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인류 보존에 꼭 필요하다. 또한 성생활은 모든 남녀와 부부사이의 행복을 좌우하는 핵심 활동이고,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매우 독특한 남녀 간의 신체적인 언어이다. 그래서 성공적인 성생활은 행복을 보장하지만, 실패한 성생활은 불행한 삶으로 직결되기 십상이다. 다른 분야는 괄목할만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지만 한국사회의 잠재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유교 이데올로기 때문에 성적인 분야는 기형적으로 미발달, 미개척분야이다. 특히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 사이에 성적인 차이는 너무나 많다. 이런 불균형이 남녀사이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애인이 없는 사람은 장애 6급”이라는 농담이 유행한다. 많은 사람이 애인이 있다는 얘기다. 성매매방지법이 통과된 뒤 해외 매춘관광이 급격하게 늘어 1년에 2조원 가량의 외화가 낭비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건전하게 성적 욕망을 풀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혹은 더 이상 부인과는 섹스를 안 하거나, 부인이 섹스를 안 해 준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중에는 상습적으로 부인이 섹스를 안 해 주는 것이 원인이기도 한다. 중년의 남녀는 이제 섹스가 재미없고, 섹스를 거의 하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가 한국인의 30~40% 정도나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혼율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저출산률도 세계 1, 2위권 안이다. 선진국형 가족제도의 변화와 붕괴 과정을 겪고 있지만 섹스에 대한 관념과 지식은 여전히 후진국형이다. 섹스에 대해서는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성에 대한 지식과 상식은 거의 전무하다. 특히 중년이후의 부부는 더더욱 그렇다. 왜 부부가 오래되면 가족끼리 ‘그거’ 하면 안 된다고 할까? 가족끼리는 하는 게 아니란다. 왜 그럴까? 왜 부잣집 안방마님은 곳간 열쇠만 주고, 사랑은 애인에게 줄까? 부인에게 한 달에 2000만원의 생활비를 주면서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서 섹스는 다른 여자하고 하는 부자남자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인은 외도를 하면 바로 이혼이라고 한다. 남자의 보수성과 바람기…. 정말로 오래된 본처하고는 섹스하면 안 되는 건가? 많은 생활비를 받은 부인은 그 돈으로 명품을 사서 입고, 명품가방을 들고, 비싼 곳에서 밥을 먹지만 마음은 항상 외롭고 사랑이 고파서 돈을 쓰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마저도 안 되면 남편하고 살 필요가 없으니까…. 섹스리스를 극복하려면 섹스가 재미있어야 한다. 즉 섹스가 맛있어야 한다. 입맛이 없을 때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고 입맛을 다시 찾듯이, 성욕이 없으면 맛있는 섹스로 성욕을 회복해야 한다. 즉 섹스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섹스야말로 그렇다. 공부하고 연마하면 섹스가 달라진다. 중년 부부 “가족끼리 ‘그거’ 하면 안 돼” 고리타분한 사고방식, 행복한 성관계 막아 한 가지 악기를 다루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인체라고 하는 너무나 아름다운 악기를 다루는 데 어떻게 그냥 저절로 되겠는가? 절대로 쉽게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본능만으로 사랑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어디 가서 배운 것이 없는데, 약간의 포르노나 술자리에서 선배가 한 몇 가지 이야기가 전부인데, 어떻게 유쾌하고 행복한 성을 누리라는 말인가? 절대로 모든 좋은 것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맛있는 섹스를 하면 인생의 차원이 달라진다. 그러려면 정말로 잘 배워야 한다. 맛있는 섹스, 그것은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또한 교육과 코칭을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해 ‘의식의 혁명적 전환’과 ‘지식 습득과 기술적 연마’를 전제로 한다. ‘맛있는 섹스’는 성인들의 대부분이 원하지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섹스가 아름다우면 그 인생이 아름답다. 최상의 섹스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은 최상의 삶이다. 여자로서, 또 남자로서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행복한 섹스, 맛있는 섹스만으로도 가능하다. 이것이 남녀사이의 비밀스러운 진실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