 안팎에선 서 당선자의 열세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로 뛰며 지역민을 가슴으로 만났고, 결과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1만4000여 표 차로 압승을 거둬 중랑구 최초의 여성 의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1964년 용띠 해에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서 의원은 6살 때 서울 중랑구로 이사 온 후 중곡초-면목여중-혜원여고(80년)를 졸업하는 등 41년간 중랑구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고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면서 대학 시절 반독재투쟁에 앞장선 서 의원은 졸업 직후 중랑 지역에 풀뿌리민주주의와 교육문화복지 향상을 위해 전국에서 최초인 무료도서대여실(푸른소나무)을 개설하고 새날청년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무학자 여성을 대상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중랑 주부대학의 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서 의원은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상근부대변인, 서울시당 선출직 여성위원장을 역임했고, 참여정부의 보도지원비서관 겸 춘추관장으로 재임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보도 분야 대표를 역임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동국대학교 언론대학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던 서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유세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다음은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19대 국회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초선의원으로서 소감은. “아주 즐겁고 활기차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움직여도 피곤한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풀가동’하고 있다. 우선 지금은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법무부와 헌법재판소, 감사원, 군사법원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법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고 개선할 수 있어서 좋다.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아 이 길이 세상의 어려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구나’라는 걸 느끼고 있다” - 서 의원은 3개월 동안 많은 법안들을 발의한 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은? “최근 대한민국의 99.9%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약탈적인 어음 관행을 개선하고자 법률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에는 약 80%가 넘는 사람들이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실핏줄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잘못된 어음 관행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해 대한민국 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릴 지경이다. 개정 법률안에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물품을 납품하고도 6개월에서 1년씩 돈을 받지 못하는 기존의 어음거래 관행을 바꿔 자금결제를 앞당기는 내용을 담았다. 이 밖에도 어려운 서민들에게 불법대출을 유도하는 ‘불법스팸문자’를 금지하는 법안,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문상담사의 확충과 피해자와 가해학생의 분리 배치를 주요골자로 하는 법안 등 서민을 살리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서민들의 삶 속에서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서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국회법사위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국회 18개 상임위 가운데 최대 격전을 펼칠 곳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당에서 그만큼 서 의원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증거인데 어떤 점에 치중할 생각인가. “법조인이 아닌 법사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다. 우리 당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가 ‘제2의 박영선(현재 법사위원장)을 만들기 위한 워밍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는 국민의 시각으로 법을 보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다수의 검찰들이 정권의 충성하면서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는 1% 정치검찰의 문제다.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대다수 검찰을 존중하고, 나쁜 행태를 보이는 소수의 정치검찰에게는 단호히 대처하겠다.” - 일반 국민에게 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법과 도덕이라는 오랜 논쟁이 있어왔다. 법 이전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과 도덕이 일상생활의 규범이 되어야 한다. 법은 우리 생활을 규제하는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법이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관, 기관과 기관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단의 잣대로 존재하며 대다수 개인들이 이 판단의 잣대를 존중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에게 법은 존중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법은 법 자체로 문제가 없어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는 이유는 헌법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국민이며, 법이 특수한 집단이 아닌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고 있다. 법의 적용이 상식적인 기준이 되지 못할 때,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대다수 국민이다. 법은 국민들이 엄격히 지켜야 할 규범이지만 이 법은 먼저 국민들을 지켜줄 수 있을 때 그 존재 가치가 있다고 본다.”
