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9호 박현준⁄ 2013.06.03 12:07:48
유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남녀의 사랑에 정신이 먼저일까? 육체가 먼저일까? 정신적인 면이 더 중요할까? 육체적인 면이 더 중요할까?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어떤 것이 더 중요하든지, 두 가지는 모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일일지도 모르겠다. 탁상공론이나 말장난만 하지, 결론은 나지 않는 우문우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다시 번복될 수 있고, 뒤바뀔 수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서 순수하게 사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목적이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머리가 나쁜데 머리 좋은 파트너를 만나면 그 사람에게 끌리고 그 사람을 유혹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훌륭한 2세를 낳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내가 너무나 가난하게 살아서 돈에 원수진 것처럼 생각되는데, 돈이 많은 파트너를 만나면 자존심 강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그 사람에게 끌린다. 그것도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파트너에게 끌리는 유전자의 본능이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가 큰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유전학적으로 아주 다른 경우 끌리게 돼있다고 한다. 남녀의 MHC(Major Histo compatibility Complex)가 다를수록 더 끌리게 인간이 진화를 해 왔고, 그렇게 해야 가장 완벽한 인간이 돼서 바이러스 감염에도 덜 걸리고, 사회에 잘 적응하고 좋은 유전자로 상호 보완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유전적인 이유나 종족보존의 본능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유혹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면 돈이 되고, 평생 보험이 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목적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정말로 열심히 노력을 한다. 동물들은 거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한다. 수컷 공작새가 배란기 때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나를 선택해, 후회하지 않을 거야” 하면서 암컷의 마음을 사려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멋지게 깃털을 자랑한다. 인간 또한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몸매를 만들고, 근육을 만들고, 옷을 사 입고, 차를 사고, 멋진 곳에서 저녁을 먹는 등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때까지 눈물 나는 노력을 한다. 즉 유혹의 기술을 쓰게 된다. 유전학적으로 아주 다른 경우 서로 끌려 놀아봤던 사람이 유혹의 기술 잘 알아 아주 심한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약의 처방까지 쓰기도 한다. 즉 육탄공격, 임신의 방법을 쓰게 된다. 파트너가 순진할수록, 순수할수록 연애의 경험이 없을수록, 사회적으로 경험이 미숙할수록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것 때문에 놀던 사람이 시집, 장가를 잘 간다는 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즉 놀아봤던 사람은 남자나 여자의 심리를 잘 알아서 어떻게 하면 유혹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감정을 배제하고 결혼해서 편하게 살 수 있는 파트너를 유혹한다. 놀던 여자는 경제적으로 출중한 남자를 선택해서 편하게 살고, 놀던 남자는 똑똑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부지런하고 순종적인 여자를 만나서 결혼생활을 편하게 한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유혹하는 시기가 있고, 유혹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즉 종족보전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각자 어떤 상대를 얼마나 열성적으로 유혹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게 유혹할 이유가 딱히 없는 사람이 유혹할 이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낚이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사람이 소극적인 사람에게 항상 먼저 접근한다. 지나치게 나에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를 유혹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거기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결혼하기 전까지 그렇게 낚시질을 하다가, 막상 자기 여자가 되면 유혹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기 여자에게 소홀하게 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자기를 계속 유혹할 수 있게 유혹해야만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매일같이 반찬걱정을 하는 것과 같이 생각할 수 있고, 매일 고민을 하고 노력을 해아 하는 부분이다. 영화-드라마-소설 속 멋진 남녀주인공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경우 많아 이런 스토리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의 주제이다. 남녀의 직업이나 상황이 바뀔 뿐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여자가 예쁘면 예쁠수록 남자가 멋지면 멋질수록 그 영화나 드라마는 인기가 더 있다. 시청자 중에서 남자는 여자 주인공을 보면서, 여자는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최대한 멋진 캐릭터로 정한다. 즉 왕이나 왕자, 재벌이나 재벌 2세, 보스나 의사, 변호사, 교수 등 가장 사회적으로 멋진 남자가 등장한다. 절대로 평범한 남자가 등장한 영화나 소설이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 또한 그 남자는 별 볼일 없는 여자 혹은 평범한 한 여자에게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친다. 그래서 평범한 여자들이 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나도 그 여자처럼 될 수 있고,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대리만족을 하면서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 그 드라마에 빠지게 된다. 거기에는 사랑의 기술이 모두 들어간다. 어떻게 그 평범한 여자가 멋진 남자를 유혹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성공한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그래야 그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고, 그 기회가 그 남자에게 우연을 가장한 운명처럼 느껴져야 한다. 둘, 그 남자가 반할만큼 여자가 매력적이거나 예뻐야 한다. 평범하고 가난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 눈에 반할 만해야 한다. 셋, 그녀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을 만큼 그녀에게 그가 절대 절명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 될 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녀의 가난도, 집안도 도와줄 수가 있고, 그녀를 신분 상승시킬 수 있다. 멋진 그의 주변에 널려 있는 부자집 여자에게는 별로 해줄 게 없기 때문에 뭔가 해 줄 것이 많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불쌍한 그녀를 구해주고 싶은 기사도 정신이 발동돼야 한다. 넷, 그녀와 한 키스가 너무나 달콤해서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그 이상 진도가 나가고 싶어야 한다. 향기로운 체취, 부드러운 목소리, 윤기 나는 피부, 탄력 있는 근육, 부지런한 행동, 섬세한 배려와 감수성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꿋꿋함 등이 그녀에게 있어야 한다. 다섯, 이것은 영화나 드라마에는 안 나오는 내용이다. 보통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부가 백년회로 하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열정적인 바람둥이 로미오가 영원히 줄리엣 곁에 있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의 기술이다. 남자나 여자의 심리를 알고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하고, 너무나 나태하고 재미없는 생활을 하지 않게 매일 새로움을 주어야 하고, 섹스가 아주 최고로 좋아야 한다. 처음에 사랑에 눈이 먼 시기에는 어떤 남녀의 사이도 좋다. 그때는 새로운 파트너라는 이유로 그냥 곁에 있기만 해도 좋다. 하지만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기 시작하면 애정은 시들해지고, 당연히 열정은 식고 만다. 그럴 경우 그 잘난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한 눈을 팔기 시작한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은 거기까지만 얘기를 한다. 만나서 처음 얼마동안만,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고 하는 6개월에서 3년 사이의 얘기만 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의 남녀의 사랑을 무엇으로 지킬 것인가? 그래서 선수들은 처음 6개월 사이에 뺄 수 있는 것은 미리 다 뺀다. 그러고 나서 이혼하면서 별 추잡한 짓을 다 하면서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열렬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모두 잊어버린 채 새로운 파트너에 눈이 팔려 그 전의 사람을 돈으로 정리하면서 여러 가지 소문과 잡음이 나오게 된다. 우리는 보통 평범한 사람, 절제를 하면서 1부1처제를 유지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서 생각한다. 인간의 화학호르몬이 한 사람에게 열정적인 호르몬이 3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3년 이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요즘 젊은이들은 6개월도 안 가기도 한다. 이것이 성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연구해야 할 과제이고, 풀어야 할 숙제이고, 사랑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