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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한국 재벌사]부영그룹 편 2화

이중근 회장, 깔끔한 매너 통 큰 기부…정경유착·일감몰아주기 구설수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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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5호 박현준⁄ 2013.05.06 11:26:39

이중근 부영 회장 또한 여느 성공한 기업가들처럼 육영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1992년 11월에 전남 화순군 능주면 잠정리 106의 신암학원(능주고등학교)을 인수해 우정학원으로 변경했다. 능주고는 1966년에 개교해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했다. 1995년 8월에는 토목공사, 아파트·주택건설 등의 종합건설업체인 남광건설산업을 설립하고 1996년 7월 15일에 서울에서 (주)부영파이낸스를 설립, 금융업에도 새로 진출했는데 동사는 2011년에 자산총액 155억 원에 매출액 11억8000만 원, 당기순이익 3억 원을 달성했다. 1998년 4월에는 서울 영등포에서 소방시설 등 건물용 기계장비 설치 업체인 대화기건을 설립했다. 2011년 현재 이중근 회장의 부인 나길순이 4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대주택사업에서 금융 및 방송으로 사업다각화 부영은 2004년 전후로 본격적인 다각화에 착수했는데, 주력 사업인 임대주택사업 기반이 확립된 후부터였다. 2003년 5월에는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철강제조 공장부지 24만7000㎡(7만4000여 평)을 1600억 원에 한국철강으로부터 사들였다. 2006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인근 동부지구의 미개발지 약 48만㎡(14만여 평)을 한꺼번에 매입했다. 이로써 부영은 중문관광단지 내 총 64만여 평의 21.9%를 점유했는데, 이는 장차 관광업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추정된다. 부영의 제주도내 땅 매입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관광지구 예정 부지를 비롯해 서홍동 일대의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 개발사업 부지, 제주시 한림읍 재릉과 구좌읍 송당 일대에 수십만 평을 확보했던 것이다. 이후 부영은 2008년 현재 제주도에서만 1조 원어치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는 서울 광진구의 뚝섬 상업용지 4구역을 3700억 원에 낙찰 받아 고급 주택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2010년 초에는 완공이 임박한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일원의 순천CC(25만4777평)을 매입, 부영순천컨트리클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순천시는 2006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전남 동부권 중심 배후단지를 계획하면서 전체면적 299만7095㎡(골프장, 외국인학교, 주거배후단지, 수용인구 3만 명 계획 등)에 대해 사업 허가를 받았는데, 골프장 건설 부지인 신대지구는 도심권과 비교적 가까운 탓에 특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12월 30일에는 (주)부영의 주택사업본부와 국외사업본부를 분리해서 종합건설업체인 (주)부영주택을 설립했다. 재무구조 건전성과 업무효율화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국민주택기금 차입금과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계상되면서 (주)부영의 부채비율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높게 나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탓이었다. 2011년에는 (주)부영의 특수 관계인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이중근에 몰아줘 20%가 채 안 됐던 그의 부영 지분은 71.57%로 늘어났다. 2011년 1월에는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에 171억 원을 투자했으며, 또한 하나금융지주 유상증자에 642억 원을 투자해 신주 150만주(0.61%)를 확보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목적으로 증자한 것인데, 이로써 부영은 방송사업 뿐만 아니라 장차 제1금융권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2011년 2월에 무주리조트를 대한전선으로부터 1360억 원에 인수해서 부영덕유산리조트로 개명했다. 무리한 M&A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대한전선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무주리조트는 1990년에 쌍방울그룹에 의해 설립됐다. 쌍방울그룹은 1963년 3월 1일에 전북 이리에서 이봉녕(李奉寧)이 설립한 남녀 내의 생산업체인 쌍령섬유공업사로부터 출발,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다각화에 착수해서 1990년대에는 모기업인 (주)쌍방울 산하에 쌍방울베베, 쌍방울전자, 쌍방울엔지니어링, 쌍방울개발 등 총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려 중견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와중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조성된 레저 붐에 편승하고자 국내 최대의 스키장과 레저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전북 무주 덕유산 자락 221만 평 부지에 5000억 원을 투입해서 1991년 12월에 23개 슬로프의 국제 규격의 스키장(무주리조트)을 완공하고,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렀다. 쌍방울그룹은 수천억 원대의 긴급자금을 종합금융사로부터 융자받아 무주리조트 건설공사에 쏟아 부었다. 1997년 현재 쌍방울그룹은 총 90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6000억 원 정도가 무주리조트 건설에 투입됐다. 차입금 중 1000억 원 정도만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것이고, 나머지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자금을 제2, 3금융권으로부터 끌어들였다. 쌍방울그룹은 초기 투자가 큰데다가 자본회전율이 느린 무주리조트 건설에 사운을 걸었으나, 소요자금의 대부분을 단기자금에 의존한 것이 화근이었다. 1997년 한보그룹 부도 이후 정부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을 시장원리에 따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융기관들이 기존의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축소한 결과로 인해 1997년 9월초에 (주)쌍방울이 부도나면서 쌍방울그룹은 해체됐다. 채권단의 소유로 있던 무주리조트는 2002년 대한전선에 1473억7800만 원에 매각되었던 것이다.

