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각의 동양화를 선보임으로써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갖고 있는 정해윤 작가의 개인전 ‘Time Track’이 가나아트센터에서 12월 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정해윤은 장지에 금분, 은분을 섞은 동양화 물감을 사용함으로써 동양화의 형식적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대적인 회화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집적된 서랍 사이로 새와 나무, 풍경, 인간상 등의 자연적인 요소들을 자유롭게 배치함으로써 개체간의 상호교감과 관계망 형성이라는 주제를 선보이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아트페어와 비엔날레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다. 정해윤은 그간 보편적인 인간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가시화하는데 주력했다면 신작에서는 우주로 시야를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계와 구조에 대한 고찰이 우주라는 무한한 영역에서의 규칙성을 찾아나가는 작업으로 확장된 정해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사적인 공간을 의미하던 서랍들은 보다 큰 공간, 즉 우주의 한 부분으로 전환되고 서랍을 연결하던 관계망인 참새는 진주가 대신한다. 미지의 별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을 통해 작가는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끊임없이 개체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금분, 은분이 섞인 서랍들의 금속성 색채와 진주는 빛을 반사하는 우주공간의 별과 별 내부의 빛이 서로 조화되면서 발산하는 우주의 복잡미묘한 변화를 표출한다. 이러한 서랍과 진주들을 잇는 흰 선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별자리들을 나타내며, 나아가 미지의 별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을 통해 우주 속에서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정해윤은 인간문명이라는 사회 속에서의 관계에서 우주 속에서의 관계로 범위를 확장하면서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시각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