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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한국 수영장, 요즘은 물 맑나?

똥·오줌 난무했던 그 시절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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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박현준⁄ 2012.10.22 11:43:11

의예과 여름 방학 때 나는 종로에 있는 YMCA에서 수영을 배웠고 어느 단계에 이르자 인명구조원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체력이 그렇게 좋지 못했던 나는 훈련이 끝나면 완전히 녹초가 됐고 다음날 수업 시간엔 조는 게 일이었다. 인명구조원 자격시험에서 제일 힘든 일이 손발 묵고 물속에서 30분가량 견디는 것이었는데 이 역시 재수 끝에 통과하면서 거의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고급 인명구조원 자격을 얻었다. 본과 1학년 여름방학에는 서울운동장 수영장에서 수영 강사 훈련을 통해 수영강사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본과 2학년 여름, 서울 타워호텔 수영장(당시 타워호텔 수영장은 서울에서 워커힐 수영장과 더불어 최고 인기 장소였다)에서 인명구조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로 수영장 옆에 설치된 감시대 위에 앉아서 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아침부터 수영객이 몰리기 시작해 11시경이 넘으면 완전 만원사례를 이루곤 했는데 수영장 주위의 그 넓은 바닥에는 일광욕을 하며 누워 있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고, 수영장 안에도 조금 과장해서 물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높은 망루에서 보니 여기저기서 녹색 물이 번지고 있는데 실은 수영객들이 물속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것이었다. 하늘을 보면서 딴청을 하지만 위에서 보면 노란 물이 그 사람의 몸 중심으로부터 시작해 퍼져나가는 것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남녀도 없었다. 화장실이 가기 귀찮다고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다니…. 그러나 하도 사람들이 많아서 어느 사람이 범인(?)인가를 확인할 수 없었고 따라서 통제도 불가능했다. 사람 주위로 노랗게 번져가는 저 색깔은… 소변을 보는 주위에서 좋다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 그들이 오줌 물을 갖고 논다는 것을 안다면?! 최근 20년간은 실외 수영장에 가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아직도 일부 수영객들이 수영장 내에서 몰래 실례를 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수영장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또한 당시는 수영장 물을 한번 바꾸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으므로 주로 소독약을 많이 투여 했다. 미 8군은 한국 내 수영장에 소독약이 많아 인체에 해롭다는 경고도 한 바 있었다. 내가 미국에서 수영장을 소유한 친구들에게 부럽다고 했더니 그들도 “수영장 관리에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고 관리가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바닷가는 어떨까?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 가서 그곳에 근무하던 동료 구조원과 얘기하다가 “가족이 함께 와서 애기의 용변을 모래사장에서 보게 하고 모래로 덮어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실제로 저녁이 되자 여기저기 대변을 보고 몰래 묻어버린 장소를 치우는 장면을 보고 공중도덕 문제가 심각함을 느꼈다. 수영장에 갔다 와서 눈병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기는 원인의 큰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며,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전염성 질환을 퍼뜨리는 요인이다. 수영장에서는 익사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건강을 해치는 오물, 쓰레기 방치, 함부로 침 뱉기 등도 간단치 않다.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설준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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