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컴퓨터를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트로이컷’(Trojancut)에 대해 국회사무처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9월 20일 공개검증하기로 했으나 예상대로 국회사무처가 트집을 잡는 바람에 전혀 진전이 없었어요. MBC 김재철 사장도 트로이컷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자 인정하고 삭제했는데…. 국회사무처는 김재철 사장만도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MBC에서 개인 이메일, 메신저까지 감시하는 내부 사찰용으로 트로이컷 프로그램의 사용이 문제가 된 가운데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은 이 프로그램이 지난 5월 국회사무처를 통해 일괄 설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9월 20일 국회사무처와 공동으로 공개검증에 나서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 의원은 “설치 폴더를 확인할 수 없도록 ‘숨김’ 처리하고, 실행 상태 역시 인지할 수 없게 ‘숨겨진 프로세스’로 동작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프로그램을 발견한다 해도 서버 관리자의 암호를 입력해야 하므로 삭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즉각 해명 자료를 내고 “국회에 깔린 트로이컷은 MBC에 설치된 것과 달리 해킹에 의한 자료 유출 차단 기능만 도입했다”며 “사찰이나 감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신 의원은 “국회사무처가 떳떳하면 전문가들과 공개검증 하면 될 텐데 자기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라는 식으로 괜한 트집을 잡아서 결국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전북 전주시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에 문화방송의 방송 기자로 입사한 뒤 1993~1994년 MBC 뉴스데스크의 주말 앵커를, 2008~2009년엔 박혜진 아나운서와 함께 평일 앵커를 맡았다. 뉴스데스크 진행 기간 뉴스의 끝을 맺는 클로징 멘트에서 대담하고 직설적인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0년 9월 문화방송을 퇴사한 신 의원은 2011년 1월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곧바로 대변인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 을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전략 공천되어 많은 표차로 승리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는 10월 5일부터 시작된다. 초선의원으로서 국감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 “국회의원이 된 지 100일이 조금 지났다. 국정감사는 매년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행정부에 대한 지적과 다양한 정책대안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는 시기상 대선이슈에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방송·통신·문화·체육·관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기 때문에 각각의 분야에서 핵심 현안들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감사에 임하겠다.” - 올 12월 대선을 앞두고 가장 치열하게 전개될 상임위로 문방위가 꼽히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방위는 19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때부터 최대 격전지로 뽑힐 만큼 다양한 쟁점과 이슈가 산적해 있으나 아직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상임위가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개원협상 당시 합의된 언론청문회는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국감 일정 또한 아직까지도 합의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 파업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은커녕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연임, 김재철 MBC 사장 연임, 이길영 KBS 이사장 임명, 이춘호 EBS 이사장 연임 등 이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방송사 수뇌부를 채우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심하게 들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 부분들에 대해 끝까지 추궁하고 바로잡아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수장학회 문제, MB정부에서 실종된 IT정책을 되살리기 위한 ICT(정보통신기술) 거버넌스 논의와 더불어 MB정부가 포기한 통신비 인하와 최근 밝혀진 MB정부의 문화·예술계 사찰 문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 최근 의원들의 PC에 트로이컷 감시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주장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지난달부터 보좌관 컴퓨터에서 ‘트로이컷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에러 메시지가 컴퓨터를 켤 때마다 나왔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에 MBC가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설치해 직원을 사찰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검증을 의뢰했는데 MBC와 같은 프로그램이 맞고, 보안업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감시프로그램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사찰 및 감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국회의원과 보좌진 컴퓨터에 ‘숨김 기능’을 이용해 설치되었고, 국회사무처는 이 사실을 보좌진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국가기관이나 사기업도 아니고 국회의원실에 이런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현재 국회 사무처와 민주통합당이 공동검증을 논의하고 있는 심정이다.” - 국회사무처는 일반적인 보안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보안업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사실상 사용자 감시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료 유출방지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맞지만, 필요 이상으로 자료 내용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국회사무처가 자료 내용을 확인하는 기능을 빼고 납품받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관리자용 프로그램에 해당할 뿐이고 실제 의원 컴퓨터와 보좌진 컴퓨터에 깔린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MBC 직원 컴퓨터에 깔린 것과 동일한 형태였다. 따라서 현재 관리자 프로그램만 간단한 업그레이드하면 얼마든지 국회의원실 컴퓨터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회사무처는 이 프로그램을 의원실에 아무런 고지도 없이 몰래 설치하고 운용했으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한다.” “사찰프로그램으로 의원 사찰하는 국회사무처는 MBC 사장 김재철만도 못해” - 사무처에서 끝까지 보안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국회사무처와 민주통합당이 트로이컷에 대한 검증을 9월 20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검증단까지 구성했으나 예상대로 국회사무처가 트집을 잡아 전혀 진전이 없다. MBC 김재철 사장도 트로이컷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자 인정하고 삭제했는데, 국회사무처는 김재철 사장만도 못한 것 아니냐. 