한편 부영은 해외에도 적극 진출해서 미국 현지법인인 부영아메리카와 베트남 현지법인 부영비나를 각각 설립하고, 캄보디아에는 부영크메르은행을 설립했다. 또한 2009년 9월에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자본금 1200만 달러의 주택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부영라오은행(BooYoung Lao Bank)을 설립했다. 주택자금 대출을 비롯해 주거환경이 낙후된 라오스에 주택을 직접 지어 융자 제공과 분양을 병행할 목적 때문이었다. 이로써 (주)부영은 산하에 부영주택, 대화도시가스, 대화기건, 남광건설산업, 광영토건, 동광주택산업, 신록개발, 우정학원, 부영파이낸스, 부영순천CC, 부영덕유산리조트, 부영엔터테인먼트 등과 해외 현지법인인 부영아메리카, 부영비나, 부영크메르, 부영라오은행 등 국내외에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거듭났다. 국내 최대의 임대전문 건설업체인 (주)부영의 외형은 2011년 현재 자산총액 1조9248억 원으로 시공능력 68위의 중견건설업체에 불과하나, 보유자산의 미실현 가치는 엄청난 것으로 평가됐다. 부영그룹 소유의 임대주택 수가 18만호로 국내 최대인데다 1994년 이후에 지은 임대주택 물량만도 14만322세대에 달하는데, 이것이 분양으로 전환될 경우 수조 원을 호가하는 탓이었다. 2010년 4월 현재 부영그룹은 자산총액이 9조1000억 원을 기록,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29위에 랭크돼 있다.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집단 순위는 24위다. 보유자산 가치 엄청나…공기업 제외 재계 24위 우뚝 이중근 부영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졸업장이 가장 많은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육영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창업 이래 지속적으로 소년, 소녀가장들에게 학자금을 보조해주고, 1990년대 이후부터는 전국의 초중고 및 대학 등에 기숙사 등 교육시설을 지어 무료로 기증한 때문이다. 저개발국들의 교육투자에도 관심을 기울여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등에 피아노 및 칠판 등 상당량의 교육 기자재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평소 깔끔한 매너에다 통 큰 기부로 이미지도 좋다. 그럼에도 부영은 끊임없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시절엔 실세 정치인들의 비호를 받아 급성장했다는 루머가 돌더니, 급기야 2004년 4월 8일에는 창업자 이중근이 20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던 것이다. 아울러 부영의 비상장 계열사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는 정도가 심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4년 10월 부영, 부영파이낸스, 동광주택산업 등 부영그룹 3개 계열사가 197억 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해온 사실을 적발하고, 총 3억4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고도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에 대해서도 각각 56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대화기건은 2009년, 2010년에 연속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100% 매출을 올렸다. 2010년 매출액 40억3100만 원은 부영주택(19억7900만 원), 광영토건(11억3500만 원), 동광주택(6억9900만 원), 남광건설산업(2억1800만 원)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달성한 것이다. 남광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남광건설의 연도별 매출액에서 계열사들과 거래한 비중은 ▲2005년 83%(총매출 322억9100만 원 중 267억6500만 원) ▲2006년 99%(456억5900만 원 중 449억7900만 원) ▲2007년 100%(349억8700만 원 중 349억8700만 원) ▲2008년 95%(242억9400만 원 중 231억6800만 원) ▲2009년 100%(639억4100만 원 중 639억4100만 원), ▲2010년 100%(44억7300만 원 중 44억7300만 원) 등이다. 또한 광영토건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5%(540억3700만 원 중 515억5200만 원) ▲2006년 97%(587억8800만 원 중 568억5800만 원) ▲2007년 77%(417억8600만 원 중 321억700만 원) ▲2008년 92%(345억2300만 원 중 318억4100만 원) ▲2009년 59%(120억3200만 원 중 71억500만 원) ▲76%(307억9100만 원 중 235억4600만 원) 등이다. 이중근 회장(4.57%)과 부인 나길순 여사(1.09%), 자녀 성훈·성욱·성한·서정(각각 0.87%)을 포함해 친인척 15명이 지분 42.29%를 소유하고 있는 동광주택산업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4%(1173억3400만 원 중 1104억7600만 원) ▲2006년 83%(2045억3200만 원 중 1691억8900만 원) ▲2007년 78%(1429억8000만 원 중 1115억2500만 원) ▲2008년 89%(1330억7200만 원 중 1187억700만 원) ▲2009년 30%(301억9600만 원 중 91억5700만 원)를 기록했다. 임대주택 물량 14만호, 분양 전환 시 수 조원 가치 과거에는 이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건설업체인 (주)부영은 하도급 형식으로 비상장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을 통해 그룹화를 도모했다. 국내 재벌들의 고전적인 덩치불리기 방식이 부영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창업자 이중근 회장의 증여세 반환건도 주목대상이다. 2007년 말 이중근은 494만3478주와 대화도시가스 주식 8만2600주를 기존 주주들로부터 명의를 이전받고, 2008년 3월에 증여세 834억 원을 자진 납부했다. 그런데 이중근은 증여받은 주식이 원래 자신의 소유였다면서 “우진건설산업이 지난 1979년 부도나면서 본인 명의로는 금융거래와 사업운영을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1983년 부영, 1988년 대화도시가스를 인수하면서도 대표이사로 나서지 못한 것이다. 결국 가족들 등에게 명의 신탁할 수밖에 없었으며,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는 직접한 것”이라며 증여세 반환을 요구했으나, 국세청이 불응해 2011년 6월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것이다. 부영은 2000년대 들어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흥재벌이다. 1990년대 이후 뉴 페이스들이 거의 출현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채롭기까지 하다. 또한 부영그룹의 총자산 및 매출액 등에서 모기업인 ㈜부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사실상 그룹이라 칭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간의 사업영위를 통해 축적된 경영노하우 내지는 시드머니까지 충분히 확보해 놓음으로써 앞으로는 건설 관련 수직다각화는 물론 여타 업종에 대한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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