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의 산증인이자 1977년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백영수(90)화백의 회고전이 12월 4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과 무각사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0∼60년대 작품들과, 1977년도 이후 대표 소재인 '모자(母子)상'시리즈, 2000년대 이후 '여백, 창문'시리즈 등 총 105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백영수 화백의 70년 회화의 전모를 살펴 볼 수 있다. 단순한 화면 안에 갸우뚱한 얼굴을 한 모자상은 눈을 감고 행복에 젖은 듯, 꿈에 젖은 듯 천상과의 교감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순수성을 보여준다. 모자상과 함께 등장하는 남자아이, 새, 개, 나무와 정자 등 향토적이고 서정적인 소재들은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부드럽고 깊이 있는 색조들로 인해 그의 그림을 더욱 평온하고 따뜻하게 한다. 또한 작품뿐만 아니라 1940∼50년대 전시 리플렛, 방명록, 각종 도서, 화구 등 희귀한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해방이후 초창기 한국미술사 문화계의 시대상을 함께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서양화가 백영수는 1922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으며, 두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일본 오사카 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1945년 귀국하여 목포고등여학교 미술 교사,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해방 후 최초의 국전이었던 미 군정청 문교부 주최 조선종합미술전 심사위원, 대한미술협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한국현대미술의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2011년 초 영구 귀국해 현재는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며, 더욱 절제되고 단순화된 화면을 통해 '지적인 아름다움'과 '명상적인 정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