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대학병원 응급실에 축 처진 아이를 안고 부모가 부랴부랴 왔지만 병원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 치료가 안 된다고 해 부모는 5분 만에 아이를 안고 40분 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인턴이 다가와 증세를 물어보고 전문의를 부르려면 오래 걸린다며 다른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다시 병원 문을 나선 아이와 부모는 응급 처치가 필요했지만, 응급실 4곳을 전전하다 이날 밤 결국 사망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75세 남성이 두 시간 사이 응급실 입원을 36차례나 거절당한 끝에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출동한 응급구조팀은 그를 데리고 지역 내 병원 25곳을 모두 들렀지만 진료할 의사가 충분하지 않다거나 침대 여분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입원을 거절당해, 결국 앰뷸런스는 20분을 이동해 인근 이바라키현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만 도착 직후 남성은 숨을 거뒀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병원 이동이 있는 ‘전원 환자’가 비전환 환자보다 사망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17.6%가 전원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응급실을 가야할 때 응급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응급조치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순간의 잘못된 응급실 선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긍긍하다 생사의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응급실 선택에 있어 출발 전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할 사항과 준비해야 할 팁 등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응급실 선택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응급 상황 시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응급실에 갔을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와 해당 병원 응급실의 시설, 장비, 인력 및 중증환자에 대처하는 수준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해 봐야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전국 433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응급실 과밀화 지표(병상포화지수)를 함께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유명 대형병원 일부에서 응급실 과밀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있고 큰 병원이라고 무작정 가다간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다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큰 병원이라고 정보 없이 무작정 가는 건 금물 진료 대기여부-응급입원실 여부 등 확인해야 이럴 땐 스마트폰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이나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서 진료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 대기여부, 응급입원실, 수술실, 중환자실의 이용 가능여부 등의 정보를 확인한 후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평소에 거리가 가깝고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충족하는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를 알아둔 뒤 응급상황 시 직접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한다.
최근 보건복지부 전국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 및 응급실 과밀화지표에서 몇몇 주요 대형병원들이 병상포화지수가 80%를 넘어 응급실을 가도 4시간 이상씩 대기해야하는 반면에 중앙대학교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 상위 등급을 충족하면서 응급실 대기시간도 짧아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중앙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7년 연속 상위 등급을 기록했다. 신속하고 원활한 응급진료의 활성화를 위해 응급중환자실을 운영, 응급실을 통한 24시간 상시 입원 체계를 가동해 3시간 안에 입원, 수술 여부 등의 상황 조치가 가능함으로써 최상의 응급조치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병원 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입원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응급중환자구역 2병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전담 간호 인력을 배정해 혈압 및 호흡, 심장상태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한 치료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리고 중증환자의 이송과정에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응급중환자구역을 4병상까지 확대 운영할 예정으로 있다. 응급환자나 보호자가 응급실 오기 전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확인한 후 응급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혈전용해제 및 혈관중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는 급성심근경색과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시간이 매우 중요하지만(급성심근경색 12시간, 뇌경색 3시간) 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가 환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연락처가 없어서 치료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지거나 귀중한 시간이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슴통증이나 마비, 의식장애가 발생한 환자에 있어서는 정확한 증상 발생 시간이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전에 진단받았던 질환, 특히 출혈성 질환이나 수술력 그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혈전용해제 사용 가능성 판단에 중요하므로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처방전이나 최근 병원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열이 나서 응급실을 찾았을 경우에는 체온의 변화를 기억 혹은 기록해두었다가 의료진에게 알려주고, 진찰의 용이성을 위해 입고 벗기기 쉬운 옷을 미리 입고 가는 것이 편리하다. - 김성은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