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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제약 박해룡 회장 “나는 컬렉터이자 화가”

“기자님 만나는 오늘도 새벽에 4시간 그림 그리다 출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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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9호 김대희⁄ 2012.11.05 14:38:25

“그림을 좋아해요. 7년 전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고 직접 그리고 있어요. 그림은 유명 작가나 비싼 작품을 구입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에 회의를 갖고 있죠. 그런 그림들은 대부분 투자 대상으로 구입하기 마련인데, 그림을 투자로 구입하기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그림, 열정이 있는 작품들 위주로 사고 있어요. 유명해지기전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찾고 있어요.” 고려제약 박해룡 회장을 찾아 가던 날 건물 로비에 2점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었지만 보통 솜씨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방을 들어서는 순간 로비에서 봤던 비슷한 그림이 또 여러 점 걸려있었다. ‘요즘 한창 수집 중인 그림인가? 혹시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궁금한 눈빛을 읽었다는 듯이 그가 먼저 대답한 얘기에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 모든 그림은 그가 직접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그림을 모으는 컬렉터이면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했다.

제약회사 25년 경력, 그림으로 치면 ‘직싸게 고생한 자화상’ “사무실에 걸려있는 그림은 모두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어릴 때부터 전시회도 다니며 그림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시절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잘 그린 그림들은 교실 벽에 붙여놓았는데 항상 제 그림이 절반이 넘게 걸릴 정도였죠. 외할아버지가 서예를 하셨는데 그 핏줄이 흐르는 것 같아요.” 그림에 소질이 있어 미술을 전공할까 고민도 많았다는 그는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이 있듯 그 시절 집안의 반대가 강했다고 한다. 결국 많은 생각 끝에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림을 접었고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제약회사에 입사해 25년가량을 월급쟁이로 생활하다 1982년에 독립해서 창업을 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제약회사인 고려제약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종합감기약 하벤이 대표 상품이다. 그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이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직싸게 고생한 오늘의 자화상’이란 그림이 있을 정도다.

7년 전부터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며 모으기 시작했어요. 회사일 하면서 밤부터 새벽까지는 그림을 그렸죠. 회사생활 반과 그림 그리는 시간 반이 하루의 삶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그렸고 7년 동안 100여점을 그렸죠. 그림을 고를 때는 예술성과 보기 편한 그림, 아름다운 그림을 선호해요. 특히 신진이나 중견 작가로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사죠. 서로 돕는게 아닌가 해요. 저는 좋은 그림을 봐서 좋고 그들에게는 경제적으로나마 힘이 될 테니까요.” 그는 투자적인 목적이 아닌 정말 그림이 좋아서 모으고 그리기까지 하는 컬렉터였다. 때문에 회화든 조각이든 가리지 않고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졌다며 아프리카 그림은 볼수록 느낌이 좋다고 한다. 특히 어떤 취미 생활이든 비슷하겠지만 작품 수집도 중독인 것 같다며 계속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정말 사고 싶은 그림이 있을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입했던 경험도 많았다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나 그림을 팔지 않는다고 할 때 빚을 내거나 삼고초려로 찾아가서 결국 구입하게 됐다. 그는 매일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기자와 만나는 날 아침에도 4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다 출근했다며 현재 작업 중인 그림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주로 말과 풍경 그리고 인물화다. 미술에 대한 소질이 있었지만 특별한 공부는 한 적이 없다는 그는 화가인 동생으로부터 기본적인 것만 배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내년 5월 자신의 작업을 세상에 선보이는 개인전 연다 “붓터치에도 내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특히 인물화는 데생 실력이 중요한데 참 어려워요. 데생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인물을 그리고 있죠. 말을 그리게 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 뭘까’ 하고 생각하던 중 떠올리게 됐어요. 풍경을 그리는데 그 속에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냥 풍경화가 아닌 스토리를 만들고 있어요. 말은 풍경화와 잘 어울려요. 현실의 풍경에 상상력을 넣는 거죠.” 주로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그는 한때 동양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서양화를 그리다보니 서양화에 더 관심이 높아졌다. 보는 맛이 다르지만 서양화가 더 깊고 오묘한 맛이 있다며 요즘에는 서양화와 동양화를 수집하는 비율이 10대 3 정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는 저렴한 옷을 입는데, 그림을 사는데는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비싼 명품은 사면서 그림을 사는데 인색한 현대인들에 대해 문화 수준의 차이인 것 같다며 돈을 버는 투자 목적으로 그림을 사는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생을 마칠 때까지 그림을 모으고 그리겠다는 그는 그림을 수집하는 행복과 그림을 그리는 성취감에 힘들고 말랐던 가슴이 다시금 물들기 시작한다며 그것이 우리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보통이지 않은 삶이라고 나지막이 얘기했다. 그는 2013년 5월 자신의 작업을 세상에 선보이는 개인전도 열 예정이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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