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이 도구가 되는 예술은 그것이 무엇이든 즉각적인 감동을 준다. 영화, 연극, 무용, 음악 등이 그렇다. 생산자와 관람자간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미술은 어떤가. 우리가 예술이라 칭하는 다양한 장르 중에 가장 수동적이고 불친절한 것이 미술일 듯 싶다. 작가와 관람자간 소통의 대상이자 수단인 작품 자체가 부동의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미술의 불친절함을 극복해 보고자하는 노력과 시도, 결과물까지를 통틀어 우리는 현대미술이라 부른다. 키네틱이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방법이 아니라면 평면의 회화작품은 관객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것일까. 지금은 명화가 된, 고전 작품들은 평면의 회화로도 우리에게 감동과 전율을 준다. 현대에도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훌륭한 작품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다만, 앞서 말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위해 지금의 미술 또한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능동적인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더욱 광범위해진 콘텐츠와 그것을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의 변화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알다시피, 스마트폰의 진화가 가져다준 정보의 보급력은 상상을 초월할뿐더러 다양한 장르의 산업, 브랜드 마케팅 등에 미술이 활용되면서, 쉽고 빠르게 대중에게 흡수되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얘기가 됐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내용의 다양성이 확대되었다는 것이 큰 변화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몇 해 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인체의 신비라던가 성(性)을 주제로 한 박물관, 토이 뮤지엄 등은 다양하고 세분화된 방법으로 상품과 미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그 적극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순수미술의 범주 안에서 내용과 형식을 확장하고 관객의 참여로 작품을 완성해 가는 예는 극히 드물다. 쉽고 친근화 된 이미지가 아닌 이상 관객과의 인터렉티브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수요자의 니즈로 생겨난 큰 변화중의 하나가 바로 관람하던 미술이 참여하는 미술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미술에 접목된 브랜드 마케팅, 쉽고 빠르게 대중에 흡수 근래에는 그 변화에 발맞춰 충실히 콘텐츠를 개발, 전시의 진화를 꾀하고 있는 미술관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내용의 다양성과 함께 관람객의 자발적 참여를 얻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장르 하나가 3차원 입체그림 즉 눈속임 미술이다. 영어로는 트릭 오브 아이(trick of the eye), 줄여서 ‘트릭아이(trickeye)라고 불리는 눈속임 미술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시대로부터 기원하며, 트롱프뢰유라는 중요 미술사조 중의 하나이다. 현재 홍대입구와 부산, 제주에서 전시중인 트릭아이미술관은 명화를 패러디한 명화관과 옵티컬 일루전을 사용한 눈속임 전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에 인터렉티브를 강화해 관람자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있다. 이 미술관이 다른 전시와 차별화 될 수 있는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단순히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에 참여해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 내에 전시되어 있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작품은 그림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관람자가 테이블에 앉아 사진을 찍도록 배려했다. 참여와 동시에 작품을 완성하는 셈이다. 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작품을 입체적으로 해석해 마치 관람객이 작품 속에 들어가 소풍을 즐기는 듯이 보일 수 있게 연출했다. 이 전시는 마치 넌버벌 주제의 연극공연과 같아서, 작품과 관람자간의 반응이 오히려 음악이나, 무용 등의 공연보다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현재 홍대입구 전시장의 경우 연간 20만 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전시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미술계의 한류 주역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많은 미술관들이 기존의 2차원적 전시에 익숙한 관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내용의 주제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관객 참여 작품으로 인터렉티브형 엔터테인먼트를 완성해 나가는 전시 사조까지 최근 발전되는 형태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 변화에 대한 열정이야 말로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할 때, 자랑하는 미술이 아닌 다가서는 미술이란 면에서 우리 미술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진다. 더불어 많은 기관에서는 전시뿐만이 아닌 음악회,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족단위의 관람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여름밤의 정취가 한창인 요즘, 가까운 미술관 나들이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 고경 산토리니서울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