중요한 것은 개별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해 감청, 사찰의 가능성이 단 1%도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트로이컷 검증을 통해 국회 보안프로그램의 실상을 정확하게 검증하여 국회의원이 안심하고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신 의원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서 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뒤늦게 정치권에 들어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MBC에서 31년 기자생활을 했다. 따라서 MBC가 제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려니 했다. 특히 기자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으나 정치적인 압력이 들어오고 사찰이 들어오면서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직책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굳이 말하자면 MB정부가 제 정치 입문의 가장 주요한 동기를 제공해 준 셈이다. 언론의 탈정치화, 사찰이나 감청 같은 못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등이 나의 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2009년 4월 뉴스 클로징 멘트 때문에 화제가 됐는데 그 때 얘기를 다시 한 번 들려 달라. “‘회사 결정에 따라서 저는 오늘자로 물러납니다. 지난 1년여 간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희망이 있는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할 말이 많지만 저의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 - 당시 신 의원은 앵커 생활 동안 많은 핍박과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의 핍박이 정치 쪽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해도 되는가. “물론이다. 앞서 얘기 했듯이 MB가 내 정치입문의 큰 동기를 제공해 준 셈이다. 31년 동안 한 직장에서 한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이 다른 쪽으로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는 기자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도 있었고 이직을 생각할 겨를도, 이유도 없었다.” - 기자로서 오랫동안 정치현장을 접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막상 제도권 안에 들어와 보니 다른 점이 적지 않은가. “사실 내 기자 이력 전체에서 보면 정치부 기자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미국의 상하원을 정기적으로 출입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과 워싱턴 특파원 생활 등이 내가 정치에 대한 감각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물론 이러한 기자 생활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중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겸손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본질을 잡아내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생활할 때의 원칙과 비슷하게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바른 길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정치는 기자와는 달리 취재, 보도, 논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실제로 맞닥뜨려서 해결해 내는 것까지가 과제가 되고 또 이를 통해 평가받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 많은 언론계 후배들이 신 의원을 멘토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기자로서의 가치관과 정치인으로서의 가치관을 얘기해 달라. “‘합리적 상식과 원칙’이라는 대전제는 기자이건, 정치인이건 반드시 지녀야 할 핵심 가치라고 생각한다. 보도의 공정성과 적실성, 성역 없는 비판 등이 기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자문해봐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한다고 했지만 늘 스스로 부족함을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 정치인의 경우는 ‘비판’ 뿐만 아니라 ‘개선’ 까지를 책임 영역에 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이야기한 바 있다. 정치인은 올바른 신념 혹은 선한 의도만으로 평가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념에 입각하여 결과를 내는 것에 의해서도 평가받는다는 측면을 이야기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책임윤리의 측면을 무겁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차기 대통령은 어떤 정치적 철학과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때로는 가장 사소하고 진부한 것이 핵심일 수 있다. 상식과 원칙이라는 두 단어가 내가 쓴 책 ‘개념 사회’의 키워드였다. ‘상식과 원칙의 대통령’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화합을 이끌어내고, 희망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상식과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 요령과 눈치가 없어도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자격이 부여되는 사회,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사회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4년의 한국 정치를 보면서 소통의 부족, 공감의 부족이 어떻게 국민을 불행하게 하고 약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지를 충분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야권이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가 필수적인데 어떤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는가. “현재 여러 가지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의 경우는 과연 1000개, 2000개의 샘플로부터 추출한 여론이 정치적 결정의 최종 척도가 되어도 되는 것인가의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두 분들끼리의 결단을 통한 단일화가 최선이지만 과연 어떤 방식의 결단이 다수를 납득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가는 쉽지 않은 문제일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정 절차는 일단 미뤄두고 일단 과정상의 수순을 논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순은 첫째, 어떤 식으로 최종적 결정을 하건 간에 국민들 앞에서 토론, 대담 등을 통해 충분히 두 분의 모습을 선 보여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뜻이 수렴된다면 이에 따르면 될 것이고, 혹여 여전히 백중세로 국민의 뜻이 갈리는 경우라면 두 분과 여러 지혜로운 분들이 모여서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 분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다른 한 분은 러닝메이트로 나서서 (예를 들면 책임 총리와 같은) 공동의 정부를 창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에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박근혜 후보는 최근 인혁당 사건 발언 등에서 나타났듯이 박정희라는 아버지의 유산과 권위에 대해서는 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박정희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지적성숙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박 후보는 70년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어떤 부분은 60년대에 머물고 있어 나이로 따져서는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박정희 종교’의 충실한 신도로 남아 있는 걸 일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것 같은 박 후보에게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