- 사법개혁, 특히 검찰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과거의 우리 검찰 대다수는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자임해왔다. 검사가 공정과 중립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물론, 정권의 성격에 따라 극히 일부 검사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고 정치적인 야심에 따라 국민의 편이 아닌 일부 정치세력에 편에 서 정치검찰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려는 노력을 다각도로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우리 사회에는 한동안 잊혀졌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처럼 사법 불신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일상어로 다시 등장했다. 검찰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18대 국회에서도 검찰개혁을 위해 많은 논의가 되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선 논의를 발전시키고, 새롭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제도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지원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 민주당에서도 국민보다는 정권의 ‘수족 노릇’에만 빠져 있는 일부 정치검찰을 뿌리뽑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강구 중이다. 특히 지난 7월말에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포함하는 ‘검찰개혁을 위한 7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대검 중수부의 경우 검찰총장의 하명을 받아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검찰 스스로 개혁하지 않겠다면 제도를 통해 강제로 개혁당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권력의 앞잡이로 국민과 정치권을 괴롭히는 정치검찰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자 저의 입장이다.” - 현재 검찰이 보여주는 행보들, 특히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한 표적수사 등 야당탄압으로 비춰지는 일련의 사태가 합당하다고 보는가. 형평성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검찰의 잇따른 수사는 사실상 박지원 원내대표 한 사람을 향한, 그리고 야당을 향한 표적수사, 야당탄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내대표에 대한 혐의사실을 입증도 못한 상태에서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들이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이 언론재판을 통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전에 국민에게 이미 죄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검찰의 발표 시점도 현 정권이나 여당의 비리가 드러난 시점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물타기 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에 현 정권과 새누리당의 비리는 어떻게 수사하는가. 증거가 명백한데도 대부분 무혐의, 무죄 처리가 되고 있다. 99% 대다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검사들과 달리 일부 친정권, 친여당 성향 정치검찰들의 이러한 편파적 행보는 분명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본래의 중립성을 되찾고 누구에게라도 공정한 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예상대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같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 후보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제가 5년 전에 당의 부대변인을 맡았을 때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 대표였다. 단아한 이미지에 국회에서 일하는 직원들과도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남성 국회의원들처럼 뻣뻣하게 굴지 않고 여타 의원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 최근 당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서 의원이 박 후보를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박 후보가 날이 갈수록 이명박 대통령의 단점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 대통령의 ‘불통’, ‘권력사유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각종 비리사건이 터져 나오는 것에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일관하는 모습도 너무 닮아서 ‘이란성쌍둥이’를 보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의 ‘만사형통’과 닮은꼴로 모든 일은 올케와 통한다는 ‘만사올통’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친인척·측근 비리도 비슷하다. 또 이번에 박 후보의 최측근인 현기환, 현영희 의원의 공천 비리에 대해서는 자신과는 무관한 듯한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이 대통령이 친형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의 잘못된 정치적 길을 박 후보가 귀신처럼 찾아가고 있다는 뜻에서 비유한 말이다.” - 정치입문은 어떤 인연으로 하게 됐는가. “학창시절에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졸업 후에는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지역에서 10여 년간 무료도서대여실, 주부대학 등을 운영하며 지역운동을 했다. 이후에는 현실정치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당에서 상근 활동가로, 청와대 춘추관장 등을 거치며 정치실무를 배웠다. 이런 과정들이 쌓이면서 출마를 권유받았다. 사실 출마를 마음먹기까지는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조직, 경륜, 경제력, 정책에 대한 지식, 인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는 정치판에 뛰어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출마 이야기만 나오면 도망 다녔다. 하지만 젊고 패기 있는 정치인을 원하는 뜻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고,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 앞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밝은 이미지의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또 평범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부담 없는 정치인의 이미지였으면 좋겠다. 이 사람에게 찾아가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서영교는 똑똑하고 단호한,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믿음도 주고 싶다. 그래서 서영교라는 정치인이 만든 기준과 잣대는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중랑구는 용마산과 망우산, 중랑천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러 군데의 재래시장도 있어 서민들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그렇지만 낮은 재정자립도와 경제 불황으로 인해 영세업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낙후된 지역으로 비춰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 교육, 문화에 이르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는 구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서 중랑천과 망우산, 용마산을 잇는 ‘둘레길 조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달 말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주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레길을 서울의 명소로 만들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지역시장과 패션타운에서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연계해 골목상권 살리기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 이외에 정치적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의정활동이 있다면…. “아무래도 두 아이를 둔 엄마다 보니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도적 보안을 통한 교육혁신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아동, 여성 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국민의 혈세를 올바르게 분배하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우리 지역만 보더라도 가난한 서민들은 세금을 떼먹을 줄 모른다. 세금은 부자들이 떼먹고 혜택도 챙겨가지만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에 정당하게 받아야할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랑구민을 비롯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돌아오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MB정부의 잘못된 세금 정책을 바로잡고 싶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