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이 하나의 편안함을 찾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작품의 중점은 하나의 생활, 생활 속 내 모습이에요. 여기서 어떤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느냐. 여기에 매력을 느끼고 살고 있죠, 결국 함께 호흡하고 느끼고 살아가자는 목적으로 즐겁게 그리고 있어요.” 개인전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어느 날 평창동 작업실에서 만난 성순희 작가는 한창 작업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녀는 궁극적으로 그림을 통해 함께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며 편안함과 휴식을 주고자 한다. 이는 작품 제목인 ‘생의 화합’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바로 ‘하모니’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작업은 자신이 바라본 시각으로 표현되는데 캔버스를 접시화시켰다. 다시 말해 그녀는 접시에 사물이 담기듯이 이야기를 담는 식으로 작업한다. “접시의 문양이 있고 문양 위에 놓인 물체들, 이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요. 추상화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편안한 우리 일상을 담았기에 부담 없이 감상하는 것 같아요.”
특히 그림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 있어 이를 밑바탕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그려나간다. 무엇보다 작업을 함에 있어 하나의 재료만을 쓰지 않는 그녀는 아크릴, 과슈, 유화, 오일스틱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를 섞어 그림을 그린다. 여기에는 재료 탐구에 관심이 많은 점이 한 몫 했다. 재료를 쓰면서 반응을 보는 것을 좋아해 여러 가지 느낌과 효과를 표현하게 된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유화에 수채화적인 느낌 또는 그 반대의 느낌 등 다양한 기법의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더욱이 화면 속에서는 부드럽기도 하면서 거친 붓질의 표현이 서로 섞이고 조화를 이룬다. 그러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하모니를 나타낸다. 작품에 맑으면서도 순수한 자연의 색을 원하는 그녀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특히 작품 속 사물들은 그녀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이다. 이 또한 실제 사물들이 아님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뤄낸다.
“실제 사물이 아니에요. 모두 만들어낸 상상 속 사물이죠. 직접 보고 그리면 이렇게 나올 수가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정물화가 돼버리죠. 똑같이 그리면 그것만 바라보고 생각할 이유를 못 느껴요. 저는 관람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그리고자 해요.” 그녀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러한 관계를 생각해 사물들을 등장시킨다. 처음 큰 구도를 잡고 시작해 그림과 대화하듯이 풀어나간다. 때문에 그때그때 다르게 그려나가는데 작업에 들어가면 몰입되면서 그림과 함께 놀며 순간 작업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녀는 작가노트를 통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흰 캔버스는 하얀 모래사장과 같아서 그 위에 아무 생각 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발자취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남기고 싶다. 오늘도 화면 위에 여러 이야기를 듬뿍 담아 그들만의 화음으로 조율해본다.” 부담 없이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쉴 수 있는 휴식을 주는 그림으로 마음의 평온함과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이 녹아든 작품에서 나지막이 너와 나의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싶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