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290호 최영태⁄ 2012.09.04 14:35:53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이 목표가 아냐”라고 발언했다고 해서 트위터에선 “안철수의 대권 포기 선언.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대결인데, 그건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음.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등의 발언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고 얘기했다고 벌써 “대권포기 선언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게 웃길 뿐이다. 안철수의 발언을 이런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 보자. 차기 은행장이 유력시되는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은행장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라고 발언했다면 그는 은행장 되기를 포기한 것일까. 이 발언의 진의가 "나는 우리 은행을 세계 최고로 올려 놓는 게 목표지, 은행장이 되는 걸 내 목표로 삼은 적은 없다"라고 한다면. 처음 말을 듣자마자 줄을 바꿔 탄 사람은 나중에 "바보" 소리를 듣기 십상 아닐까? 안철수의 발언은 ‘자리에 욕심은 없다’는 소리이며, 이는 곧 ‘반드시 당선을 위해 정치공학적으로(민주당과 손잡는 방안 등을 포함해) 접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더 맞는 해석 아닐까? '대권 포기'를 선언한 사람이 왜 엄한 곳을 돌아다닐까 물론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는 발언의 최종적 책임은 안철수 본인이 져야 한다. 이 대목에서 꽤 잘 쓴 것으로 보이는 해외의 시각을 하나 소개한다면 미국 블룸버그 통신사의 도쿄 특파원인 평론가 윌리엄 페섹이 지난 8월 28일 내놓은 기사가 있다. 이 기사에서 페섹은 “박근혜 후보가 4개월 뒤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양당 체제에 커다란 질문을 던진 안철수의 영향력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엄청난 과제 해결 압력에 시달릴 테지만 한국의 낡은 정당정치 관행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이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한 마디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국민에 떠밀려 여기까지 온 안철수의 영향력은 계속, 쭉~ 발휘되리라는 해석이다.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대권 포기 선언이라면, 안 교수는 왜 지방의 후미진 곳을 돌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찌질한 검증 공방 등이 싫어서 대권 포기를 선언한 사람이라면 조용히 집에서 쉬면 되지, 왜 ‘엄한 곳’을 돌아다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져볼만한 타이밍이다. ‘안철수 후보’ 현상은 완전히 타의에 의해, 즉 안철수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이 그의 등을 사정없이 떠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안철수가 그 어떤 향로를 택하던, 그의 등을 떠미는 국민의 손길이 한꺼번에 그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그의 "대통령이 목표는 아냐"는 대답은 지극히 시의적절하고 또한 깊이 음미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